‘헉슬리’는 지난 2005년부터 ‘뮤’를 개발한 웹젠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RPG와 FPS가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게임이다. 쉽게 말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RPG요소와 1인칭 시점에서 총기류를 사용해 적과 전투를 벌이는 FPS요소가 합쳐진 새로운 장르다. 이런 장르의 독특함 덕에 국내외 게이머에게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31일 연말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웹젠 본사를 방문해 ‘헉슬리’를 시연할 수 있었다. 이번 시연버전에서 지금까지 인터뷰와 글을 통해서만 공개됐던 시스템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연버전을 통해 과연 ‘헉슬리’가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미리 알아보도록 하자.
FPS의 백미는 역시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 - 헉슬리의
궁극적인 컨텐츠는 PvP전투
이번 시연에 사용된 ‘헉슬리’는 PvP전투만
즐길 수 있는 버전이었다. 하지만 ‘헉슬리’가 궁극적으로 PvP 컨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헉슬리’가 PvP중심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로 ‘배틀존(플레이어끼리 대전을 펼치는
장소)’에서 PvP만 즐겨도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획득할 수 있다.
‘헉슬리’는 메인 스토리 자체가 현생 인류의 후손인 ‘사피엔스’와 인류의 변종인 ‘얼터너티브’ 두 진영의 대립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영 간 전투가 주요한 컨텐츠를 담당한다. 이 외에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돌연변이 집단이 존재하지만, ‘하이브리드’는 Xbox360 유저만 플레이 할 수 있으며 PC버전에선 앞의 두 종족만 플레이할 수 있다(헉슬리는 Xbox360과 PC 온라인 두 개 버전이 개발되고 있으며, 두 플랫폼 유저가 한 서버에서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아직 개발중인 버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에 있어선 흠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래픽 자체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지형과 캐릭터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는 정도 |
시연버전에서 두 진영 캐릭터 모두 플레이해 볼 수 있었는데, 각 진영의 캐릭터들은 차별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체형의 ‘사피엔스’는 거대한 체구의 ‘얼터너티브’보다 조금 더 날렵했으며, ‘얼터너티브’는 ‘사피엔스’보다 조금 더 높은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각 종족은 다시 두 개의 세부 종족으로 나눠지는데 이런 종족간 특성은 후에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FPS 게임의 백미가 다른 플레이어와의 긴박감 넘치는 대결이라는 점을 생각하니 ‘헉슬리’의 메인 컨텐츠가 PvP라는 사실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유저의 강함이 곧 캐릭터의 강함 ? 헉슬리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
시연버전에서 살펴본 ‘헉슬리’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했다. 이미 개발자 인터뷰 등을 통해 시스템 자체에 대한 소개는 공개됐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니 독특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헉슬리’에서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개념은 캐릭터 자체가 강해지는 일반적인 RPG와 다르다. ‘헉슬리’에서 캐릭터의 레벨 업은 새로운 무기와 갑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정도다. 즉, ‘헉슬리’는 FPS 전투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유저의 조작솜씨(컨트롤)가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이며 게임 내의 캐릭터 레벨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아직 무기에 대한 밸런스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기의 좋고 나쁨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극단적인 예로 조작솜씨가 뛰어난 유저라면 1레벨이라 하더라도 조작솜씨가 어설픈 20레벨 유저 정도는 큰 무리 없이 해치울 수 있다.
▲ 특수능력인 HP스캔을 활성화 시킨 화면. 적의 위치와 HP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
▲ 특수능력을 사용하면 좌측에 있는 에너지 바(노랜삭 바)가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에 특수능력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특수능력을 끈 상태에선 서서히 회복된다 |
‘헉슬리’의 성장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우선 직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헉슬리’에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직업이 존재한다. 방어력이 높고 근접공격과 돌격에 적당한 ‘인포서(헤비 아머 착용)’, 방어력과 공격력이 균형을 이루는 중거리 공격수 ‘아바타(미디움 아머 착용)’, 방어력은 약하지만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팬텀(라이트 아머 착용)’으로 나누어진다. 시연버전에선 세 직업을 모두 플레이해 볼 수 있었는데, 직업에 따라 특수한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어 직업의 역할분담과 능력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수능력은 캐릭터의 직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보다 많은 무기와 갑옷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갑옷에는 특수능력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슬롯이 존재한다. 이 슬롯에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특수능력 칩(Chip 여기선 칩이라고 표현하겠다)을 갑옷에 장착하면 전투 중에 사용할 수 있다.
