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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힐 다운포어, 프레임 끊김 현상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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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PS3로 정식 발매된 '사일런트 힐: 다운포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호러 게임을 꼽으라면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테크모(현 코에이테크모)의 제로, 그리고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 시리즈가 대표적일 것이다. 특히 위 타이틀은 국내 퍼블리셔들이 앞다퉈 자막 한글화로 동시 발매하거나 관련 이벤트를 진행해 다소 매니악한 장르라는 편견 속에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현재의 호러 게임 시장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절망적이라고 말할 만큼 심각하다. 기존호러 게임들 대다수가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는 액션 게임에 가깝게 변질되었고, 코에이테크모의 ‘제로’ 시리즈는 닌텐도의 콘솔 및 휴대용 플랫폼에서 간간이 신작이 나오는 정도인데 이마저 반응이 시원찮다. 물론 개중에 ‘데드 스페이스’, ‘데드 아일랜드’, ‘라이즈 오브 나이트메어’ 등 액션 게임이지만 본의 아니게(?) 공포를 안겨준 타이틀도 여럿 발매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통 호러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PS3로 정식 발매된(비 한글화) ‘사일런트 힐: 다운포어(이하 다운포어)’ 는 정통 호러를 갈망하는 모든 게이머들에게 마지막 희망으로 다가왔다.


▲ '다운포어' 국내판 표지, 절규에서 오는 찝찝함이 인상적이다

‘다운포어’ 는 게임 타이틀 표지부터 게임에 대한 마음 속 기대감을 한층 부풀어오르게 한다. 표지는 일단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절규(또는 비명)에 가득한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찝찝한 기분을 받게끔 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보고 있을 용기가 안 들 정도로 불길함까지 가득하다. 기자 입장에서는 역대 무서운 공포 게임 표지 랭킹을 매겨도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훌륭하게 평가한다.

으슥한 분위기는 유지시켰으나 프레임 끊김 현상이 발생

‘다운포어’ 는 게임 진행 시 짙은 안개가 자욱해 일정 거리 이상 시야가 차단되어 있어 시각적인 불안감을 한다. 이동 중에는 나무 판자를 비롯한 뭔가가 갑자기 눈 앞에서 떨어지거나 까마귀가 날아가는 등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여러 장치도 배치해 놓았다. 특히 문을 열어 놓고 일정 이상 안으로 진입하면 문이 큰 소리와 자동으로 닫혀 누군가 뒤에 있는 것 같은 긴장감까지 높였다.


▲ 첫 인상은 나쁘지 않다. 프레임 끊김 현상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유지시킨 일등 공신은 바로 오픈 월드(맵)시스템이다. 오픈 월드는 특성 상 주인공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거나 특정 위치까지 도달해 이벤트 영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게임 내 로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는 내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속시켜준다. 여기에 안개 자욱한 배경, 폭우, 스산한 BGM과의 앙상블도 좋다. 오케스트라로 치자면 ‘다운포어’ 의 느낌은 연주에 필요한 악기(정통 호러로서 필요한 구성)는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의 복병(불편함)이 숨어 있었으니 바로 프레임 끊김 현상이다.

기자는 처음 프레임 끊김 현상을 겪었을 때 애꿎은 PS3 본체를 탓했다. 가뜩이나 구형 모델이라 소음도 큰 편이니 순전히 기계 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현상은 게임 플레이 내내 예고 없이 시시각각 발생해 유저로 하여금 언제 끊김 현상을 겪을 지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선사한다. 참고로 기자의 경우 뽑기 운이 좋았는지 이동 외에 적과의 전투시엔 끊김 현상을 겪어 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비공식 처방전을 공유하자면 게임 내 중간 세이브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완료되면 움직이거나 3D 모드로 즐기면 끊김 현상이 ‘그나마’ 덜 하다. 앞서 ‘다운 포어’ 는 정통 호러 게임의 마지막 보루라고 소개했는데, 설마 덜 완성된 게임이라니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 덜 완성된 게임으로 발매되다니 실소가 나온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가 이지선다의 대전 격투인가 어정쩡한 전투

이동 중 끊김 현상만 참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게 왠걸? 또 다른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전투와 퍼즐 요소다. 먼저 전투에 사용되는 무기를 살펴보면 꽤 다채롭다. 맵 곳곳에 널 부러진 (대부분의) 도구를 집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류는 나무 막대기, 쇠파이프, 맥주병, 도끼 등 상당히 많다. 특히 도구는 게임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데 예를 들어 맨 손으로는 닿지 않는 사다리를 내릴 수 있게 하거나 길을 터 앞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도구마다 내구도가 낮게 적용되어 있어 얼마 사용하지 않아 금방 부숴진다. 이런 점 때문에 꽤 많은 수의 도구를 맵 구석구석에 배치시켜 놓았지만, 일일이 찾아 뛰어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다.


