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배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혼

필자는 대전격투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전격투라는 장르가 PC보다는 아케이드와 콘솔에서 더 인기있는 장르라, 할만한 PC 대전격투게임을 찾기는 힘들었다. 솔직히 키보드라는 입력장치가 격투를 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키보드는 동시에 두 개 이상의 키를 입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대전격투게임이 발붙이기 힘들었다. 패키지게임이야 나 혼자서 하는것이니 별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과 맞붙어야 하는 온라인게임은 상대방과의 동기화(싱크로)가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키를 많이 입력하는 대전격투게임의 특성상 약간만 어긋나도 일방적으로 당하기 마련이다.

▲'포포루'의 서비스 중단이 못내 아쉽다

그간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으로 ‘권호’, ‘퍼펙트케이오’, ‘포포루’등이 나왔으나, 대부분 시원치 못한 성적을 거둔 채로 중단되고 말았다. (현재 ‘권호’, ‘포포루’는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번에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투혼’(네프온) 역시 앞선 게임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되는데…

점프인지 우주유영인지…느린 게임전개

곰곰히 생각해보면, ‘포포루’(SNK의 ‘킹오브파이터즈’를 그대로 서비스함)를 제외한 다른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어디서 본것 같은 캐릭터와 아무런 특징없는 캐릭터를 보면 솔직히 쓰기가 싫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혼’ 에서는 ‘천일야화’, '아색기가', ‘누들누드’의 양영순씨가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개성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늘상 보아왔던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더욱 독특하다.

▲역시 양영순씨가 하면 다르다

캐릭터의 개성만큼 궁금한 것이 바로 캐릭터간의 밸런스다. 한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하면 모두들그 캐릭터만 쓰게 될테고, 그러면 캐릭터를 선택하는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클로즈 베타 테스트단계 (현재 6명의 캐릭터가 공개됨)인지라 밸런스에서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밸런스를 붕괴시킬 만한 캐릭터는 없고, 운영진이 유저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 밸런스에 관한 부분을 자주 수정해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추후의 베타 테스트에서도 밸런스 문제는 잘 해결되리라 본다.

▲점프가 선입력(미리 커맨드를 입력하는 것)이 안되는 건 솔직히 너무했다.

하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이 느린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점프나 대쉬 같은 기본적인 움직임에서 한 타이밍 늦게 반응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네트워크의 문제를 넘어서 움직임 자체가 느린 것 같았다. 특히 점프가 굉장히 느려서, 거리감각과 동체시력만 갖춰진다면 예상하고 대공기(공중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차단하는 필살기)를 쓸 수도 있을 정도다. 이정도면 점프가 아니라 우주유영이라 생각해도 되겠다.

▲초필살기 사용시 저런 놈이 클로즈업되면 좀 놀랄지도

솔직히 말하자면 ‘투혼’의 전체적인 그래픽은 다른 3D게임에 비하면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다. 특히 캐릭터가 근거리에 붙게 되면, 두 캐릭터가 겹쳐보일 정도로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투혼’은 그런 약점을 연출의 힘으로 극복해내고는 있다. 3D에 광원효과를 좀 넣은 듯한 타격효과는 약간 어설펐지만, 그래도 효과음이 잘 들어가 있어서 타격감이 꽤 잘 전해졌다. 게다가 초필살기 시전시 해당 캐릭터 쪽으로 시점이 집중되어 시전되는 점은 게임에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진짜 재미는 태그배틀에 있다

▲최대 3:3까지 가능한 태그매치

▲1:3, 2:3처럼 인원이 안맞아도 그에 맞춰 체력이 재조정된다

‘태그배틀’이 지원된다는 점은 ‘투혼’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태그배틀’에서는 싸움 도중에 플레이어를 바꿔 다른 플레이어가 나와서 싸울 수 있다. 6명이 모여서 3:3 배틀까지 가능하며, 게임 중 조건만 갖춰지면 둘이서 시전하는 협동 필살기까지 준비되어 있다. 다만 캐릭터 교체 시에 캐릭터가 앞뒤로 엇갈려서 구분이 안되는 문제는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1:1 배틀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는 ‘투혼’에서만 할 수 있는 ‘태그배틀’을 권하고 싶다. 언제 태그를 할지 모르는 긴박감과 다음 상대를 대비한 체력관리와 본래 대전격투게임간의 심리전까지 겹쳐, 정신없이 즐길 수 있다.

여러 대전격투게임의 장점을 하나로

▲전투에서 획득한 포인트와 아이템을 통해 무기와 복장을 강화할수있다

그 외에도 ‘투혼’은 여타 대전격투게임에서 봐 왔던 여러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공중에 뜬 상대에게 추가타를 넣을 수 있는 공중콤보 시스템, 화면 끝으로 세게 치면 벽에 튕겨져 나오는 반동 시스템,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사용한 추가 파츠의 구매등등 다른 대전격투게임에서 익숙한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대전격투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을 으레 해봤을 사람이라면 느꼈을 ‘싱크로’의 문제와, 아직까지 안정적이지 못한 클라이언트, 기타 버그 등은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갓 클로즈베타를 시작한 게임이니만큼, 섣부른 판단은 곤란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