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났고, 그만큼 수 많은 스마트폰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25일 출시된 아이폰 어플 ‘바코드 그녀(Barcode Kanojo)’ 라는 게임이 유독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키고 있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일본식 미소녀 게임인 ‘바코드 그녀’ 의 인기 요인은 공짜로 다운받아 즐길 수 있다는 가격적 이점도 있지만, 가장 큰 점은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있다.
‘바코드 그녀’ 는 주변에 존재하는 무수한 ‘제품’ 들에 꼭 하나씩 붙어 있는 바코드 기호를 인식하여 거기에 맞는 미소녀 캐릭터를 생성하는 게임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 봐도 몇 개씩 발견되는 바코드를 게임에 접목시키다니!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이 단순한 미소녀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필자만 해도 미소녀 게임을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제목을 봐선 설득력이 없긴 하지만...), 이 게임의 마력에 흠뻑 취해 아이폰 구입을 고민 중이다.
아이폰이기에 가능한 놀라운 상상력의 게임 ‘바코드 그녀’ 를 직접 체험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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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변에 있는 바코드 붙은 제품들을 찾자!
바코드 찾아요! 빨리빨리!
‘바코드 그녀’ 를 즐기기 위해서는 일단 생활 속 바코드를 찾아야 한다. 바코드는 일반적으로 과자, 사무용품, 책, 가전제품, 각종 케이스 등에 부착되어 있는데, 아무 바코드나 다 되는 건 아니다. 책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2중 바코드나 전자제품, 부품 등에 있는 길~다란 바코드는 인식이 되지 않으며, 매트릭스 형 바코드도 인식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 놓으니 인식 한 번 하려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생활 속에서 일반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바코드는 대부분 인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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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이 가능한 바코드 형식
바코드 관련 지식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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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안 되는 바코드 종류들
왼쪽의 더블 바코드는 주로 도서에 붙어 있으며,
오른쪽 바코드를 가리면.. 될까?
재미있는 점은, ‘바코드 그녀’ 는 전세계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일종의 ‘스피드 게임’ 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내가 눈 앞의 ‘XX커피 캔’ 바코드를 인식하여 나만의 ‘그녀’ 를 만들었다면, ‘XX커피’ 바코드는 ‘내 것’ 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XX커피’ 의 바코드를 자신의 ‘그녀’ 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빼앗는 기능도 있지만 그건 아래에 소개하겠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이미 ‘XX커피’ 를 가지고 ‘그녀’ 를 만들었다면 내 앞에 있는 ‘XX커피’ 로는 나만의 ‘그녀’ 를 만들 수 없다.
한마디로,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이미 출시된 지 4일째이고, 한국 유저도 많기 때문에 웬만한 유명 제품들은 이미 누군가가 선점한 상태다. 필자는 출시 이틀째에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주변에 있는 과자 등 공산품들을 죄다 찍어봤지만, 대부분의 유명 제품들은 이미 누군가의 ‘그녀’ 가 되어 있었다. 스피드 싸움에서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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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누군가의 '그녀' 가 되어 있는 제품들...
이 스피드 싸움은 현재도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이다. ‘바코드 그녀’ 공식 사이트에는 유저들이 등록한 새로운 그녀 목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데, 1초 단위로 1~2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등록되고 있다. 이쯤 되면 미소녀를 모으겠다는 생각 보다는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어떻게든 새로운 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서 등록하고 싶고, 새로운 바코드 상품을 볼 때마다 ‘혹시 이 물건도 등록되어 있을까?’, ‘이 물건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궁금해진다. 이것이 ‘바코드 그녀’ 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첫 번째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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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위로 계속 등록되고 있다, 무서울 정도!
인기쟁이 그녀는 관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바코드를 찾았으면 하단 아래에 있는 스캔 버튼을 눌러 바코드를 카메라에 담아 보자. 바코드가 화면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인식이 되며, 잠시 기다리면 두 종류의 결과 중 하나가 나온다.
만약 ‘그녀’ 의 모습 대신 실루엣만 보이면서 ‘이 바코드를 당신의 그녀로 만드시겠습니까?’ 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이 물건은 세상 누구도 ‘그녀’ 로 등록하지 않은 제품이다. 새로운 ‘그녀’ 를 등록하려면 스테미너 20이 소모되고, ‘그녀’ 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며, 이름과 상품명 등을 입력할 수 있게 된다. 생성되는 ‘그녀’ 의 모습은 약 7조 종류에 다다르니 캐릭터가 겹치거나 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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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등록 안 한 제품이면 이렇게 실루엣만 보인다
여기서 20 스테미너를 지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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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완료!
역시 남자는 스테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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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미너가 부족하면 등록조차 되지 않는다... 궁금해!
