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한계다!"
만약 다른 게임들이 이런 말을 한다면 몰매를 맞을 발언이지만, 그 대상이 '그란투리스모' 라면 얘기가 다르다. 실제로 '그란투리스모' 를 이용해서 레이서를 육성한 'GT 아카데미' 의 사례도 있듯이, '그란투리스모' 는 극사실적 그래픽과 물리 엔진, 풍부한 컨텐츠량 등으로 레이싱 시뮬레이션계의 최강자로 불리우고 있다.
그리고 오는 24일, 최신작인 '그란투리스모 5' 가 드디어 국내에 정식 발매된다. '그란투리스모 5' 는 1,000여종의 차량, 70가지가 넘는 코스 등 전작을 크게 능가하는 스케일을 자랑하며, 거기에 3D 입체까지 지원하여 더욱 사실적인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실제 레이싱 1인칭 촬영 비디오와 '그란투리스모 5' 의 플레이 영상을 가져다 놓으면 뭐가 게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리얼 레이싱' 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잘 어울리는 게임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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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투리스모 5' 의 포토 모드를 이용해 찍은 이미지
매의 눈이 아닌 필자로서는 실사인지 그래픽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런 '그란투리스모 5' 가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 2010' 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게임을 더욱 빛내줄 3D 입체 화면과 레이싱 휠, 페달, 시트까지 풀 세트로 갖추고 말이다. 이쯤 되면 내가 지스타에 있는 건지 코스에서 레이싱을 즐기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잠시나마 빠져 본 '그란투리스모 5' 의 세계는 정말 '리얼' 이었다. '지스타 2010' SCEK 부스의 가장 뜨거운 화제작 '그란투리스모 5' 를 체험해보았다.
눈이 즐겁고, 손이 진동하고, 몸이 움직인다
필자가 가장 많이 해 본 레이싱 게임은 바로 '마리오 카트' 였다. 아이템을 쏘고, 옆으로 지나가는 친구를 들이박고, 부스터를 쏴 가며 달리는 이러한 아케이드형 레이싱 게임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러한 레이싱 게임들은 엑셀 버튼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커브길 등에서 드리프트나 제동을 가해 주기는 하지만 그 범위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유저가 오직 ‘가속! 가속!’ 을 외치며 엑셀을 밟을 뿐이고, 필자도 그러한 방식에 익숙한 라이트 유저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란투리스모 5' 에서 엑셀을 지긋이 밟고 있다가는 제 멋대로 돌아가는 핸들과 산으로 가는 차량을 볼 수 있다. 고속 상태에서 적당한 제동 없이 무작정 핸들을 돌리면 차량이 통제를 벗어나고 핸들이 멋대로 돌아가서 차가 코스 구석에 쳐박히고 마는 스핀 현상이 일어난다. 필자와 같이 게임을 체험한 게임메카 기자는 핸들이 멋대로 돌아가던 상황을 "쉬운 모드로 플레이해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코너링을 조절해주는 줄 알았는데 차가 벽으로 가더라." 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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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초 부분에서 차체가 컨트롤을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실 옆 차를 쾅 하고 들이박고 싶었을 뿐인데...
필자는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미끄러짐 현상을 잘만 이용하면 드리프트로 승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게임에선 버튼 하나로(심지어 버튼 없이도) 휙휙 잘만 펼쳐지던 드리프트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 노면 상태에 따라 왼쪽으로 기울어진 코스를 달릴 때에는 핸들이 왼쪽으로 쏠리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실제 자동차 핸들에 가해지는 ‘힘’ 을 100%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코너를 돌 때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기울이게 된다. 게임 몰입이 아니다. ‘그란투리스모 5’ 를 할 때 일어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3D 입체가 적용된 그래픽도 매우 훌륭했다. 게임 자체의 그래픽도 현실 수준인데다가, 3D 입체 화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운전석에서 느끼는 배경의 원근감이나 노면의 현실감 등은 물론 상대 차량을 앞지를 때의 입체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3D 입체 화면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 필자는 처음에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으나, 익숙해지니 금새 적응했다. 다만 플레이 시간이 짧고 운전 실력이 부족해 차체 파손이나 먼지 등 미세한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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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먼지가 묻고 흠집이 나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아니, 아예 다른 차들과 나란히 레이싱을 즐기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란투리스모 5’ 의 100% 를 즐기고 싶다!
확실히 '그란투리스모 5' 는 라이트 유저가 즐기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 차에 관심이 많지 않은 유저라면 1,000여 종의 차량 중에서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알 수가 없고, 운전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유저는 클러치가 뭔지, 혹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게임을 접해보기 전 접했던 수 많은 '그란투리스모 5' 시스템 정보 등을 접했지만, 체험대에서는 그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긴, '리얼 레이싱' 게임을 누구나 한 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 파악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도로연수 두 세번만으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듯이 시연 버전 두 세번 플레이로 게임의 모든 것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이다. 자동차 매니아가 아닌 필자에게는 수많은 차량과 그 성능, 코스, 내부 인테리어 등의 재현도가 확실히 와 닿지 않았고, 정말 즐기고 싶었던 ‘NASCA’ 등의 하드코어한 레이싱도 체험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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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구르고 날고 뒤집어지는 익스트림한 레이싱을 즐기고 싶었지만
실력이 안 됩니다
그렇지만 이번 시연을 통해 확실히 느낀 부분은 '그란투리스모 5' 는 실제로 트랙을 달리는 느낌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부분은 발매 이후 천천히 느껴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3D 입체 TV와 휠, 페달 컨트롤러를 전부 마련하려면 지갑이 텅 빌 것 같지만, 레이싱 게임을 좋아한다면 쌀 대신 '그란투리스모 4' 를 사 왔던 불가사리군의 심정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 하겠다.
▲ 이것이 진정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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