▲ 도구의 갯수는 상당히 많으나 내구도가 절망적이다

‘그럼 도구 없이 맨 손으로 진행하면 될 일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게임 진행과 더불어 전투에서도 도구가 없으면 크리쳐(적)와의 전투가 굉장히 곤욕스럽다. 크리쳐는 방어를 기본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주인공에게 접근해 각기 다른 패턴으로 공격해 게이머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한다. 예를 들어 초음파로 화면을 흔들어 놓고 정면에서는 연타 공격을 퍼붓거나 등뒤를 보이면 물어뜯기 공격을 시도한다. 뒤에서 당했을 경우는 패드의 아날로그 스틱을 연속적으로 돌려 헤드락(?)을 벗어나야 한다. 더욱이 이런 전투를 다수의 크리쳐와 반복하다 보면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긴장감보다 오히려 짜증만 돋군다. 여기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적들도 도구를 들고 덤벼오는 등 전투 난이도가 어느 정도 대등하기는커녕 게이머가 패널티로 감당할 부분이 도를 넘어섰다.


▲ 공격과 방어 그리고 치고 빠지기, 이지선다의 어정쩡한 전투

그저 게이머가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크리쳐의 주변을 맴돌아 선제 공격을 피하고 그 빈틈을 이용해 때리고 빠지는 단조로운 전투 뿐이다. 여기에 맨 손으로 싸울 경우 도구를 사용할 때 보다 대미지가 낮아 훨씬 어려운 전투를 치러야 하며, 도구가 있다고 해도 도중에 내구도가 닳아 부서져 버리면 사용 가능한 도구를 찾아 맵을 빙빙 돌게 된다. 심지어 가격하는 타격감도 어설퍼 때리는 건지 두들기는 건지 어정쩡하기 그지 없다. 물론 미리 적이 보이면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전투를 일시적으로 피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싸워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게이머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패널티(악조건)에 자급자족 해야 하는 불친절함까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다.


▲ 완전히 끝장을 내려면 마무리 일격까지 가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인내심이 폭발하는 계기는 게임의 퍼즐 요소다. 퍼즐은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필수적인 요소로, 맵에 따라 잠겨 있는 금고를 열거나 움직이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작동시키는 등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스테이지마다 필수로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풀기 위해 얻어야 하는 단서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의 비한글화로, 지도를 아무리 봐도 까막눈인 게이머는 맵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진행에 맞는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원하는 답을 찾거나 기타 해외 공략 페이지를 봐야 할 만큼 퍼즐 난이도 또한 만만치 않다.


▲ 일일이 눌러보고 찾던가, 키워드를 찾아 해결하던가
불친절하기 그지 없는 퍼즐 요소


▲ 하얀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자막 한글화가 그립다

결국 유저는 스테이지마다 이동할 시 끊김 현상을 겪고 적과의 전투에서는 각종 패널티를 떠안은 채 맞서야 한다. 여기에 진행을 위해서는 방대한 맵 구석구석을 뒤지며 단서를 찾고 퍼즐을 풀어야만 하는 고역이 연속된다. 그러고 보니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 머피인데 마치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꼬여만 간다는 뜻의 머피의 법칙이 생각나 마치 제작진에게 제대로 말려들었다는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소제목 따라간 게임성, 정통 호러 장르는 폭우에 휩싸여 있다

‘사일런트 힐: 다운포어’ 는 ‘다운포어(DownPour)’ 라는 뜻 그대로 폭우 같은 게임이다. 정통 호러 게임이 대부분 사라진 시장에서 오랜만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폭우가 내리는 날씨처럼 침울하기 짝이 없다. 예능으로 보자면 MC들에게 다소 강한 멘트로 공격 당해 말문이 막힌 게스트처럼 웃음거리로 전락하기에 충분하다.


▲ 정통 호러 장르의 게임은 더이상 없다

하지만 공격 당한 게스트가 웃으며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뉘우친다면 호감으로 전환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앞서 정통 호러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은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지 유저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 그렇다고 ‘사일런트 힐’ 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끝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다만 앞서 지적한 불친절함을 뉘우치고 또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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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장르
어드벤쳐
제작사
게임소개
체코의 `비트라 게임즈`가 개발 중인 `사일런트 힐`의 최신작. 유리병, 의자와 같이 마을에 버려진 사물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실적인 전투 플레이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높은 난이도의 퍼즐과 공포스렁누 크리처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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