▲ 체력과 방어력이 높아 근접전에서 힘을 발휘하는 '인포서' |
▲ 장거리 공격수 '팬텀'. 특히 저격에 유용한 무기와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
칩의 슬롯은 가벼운 갑옷(방어력이 약한 갑옷)일수록 여러 개가 뚫려있다. 즉, 방어력이 높은 헤비 아머를 착용하는 ‘인포서’는 보통 한 두 개 정도의 특수능력 만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가벼운 방어구를 착용하는 ‘팬텀’은 적개는 4 개에서 많게는 6개까지 특수능력 칩을 장착할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직업 간 밸런스 조절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특수능력의 수는 매우 다양하고 많았다. 시연버전에서만 약 20개가 넘는 독특한 특수능력을 사용해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적의 체력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캔’, 몸을 투명한 은신상태로 만들어주는 ‘클로킹’, 공중에서 점프를 한 번 더 뛸 수 있는 ‘이단점프’, 자신과 똑같은 모양의 분신을 만들어 내는 ‘더미’, 근접한 적을 몸으로 밀쳐내는 ‘돌격’ 등 독특한 특수능력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 클로킹 상태의 팬텀. 매복에는 최적의 특수능력이다 |
▲ 크로킹 상태의 적은 적외선 시각(인프라비전)을 사용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헉슬리'에선 특수능력을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보다 쉽게 적을 제압할 수 있다 |
밀리터리 FPS와는 다른 속도감 넘치는 파이팅 스타일
시연버전을
플레이해 보니 ‘헉슬리’의 전투에선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퀘이크:아레나’처럼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빙샷은 기본이고, 이리 저리 점프를 뛰며 적의
공격을 피하는 동작 등 빠른 속도감과 과장된 액션은 ‘퀘이크:아레나’에서 느꼈던
그 재미를 다시 떠 올리게 만들었다. 조심조심 움직이며 정교한 조준을 필요로 하는
요즘 밀리터리 FPS 게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축구게임으로
말하자면 ‘피파’ 시리즈와 ‘열혈축구’라고 할까?
‘헉슬리’의 전투에 빠른 속도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밀한 전략 역시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특수능력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보다 쉽게 적 플레이어를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면상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면 ‘스캔’ 능력을 사용해 적의 위치를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적이 오르막 길 위에 매복하고 있어 불리한 상황이라면 이단점프를 통해 빠르게 불리한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더미’와 ‘클록킹’ 기술을 함께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헉슬리'의 전투에선 밀리터리 FPS와는 다른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
▲ '퀘이크: 아레나', '언리얼' 시리즈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헉슬리’는 철저한 분대 전투 게임이다. 하나의 스쿼드(분대)는 네 명으로 구성되는데, 분대원끼리 뭉쳐다니면 강화효과로는 체력회복과 공격력, 방어력 강화 등 여러 가지 강화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인터페이스 역시 분대 전투게임이란 점을 반영하고 있다. 분대원이 위치한 방향을 쉽게 찾아 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시연버전에서 체험한 바로는 분대 강화효과는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줄 정도로 전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가까운 지역 내에 같은 팀의 분대가 위치해 있을 경우 오히려 약화효과를 받게 된다(헉슬리의 팀 구성 시스템은 WOW의 공격대처럼 하나의 팀에 여러 개의 분대가 나눠지는 방식이다). 즉 두 분대가 같이 다니게 되면 오히려 적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100 vs 100, 200 vs 200같은 대규모 전투에서 한 지역에 많은 수의 인원이 과도하게 몰려 컴퓨터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는 자주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헉슬리'는 철저한 분대 전투게임이다. 분대가 뭉치면 강화효과를 받을 수 있어 적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
FPS 게이머들에게 분명 환영받을 만한 게임
‘헉슬리’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FPS 중심의 RPG다. 즉, RPG+FPS라고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 등장하는
시스템들은 FPS 대전의 재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RPG를 중심에 놓고
FPS를 살짝 이어붙은 ‘헬게이트:런던’이나 ‘타블라랏사’와는 오히려 반대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게임 플레이(전투부분)가 타 온라인 FPS게임에 비해 어려워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플레이한 시연버전은 밸런스 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버전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익숙해지기 어려운 전투 시스템 부분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헉슬리’에서 차세대 FPS 게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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