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이를 메꾸기 위해 멀록 옷을 입고 소리지르고, 네네쨩의 속살을 보기 위해 3DS를 흔들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덕분에 늘 멍 때리며 컴퓨터에 앉아 월급과 공기를 축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에 오른 어느 날. 어느 한 여성분이 플레이하고 있던 귀여운 게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여성분은 아이폰으로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있었다.
그 게임을 본 기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출근 하자마자 그 게임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폭풍검색을 했고, 답을 찾았다. 그렇게 찾아낸 게임이 바로 지난 15일 출시된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포켓 프린세스(Pocket Princess)’다.
‘프린세스 메이커’ + ‘쿠마땅네’ = ‘포켓 프린세스’
올드 게이머라면 들어 봤을 추억의 이름들이 있다. ‘DD.LBX’, ‘무사수행’, 그리고 ‘풍유환(豊乳丸)’. 이 추억의 이름들은 바로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딸 육성시뮬레이션의 대표작 ‘프린세스 메이커 (プリンセスメ-カ-)’를 상징하는 이름들이다. ‘포켓 프린세스’는 ‘프린세스 메이커’와 동일한 딸을 육성하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얼핏 보면 ‘프린세스 메이커’를 마치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물론 그대로 옮겨 담았다면 가이낙스에서 경찰이 출동하거나 쇠고랑을 차야 했을지 모르지만, 오리지널 요소를 담아 아주 적절하게 스마트폰화(化) 시킨 적절한 게임이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었다.
▲'포켓
프린세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쿠마땅네(상), 프린세스 메이커(하)
‘포켓 프린세스’를 개발한 네오위즈게임즈의 신생개발팀 i-mo은 게임의 귀여운 그래픽과 일러스트를 더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프린세스 크라운’, ‘오딘 스피어’ 등의 극강 2D그래픽으로 인정 받는 바닐라웨어에 눈을 돌린다. 그 결과 ‘포켓 프린세스’는 NDS로 출시한 육성시뮬레이션 ‘쿠마땅네(くまたんち)’를 롤 모델로 삼아 개발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간단한 시스템과 귀여운 딸이 함께하는 기분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다.
내 딸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기자의 양육일기.
그렇게 기자는 ‘포켓 프린세스’의 정체(?)를 파악하고는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 접속하자 대뜸 운전하고 있는 집사가 등장해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에게 딸의 인적사항을 물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난제에 빠진 기자. 게임은 딸의 이름을 정하고, 매년 올라가는 능력치가 결정되는 생일, 성장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장래희망(직업), 보육기간을 결정하게 될 나이를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내
딸 봉숙이
재능과 성격 등에 따라 처음 시작시 다양한 버프효과를 발휘한다
항상 그렇듯 게임 속 캐릭터, 게다가 그것이 사랑스러운 딸의 이름이라면 이를 결정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주인님, 아가씨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봉숙이!”
“네?”
“봉숙이라고!”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봉숙이! 봉돌이, 봉자 말고 봉숙이!”
“……도…
동양적인 이름이군요”
이름과 더불어 재능, 성격을 결정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역시 모든 아버지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것이다. 딸이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랄 뿐. 기자는 딸의 재능과 성격을 ‘건강하고 튼튼’으로 결정했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앞서 언급한 ‘쿠마땅네’와 같이 SD 캐릭터의 귀여운 딸이 방을 돌아다니고, 집사가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며 진행된다.
▲딸의
얼굴을 탭하면 UI가 등장한다
“아가씨의 얼굴을 만지면(탭/터치) 시스템 UI가 나옵니다”
“……뭐야 그거
무서워..”
“….아….아무튼…. 게임의 목적은 주인님의 아가씨가 18세가 되어
직업을 찾아 집을 나서기까지 다양한 일정을 통해 능력치를 올리고 방을 꾸미고 지내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 안돼~ 18세에 나가긴 어딜 나가. 그 나이면
남자도 아직 군대도 못 가는 나이고, 미성년자관리법에 의거하여 아르바이트도 혼자
못하는 나이고, 돈도 없을 거고, 게다가 여자인데 혼자 나가면…., 므흣….. 어머!
어딜~, 아 아무튼 나가면 아~ 안돼~”
“…… 피곤한 주인님을 만났군.”
▲아르바이트던
13살이던 간에 나에게 걸리면 얄짤없습니다
‘포켓 프린세스’는 세 가지로 구성된 일정 속에서 능력치를 올리고 아가씨를 양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일정은 땡전 한푼 벌어오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13살 딸이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아르바이트’, 사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교육’, 그리고 ‘휴식’으로 구성된다. 물론 개인적으로 여기에 무사수행과 같은 본격적인(?) 요소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는 오래 할 경우 ‘스트레스’가 쌓여 딸이 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특정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면 다른 능력치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교육’은 특정 능력치를 특화시켜서 올릴 수 있는 대신, 그만큼의 비용이 들어가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휴식’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일정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휴식’을 포함시킨 전체 일정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살
봉숙이가 펼치는 체험 삶의 현장
기자는 딸을 ‘게임개발자’로 육성하겠다는 목적 하에 아르바이트를 시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UI 덕분에 처음 딸을 만나는 사람이라 해도 거리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기자는 딸에게 처음부터 힘든 일을 시키기 싫었기 때문에 간단한 일과 휴식을 주로 시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더니 딸이 쓰러지고 특정(원치 않은)능력치가 높아졌다. 급기야는 반항을 하고 가출까지 하는 사건이 터지곤 생기곤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내 딸이.. 중2병에 걸리다니.. 게다가 가출..”
“진정하세요 주인님,
처음 진행하는 분이라면 아가씨의 능력치를 골고루 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 입니다.”
