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의 인기 유즈맵 ‘카오스’를 온라인 버전으로 제작한 게임, ‘카오스 온라인’이 3월 30일부터 첫 CBT를 시작했다. ‘카오스’의 정식 온라인 버전답게 기존 영웅들의 능력과 스킬 시스템 등을 ‘카오스 온라인’만의 색으로 그대로 옮겨와, 새롭지만 익숙한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첫 CBT라 여러 미흡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존 ‘카오스’유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게임, ‘카오스 온라인’의 첫 모습을 살펴보았다.
보장된 재미에 편리함을 더했다!
‘카오스 온라인’의 원작은 그 유명한 ‘워크래프트3’의 ‘카오스’이다. 어설프게 베낀 것이 아닌 제작자가 제작 단계에 직접 참여한 정통 후속작이니만큼 게임성은 거의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카오스 온라인’은 ‘워크래프트3’에서 ‘카오스’를 독립시킨 게임이다.
▲카오스의 정식 온라인 버전이다
‘워크래프트3’에서 ‘카오스’를 플레이할 때 가장 헷갈리는 것이 버전마다 다른 세부사항들이다. 같은 ‘카오스’라고 해도 버전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버전을 플레이하려면 운이 좋아야 하거나 방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카오스 온라인’은 게임 자체가 하나의 통합 버전이다. 비록 계속되는 밸런스 조절 업데이트로 미묘하게 밸런스가 바뀌겠지만, 결과적으로 버그나 밸런스 불균형이 거의 없는 완벽한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버그나 밸런스가 즉각즉각 수정되는 것은 참 좋다
1차 CBT이기 때문인지, 제작사 로고 등의 오프닝 화면과 로딩 없이 바로 대기실로 입장이 가능한 것은 마음에 들었다. 단지 홈페이지에서 게임 스타트를 누른 후 몇 초 동안 별 반응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스타트 버튼이 제대로 눌러지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번 누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무수한 업데이트 창에 당황한 사람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약간 답답했던 스타트 버튼
‘워크래프트3’ 배틀넷에서 ‘카오스’를 플레이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라면 역시 방 찾기이다. ‘워크래프트3’에는 ‘파오캐’, ‘RPG’를 비롯해 여러 유즈맵들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설정의 카오스 방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가끔 운 좋게 들어가더라도 자리가 꽉 찼다는 이유로 i겨나기도 한다. 비매너 유저도 문제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겨우 게임에 입장하니 이번엔 우리편 유저가 갑자기 뛰쳐나간다. 한 명이라도 없어지면 꽤나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게임 특성상 한 명이 중간에 나가버리면 다들 게임을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한다.
▲워크래프트3 카오스는 게임 시작하기부터 쉽지 않다
‘카오스 온라인’은 그런 불편함을 상당수 해소시켰다. 일단 카오스 외의 다른 게임은 당연히 없고,나에게 맞는 게임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빠른 입장’ 기능이 존재하는데다, 방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도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입장도 못 하고 헤메는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는다. 또한, 게임 중간에 뛰쳐나가는 유저에게 가해지는 패널티 시스템은 정말 반갑다. 다만, 이전에는 중간에 게임에서 나가면, 그 게임이 끝날 때 까지 다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등의 패널티를 가한다고 들었는데, 필자가 실험해보니(그때, 미안했습니다.) 패널티는 전적에만 기록될 뿐,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중간에 나가는 행위는 전적에 ‘패’로 기록되기 때문에 랭킹과 전적을 신경쓴다면 충분한 패널티겠지만, 전적이나 랭킹을 신경쓰지 않는 유저에게는 무의미할 듯 하다. 그러나 일단 랭킹이 올라가면 비매너 유저 대부분이 걸러져 나가고, 검증된 실력자들끼리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카오스 온라인’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기존 ‘카오스’에서는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깔끔한 대기실, 라이선스(랭크)와 빠른 입장 기능이 돋보인다
▲기존 카오스와는 달리 게임 시작 전 캐릭터를 미리 골라야 함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은 패배 기록이 남는다
단축키의 경우 영웅 단축키가 ‘F1’이 아닌 ‘1’로 변경되는 등 약간의 수정이 있었으나, 익숙해지고 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카오스’는 ‘위닝카오스’ 등의 단축키 설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단축키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카오스 온라인’에서는 게임 내에 자신에게 맞는 단축키를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워크래프트3’에서의 홀드(H키)등 기본 단축키가 약간 다르게 지정되어 있어서, 처음 게임을 시작하기 전 키설정 확인은 필수이다.
