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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게 만드는 '중철기' 프로모션 영상
캡콤에서 개발한 첫 키넥트 대응 메카닉 액션 게임 ‘중철기’ 가 지난 21일 정식 발매되었다. 게임에서 유저는 근미래인 2082년, 전차를 대신하는 주력 병기 ‘철기’ 의 파일럿으로 분해 제 3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치러내야 한다. ‘철기’ 는 거대한 다리가 특징인 이족 보행 기체로, 탱크보다 역동적이고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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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움직임과 미세한 떨림까지도 잘 구현한 '중철기' 의 '철기'
‘중철기’ 는 컨트롤러와 키넥트를 모두 활용하며 드라마틱한 전장체험이 가능하다는 슬로건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았다. 위의 영상만 봐도 이제껏 발매된 그 어떤 키넥트 게임보다 재미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자도 이 프로모션 영상 하나에 마음이 흔들려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면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바로 ‘보는 것과 실제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는 것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게임의 각 요소들을 군대 계급(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에 비유해 설명하겠다. 이등병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시키는 대로 그저 열심히 해야 하는 단계, 일병은 군인의 기틀을 갖춰 가장 열심히 나서서 일해야 하는 단계, 상병은 진정한 군인으로 일을 요령 있게 확실히 처리하는 단계, 병장은 다 할 수 있지만 의욕이 없어서 안 할 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아직 입대를 앞둔 미래 군인에게는 매우 아쉽다, 아쉽다, 좋다, 하기 나름 순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전장 재현도는 수준급! ‘철기’ 조종이 다가 아니다
‘중철기’ 의 전장 재현도는 상병급이다. 정말 리얼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출신으로써 중대, 대대는 옵션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KCTC)에 GOP까지 숱한 작전을 수행한 기자가 말하는 것이니 믿어도 좋다. 작전(스테이지)마다 적군의 철기 외에도 호시탐탐 기체의 빈틈을 보병 부대, 대전차화기로 아군 ‘철기’ 의 다리를 노려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펜저 파우스트 사수, 멋모르고 이동하다간 폭사 당할 수 있는 지뢰밭 등등, 살기 위해선 현역 시절 달달 외웠던 병기본 지식을 총동원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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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적은 적의 '철기' 가 아니다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보병 부대의 위협이
더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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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체가 피격 당하면 장갑 셔터에 금이가거나 깨져 시야 확보도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철기’ 가 입은 대미지에 따라 다양한 변수도 발생한다. 이벤트에 따라 적군은 ‘철기’ 내부에 수류탄을 투척하거나 갈라진 틈새로 칼을 휘둘러 동료를 살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내부에 수류탄이 투척된 경우 재빨리 손을 뻗어 아래 해치를 열어 던져야 하고, 게릴라 공격은 상대를 바라보고 권총으로 사격해 처리해야 한다. 또한 철기 내부에 열기가 급속도로 오를 때가 있는데 이때는 뱅크패널 통풍기를 개방할 필요가 있으며, 적에게 입은 대미지로 장갑 셔터에 금이 가 깨지면 셔터를 개폐시켜 날아오는 총알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할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단순히 ‘철기’ 를 조종하는 액션이 다일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얕은 생각인지, 게임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드라마틱한 전장체험은 빈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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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부에 발생하는 각종 돌발상황에 대비할?임기응변도 필요하다
보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게임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컨트롤러와 키넥트 모두 활용해야 하는 게이머의 적응력이 이등병(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점이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언급한 ‘보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는 결정적인 이유다.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리얼한 전장 표현은 돌려 말하면 오로지 유저가 컨트롤러 조작과 몸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즉 엄청난 부담으로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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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실제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유저가 직접 손을 뻗어 조작하면서
체감하게 된다
유저가 키넥트를 통해 조작하는 동작은 기본적으로 손 내밀기(밀기/당기기), 일어서기(앉기), 손을 머리 위치로 올리기, 손을 옆으로 슬라이드(왼쪽, 오른쪽) 등 크게 4가지다. 이 정도면 타 키넥트 게임과 비슷해 할 만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콕핏에 들어가면 아주 심각해진다. 콕핏에는 슬릿 핸들, 모니터, 뱅크 패널, 철기 기동 레버, 고속 이동 레버, 잠망경, 장갑 셔터 개폐 레버, 주포 탄종 변경 버튼 등 동작 해야 할 8가지 항목이 더 추가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콕핏 내부가 협소해 원치 않은 동작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예를 들어 장갑 셔터 개폐 레버를 동작해야 하는데 바로 위에 위치한 잠망경을 내리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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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이동, 고속 이동, 슬릿 핸들, 주포 발사 등
자동은 없다, 유저가 모두 수동
조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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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을 들어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에게
몸이 쉽게 노출되어 사망할 위험도 커진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반복 숙달밖에 없다. 어느 위치에 손을 뻗고 또 당겨야 하는가는 익숙해지기 나름이다. 하지만 게임 내 긴박한 전장은 순순히 유저가 숙달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처음 시작과 함께 조작에 대한 간단한 튜토리얼을 배울 수 있지만, 실제 게임에 들어가면 새로 적응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어미사자는 새끼를 벼랑에 떨어뜨리며 강하게 키운다고들 하지만, 게임으로서는 너무 불친절하지 않나 싶다. 이렇다 보니 스테이지 초반부터 각종 알 수 없는 이유로 게임 오버를 당하는 일이 잦다. 여기서 게임 오버는 단순히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불편한 차원에 문제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쏘고, 이동하는 모든 동작을 유저가 다시 몸으로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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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았다 일어났다, 왼쪽보다 오른쪽 보다
게임 오버를 당하면 다시 반복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피곤함은 생각하기에 따라 아주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병장)도 든다. 일종의 휴식 권장이랄까? 온라인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휴식 권장 문구는 1시간 플레이 이후 10~20분 휴식을 권장하는 내용이 대체로 많다. 성인 게이머의 경우는 솔직히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을 텐데 ‘중철기’ 를 플레이 한다면 철저히 지키게 될 것이다. 그 만큼 하나의 스테이지만으로도 소비되는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을 해보면 스테이지마다 얼마나 많은 동작을 반복하는지 헤아리기 조차 힘든데 이동과 사격에 필요한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 적진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왼손을 올려 잠만경 모드로 염탐하고, 또 헤드샷에 노출되어 위험하니 급하게 앉아야 하는 등, 마치 유격장에 온 듯한 체력 소모를 느낄 수 있다. 현역 시절 무사고 무열외로 유격을 완수한 특급전사인 기자조차도 생전 지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휴식 권장을 ‘중철기’ 를 통해 강제로 경험했을 정도다.
이제껏 없던 진짜 전장 체험이 가능, 하지만 게이머가 그때까지 버틸지 의문
‘중철기’ 는 확실히 여느 키넥트 게임보다 손이 많이 간다. 즉 동작 요구가 굉장히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같은 동작만 무한 반복하는 그런 게임은 또 아니다. 모든 동작에는 이유가 있고 실제 파일럿이 된 것 같은 리얼함을 잘 구현해낸 게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저가 감당해야 할 체력 소모가 꽤 심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게임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구현한 듯 하다. 욕심이 지나쳤다.
분명한 것은 ‘중철기’ 는 끈기를 비롯해 어느 정도 체력도 받쳐줘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이 게임은 한참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일병과도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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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특급 체력을 갖춰야 원활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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