“으허으허으허읗흐어헝하어하읗그흐그흑흐그”
“…..
주인님의 마음을 진정 시키는 겸, 방을 꾸며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필요
없어! 그런 게 무슨 의미야!”
“’포켓 프린세스’에서는 방에 꾸미는 가구에
따라 아가씨의 능력치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늘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오…
마치 홈쇼핑에서 상품 설명을 하는 듯한 저 늠름한 모습을 보라..”
“….어…
어찌되었던 아가씨가 벌어둔 돈이 많으니 그 돈으로 방을 꾸며보죠”
“뭐? 13살짜리
딸이 초등학생 과외하고 술집에서 청소한 돈으로 방이나 꾸미자고?”
“… 네”
“그래~”
가구도 사고, 뽕뽕환도 사고, 별일 없이 잘 자라다오.
비록 좁디 좁은 방이지만, 다양한 가구, 조명기구, 벽지 등으로 방을 열심히 꾸미면 딸의 능력치가 오르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남자의 로망 뽕뽕환(풍유환)도 상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잠깐 설레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그래픽의 제한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바스트가 크고 작아지는 부분이 표현되지 않는 것 정도다. 말하고 나니 꽤나 심각한 문제다! 전재산을 털어서 뽕뽕환을 구입했지만 매력수치만 올라가는 모습에 기자는 아이패드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 외에 다양한 의상도 존재하며, ‘매직터치’라 하여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특정 모션을 그리면 발동하여 능력치가 상승하는 마법 아이템도 판매한다.
▲뽕뽕환!
뽕뽕환을 주시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10월이 찾아오고 ‘가을축제에 참여하겠습니까?’라는 대화문이 떴다. ‘포켓 프린세스’에는 미니게임과 같은 ‘대련’, ‘가을축제’가 존재한다. 여기에 참가하면 딸의 능력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대련(무투, 요리, 미술, 댄스)을 즐길 수 있다. 기자는 지능을 주력으로 올렸기 때문에….. 음…. 지능과 가장 관계가 깊은 무투(?)에 참가했다.
“…주인님 어째서 무투를…”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여기 나오는 딸의 라이벌이 이~뻐~”
“……. 어… 어찌되었던 게임은 숫자가
적힌 아가씨의 카드로 높고 낮음에 따라 상대방에게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손가락을
내밀며) 이의있소!… 이건가?”
“그…그렇겠지요…, 카드의 높고 낮음은 상단에
빙고판에 숫자를 맞추는 것에 따라 바뀌게 되고 부가적으로 상대방에 공격을 1회
막아주는 방패와 가장 강한 카드인 왕관 같은 특수카드도 존재합니다’
“나의
턴이다! 난! 5를 희생하여 빙고를 맞추고 체력을 버리겠다!”
“…드립 수준이
거기서 거기시군요..”
▲전투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인생을 알아가는 거란다… 딸아…
그 밖에도 열심히 딸이 벌어온 돈으로 생일선물을 구입해 마치 자신이 챙겨주는 것처럼 줄 수도 있으며, 요정이나 점쟁이를 만나는 돌발 이벤트도 간혹 발생해 새로운 재미를 준다. 그 덕분에 게임을 하다 보면 단순히 일정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딸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키운 딸은 결국 18세가 되면 집을 나서게 된다. 기자 역시 성인이 된 딸을 내보내고 말았다.
▲돌발
이벤트에 찾아온 악마가 예~ 뻐~
“음… 지능을 열심히 올려줬으니 게임개발자가 되겠지?”
“….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엉망이라…”
“뭐? 지능만 올리면 되는 거 아니었단 말이야?”
“특정
능력치가 일정 수치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그 외에 전체능력치 평가가 일정 알파벳
이상 되야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습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딸에게서 한 장의 편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저는 백수가 되었어요! 기억나는 것이라곤 집안청소랑 뽕뽕환
먹은 것 밖에 없어요!”“…..아이고 머리야..”
“슬퍼하지 마세요 주인님”
▲비록
원하는 직업으로 딸이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는 괜찮단다
그렇게 첫째를 멋지게 백수로 키운 기자는 회차 보너스를 활용해 봉숙삼, 봉숙사를 키우기 시작했다. 경찰을 목표로 했던 둘째에게는 열심히 체력과 도덕심을 열심히 올려줬지만 결국 막노동꾼이 되었고, 수녀를 목표로 한 셋째는 가사와 도덕심을 집중적으로 올려줬더니 신부수업을 한다고 편지가 오곤 했다. 그렇게 딸 밖에 모르는 바보 기자는 마음 속 공허함을 봉숙시리즈로 채워나갔다.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잘 만든 육성시뮬레이션
'포켓 프린세스’는 스마트폰에 맞게 잘 만든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육성시뮬레이션 장르는 1회 이상 플레이를 잘 하지 않게 되기도 하는데, ‘포켓 프린세스’는 이러한 점을 회차별 특전과 다양한 엔딩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했다. 여기에 도전과제도 지원해 플레이 타임과 딸에 대한 애정을 더 높여준다. 또한, 간략화된 UI를 통해 진입장벽을 최소화했고, 귀여운 그래픽을 통해 여성 게이머들도 쉽게 게임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한다.
▲만인의
마음 속에 함께 남아 있을 딸과 함께
비록 현재 약간의 버그들로 인해 딸이 제대로 뛰어 놀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엔딩의 수가 적어서 플레이 타임이 전체적으로 짧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개발사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더 발전되고 나아가는 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 ‘포켓 프린세스’에서 만난 딸이 어느 방면에서나 멋지게 활약할 수 있는 장면을 보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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