여기서 놀라운 점은, 바코드 암호로 등록되어 있는 상품 생산지와 플레이어가 그 상품을 찍은 장소의 위치 정보가 ‘그녀’ 의 외모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에서 생산된 오렌지 주스 시럽에서는 새하얀 피부와 큰 눈의 ‘그녀’ 를, 한국에서 생산된 음료에서는 검은 단발머리에 흑진주 같은 눈의 한 ‘그녀’ 를 만날 수 있었다. 수입 제품 코너나 해외 여행 선물 등으로 특이한 나라의 제품을 얻었다면 한 번쯤 스캔해 보도록 하자. (단 일본과 미국은 제외, 우리나라보다 유저 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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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제 드링크 시럽을 찍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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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왠지 느낌이 프랑스? 아무튼 생산지와 찍은 지역 정보가 약간 반영된다
이렇게 생성한 ‘그녀’ 는 나만의 ‘그녀’ 리스트에 등록된다. 등록된 ‘그녀’ 들에게는 선물을 사 주거나 데이트, 키스 등을 실행하여 러브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러브 레벨은 ‘그녀’ 와 플레이어와의 유대 관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러브 레벨이 높으면 다른 경쟁자가 ‘그녀’ 를 꼬셔도 잘 넘어가지 않으며, 이 레벨이 낮으면 다른 사람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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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그녀' 들, 아직 두 명 밖에 만들지 못 했다 ㅠㅠ
(이후 기사도 쓰지
않고 '그녀' 를 찾아 돌아다닌 결과 두 명을 더 추가했다는 후문)
러브 레벨을 올리기 위해 데이트나 키스, 선물 구입 등을 하면 돈이나 스테미너(둘 다 일정 시간마다 충전됨)가 소비된다. 다만, 데이트나 키스 등의 메뉴를 누른다고 실제로 데이트나 키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러브 플러스’ 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선물을 사 준다고 해서 캐릭터의 외관을 꾸밀 수도 없다. 단순히 ‘러브 레벨’ 만 올라갈 뿐이다. 이러한 점은 조금 아쉽다. 왠지 90년대 출시된 ‘다마고치’ 보다도 못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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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두근두근해 보이는 메뉴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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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를 해도, 키스를 해도 그냥 저런 결과창만 뜰 뿐이다
그녀의 집에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도 러브 레벨이 상승한다. 그녀의 집 방문은 스테미너가 소비되지 않는 대신 러브 레벨 상승치가 크지 않다. 그녀의 집에 방문하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그녀’ 를 만날 수 있는데, 화면을 터치하거나 아이폰을 흔드는 등의 자극을 주면 약간씩 반응을 한다. 다만 음성 인식이나 보이스 지원 등은 되지 않으며, 자극을 주어도 단순히 시선이 움직이는 등의 모션만 보여주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반응 패턴 수는 조금 더 늘어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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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모 편집장님이 가슴 부위를 열렬히 터치하셨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너의 그녀, 그러나 나중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웬만한 인기 제품들의 ‘그녀’ 는 이미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 바코드 스캔 시 ‘그녀’ 의 모습과 이름, 제품명 등이 표시되며, 스테미너 5를 소모하면 ‘단순 친구’ 로 등록할 수 있다. ‘단순 친구’ 로 등록한 ‘그녀’ 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남자친구(먼저 등록한 유저)와의 러브 레벨을 떨어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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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한 발 늦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뺏고 싶다면 스테미너 5를 소비해서 일단 친구로
등록하자
러브 레벨을 낮추려면 ‘선물 주기’, ‘추근대기’, ‘데이트 하기’ 등의 행동을 계속해서 취해야 한다. 친구 단계에서는 ‘그녀’ 의 집을 방문할 수도 있으나, 위에서처럼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이렇게 계속해서 작업을 걸어주면 ‘그녀’ 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단, 상대방 유저가 이를 눈치채고 ‘그녀’ 와의 러브 레벨을 다시 올리게 되면 작업은 실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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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방문, 찝적대기, 데이트, 선물 등으로 임자 있는 '그녀' 의 마음을 돌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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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그녀' 가 된다 ㅎㅎㅎ
‘바코드 그녀’ 세상에서 ‘그녀’ 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방법밖에 없다. 유명한 제품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주 스캔을 하게 되고, 그만큼 경쟁자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러브 레벨 관리를 잘 해 줘야 한다. 반면에 유명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다른 사람이 ‘그녀’ 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러브 레벨을 관리해주지 않아도 빼앗길 위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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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희귀(?)한 제품의 그녀인지라 아무도 찝적대지 못한다
스마트폰 게임의 가능성을 보았다!
‘바코드 그녀’ 는 놀라운 아이디어와 아이폰의 성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멋진 게임이다. 단순히 ‘미소녀를 만들 수 있어서 즐겁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제품들에 대해 ‘이 참치 캔은 어떤 모습일까?’, ‘메이드 인 러시아? 이건 왠지 아무도 안 등록한 것 같은데?’, ‘10년 전 제품인데, 설마 이 제품을 등록한 사람이 있을까?’ 같이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준다. 하나의 제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으며(비록 그것이 그녀를 놓고 싸우는 것일지라도), 특정 제품에 담긴 추억을 공유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으로서는 부족한 면도 적지 않다. 육성/연애 시뮬레이션 측면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나 모션, 이벤트, 사운드 관련 볼륨이 적고, 미니 게임 등 바코드가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필자는 ‘바코드 그녀’ 가 ‘포켓몬스터’ 같은 세계적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추후 여성 유저를 대상으로 한 ‘바코드 소년’ 을 추가하거나, 교환 기능, 대결 모드, 콘테스트, 터치 모션 추가, 스탯에 따른 이벤트, 각종 미니 게임 등이 구현된다면 즐길 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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