▲기본적으로 스킬은 Q,W,E,R에, 기본 동작은 A,S,D,F,G에 몰려 있다
새삼 느껴지는 블리자드의 대단함
‘워크래프트3’은 2003년 발매된 게임이다. 그렇지만 2010년 발매된 ‘카오스 온라인’과 비교해보면 ‘워크래프트3’의 그래픽이 오히려 나아 보였다. 새삼 블리자드의 대단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1차 CBT라고는 하지만 영웅 그래픽이나 이펙트 등이 ‘카오스’에 비해 어설프게 느껴지는 것은 CBT 참여 유저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이다. ‘카오스 온라인’의 그래픽으로는 영웅의 특징이 별로 도드라지지 않고, 왠지 어색해 보인다. 몇몇 세세한 부분은 ‘워크래프트3’보다 잘 묘사되었지만 어색한 점에 묻혀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오히려 조잡해 보이기까지 했다. 전체적으로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다. 디자인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보기 편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조화롭지가 않다. 나무는 좀 단순화 시켜도 될 듯
‘카오스 온라인’의 캐릭터 모델링은 ‘카오스’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인 비율과 동양적 정서에 맞는 디자인이지만, 게임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좀 더 판타지적 요소를 집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픽 깨짐 현상이나 게임 종료시 에러 메시지 현상이 자주 보이는 것을 볼 때, 아직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직 1차 CBT이니만큼 최대한 희망적으로 보고 싶지만, 그래픽 부분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유저들의 높아진 눈을 만족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워3와 비교해도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다
게임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심한 랙이다. 처음엔 필자의 컴퓨터 문제인가 했는데, 다른 컴퓨터에서도 랙이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오스 온라인’은 최대 5 vs 5 대전을 지원하는데, 사람이 좀 많다 싶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심한 랙에 절망했다. 흡사 휴대폰 영상통화 화면을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유저 한 명이 나갈 때마다 게임이 10초 가량 멈추며 캐릭터들이 제자리뛰기를 하고 있는 상황도 자주 생겨, 필자를 비롯한 유저들은 채팅밖에 할 게 없었다. 1차 CBT 인원을 1만명이나 뽑은 것에 비해 서버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랙이 심하면 정말 게임하기 싫어진다
분명히 보이는 고지, 저것만 넘으면 성공은 눈 앞에 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은, ‘카오스’와 차별화 하려 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인터페이스도 좀 더 편해졌고(카오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카오스’를 하며 느껴졌던 불편한 사항도 상당수 개선했다. 이 상태에서 ‘카오스’의 느낌만 잘 살린다면 기존 유저 뿐 아니라 ‘카오스’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던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는 것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지금은 욕심 부리지 말고 일단 원작의 장점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먼저, ‘카오스’의 타격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카오스 온라인’의 타격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냥 팔을 휘두르고 뭔가가 나간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정말 공격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몇몇 스킬은 약간이나마 타격감이 느껴지지만, 나머지 스킬과 일반 공격은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도 구분이 안 된다. 게다가 전체적인 이펙트의 분위기가 제각각이라 게임 분위기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차별성보다 일단 ‘카오스’의 느낌을 어떻게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격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뭔가 환해졌다 사라졌다 하는게 전부
또한, ‘카오스 온라인’의 어두운 배경과 영웅 디자인 탓에 피아식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 현재 상태로는 영웅과 일반 캐릭터, 배럭 유닛의 구분이 모호해서 알아보기가 힘들다. 구르르 같은 특정 캐릭은 그나마 알아보기 쉽지만, 일부 여자 캐릭터의 경우 무슨 캐릭터인지 판별이 어려울뿐더러 적인지 아군인지도 헷갈린다. 북미적 센스의 ‘카오스’ 디자인과 그래픽적으로 차별화를 두려고 한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영웅들의 느낌이 비슷해져서 구분이 어려워졌다. ‘카오스’의 캐릭터는 비록 비현실적이고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도드라진 특색을 가지고 있다. 좀 더 보기 쉬운 그래픽의 구현은 ‘카오스 온라인’이 당면한 과제인 듯 하다.
▲일반 캐릭터와 영웅 구분이 힘들다. 난전 중에는 번져 보이는 이펙트 때문에 더 헷갈린다
1차 CBT이기 때문에 약간의 밸런스 불균형과 버그도 보였다. 예를 들면, 크립들이 일정 거리 밖에서의 공격에 반응하지 않기도 하고, 가장 센 크립인 ‘고르곤’이나 ‘발라크’의 경우 아무 마법이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 손쉽게 때려잡을 수 있었다. 영웅 능력도 캐릭터마다 편차가 심해서 몇몇 캐릭터만 선택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짧은 CBT기간 중에도 위에 지적한 사항들을 비롯해 많은 점들이 발빠르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실시간 패치에서 ‘시간만 주어지면 완벽한 게임 밸런스를 구현할 수 있다!’라는 제작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크립들은 너무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오스 온라인에 거는 기대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땐 지적할 점이 많았으나, 첫 CBT라는 점과, 지속적이고 재빠른 게임 업데이트를 보고 ‘카오스 온라인’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하루 단위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래픽 부분과 쾌적한 환경 등 아직 보완해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일단 운영진이 추구하는 ‘쾌적하고 안정감있는 카오스’의 청사진이 보이는 것 같다.
▲상점을 어디서나 열 수 있게 하고, 영웅에게 아이템 건네주는 방식이 쉬워지는 등 게임을 편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꽤 많았다
그러나, 아직은 ‘카오스’의 느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타격감의 재현과 보기 편한 그래픽, 서버 안정화만 이루어지더라도 ‘카오스’보다 할 만한 게임이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유저들이 불평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워크래프트3’는 ‘카오스’를 위해 만들어 진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더 쾌적하고 재미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 준 1차 CB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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