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그 여덟번째 편은 <메리에겐...>과 <아메리칸파이>의 코드와 일맥상통한다 |
지금의 시에라(비록 유통사로 남았을 뿐이지만)를 있게 한 주옥같은 어드벤처 역작들 중에서 ‘래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남다르다.
‘에로 어드벤처’라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개념으로 다가온 래리는 유쾌한 성인풍의 코미디와 신랄한 풍자로 1987년 처녀작이 출시된 이후 약 천만카피에 가까운 경이적인 판매수치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엔지니어가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프로그래밍까지 담당하던 당시의 열악한 게임제작환경에서 전문적인 스토리라이터인 알 로위(Al Lowe)의 손길이 시에라의 켄윌리암스와 만난 계기가 게이머들을 열광시킨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그 결과 래리는 로버타윌리암스의 ‘~퀘스트’ 시리즈와 함께 시에라를 대중에게 알린 초석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어쨌든 3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계획이었던 래리는 예상외의 폭발적인 반응에 7편까지 출시되기에 이르렀고(4편은 그냥 건너뛰었지만 -_-;) 미국의 일부지역에서는 래리를 주제로 한 총각파티(?)가 열리는 등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그러나 어드벤처 장르가 사양길로 접어들며 래리 역시 시리즈단절의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 래리 러비지. 그의 삼촌과 하나도 다를게 없어보인다 -_- |
6년이라는 긴 세월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태어난 래리. 게이머와 함께 늙어온 추억 속의 그대가 부활한다는 소식은 오래도록 시에라의 어드벤처를 염원해온 팬들에게 다시금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만들고 있다.
“래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하이볼티지소프트웨어에서
개발되고 있는 여덟 번째 ‘래리’는 미국식 성인코미디인 ‘아메리칸파이’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같은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것으로 출발한다. 물론 올드게이머에겐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작품은 중년의 로망(?)을 보여주던 래리 래퍼가 아닌 사촌조카인
래리 러비지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은 바다
건너 땅에서도 통용되는 듯 하다. 래리 러비지 역시 그의 삼촌 못지않게 혈기왕성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등장, 오스틴파워의 주인공에 필적하는 특이한 캐릭터를
십분 발휘해 게이머들의 배꼽을 빼놓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 탈의실 엿보기 |
마그나 컴 라우드에서 래리 러비지는 커뮤니티 칼리지라는 대학을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등장한다. 과거 시리즈의 시작이 언제나 그렇듯 래리 러비지는 왕따근성을 몸에 지닌 왕자병 말기증상의 인물로 대학기숙사에서 낮잠을 자거나 그 외의 시간은 온통 여자 꽁무니를 뒤쫓아 다니는데 정력을 쏟아 붓는다.
그러던 와중 뭔가 특별한 일을 발견한 래리. 그것은 대학캠퍼스에서 TV데이트쇼 촬영을 시작한다는 일인데 ‘운명적인 사랑’을 언제나 꿈꿔온 래리로서는 그 기회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을 직감한다. 물론 주위에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_-;
마그나 컴 라우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과거의 정적인 게임진행방식에서 벗어나 액션과 퍼즐이 적절히 조합된 백화점식 게임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령 탈의실을 엿보는 미니게임이라든가 맥주 빨리 마시기, 댄스파티에서 벌이는 춤 대결까지 다채로운 미니게임으로 시종일관 게이머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게임플레이를 선보인다는 것인데, 상대여성과 대화를 할 때도 텍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액션게임을 즐기듯 화면 아래로 지나가는 액션박스를 리듬감 있게 클릭 한다는 식이다. 타이밍만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면 쭉쭉빵빵 여대생과 맥주한잔을 즐기며 평화로운 저녁을 보낼 수 있겠지만 게이머의 감각이 둔하다면 따귀에서부터 심지어는 옷이 홀딱 벗겨져 캠퍼스를 방황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과거에 볼 수 있었던 정통 어드벤처의 묘미도 사라졌고 알 로위의 정곡을 찌르는 대화도 느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성을 지레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웨이스트랜드를 롤플레잉 최고의 명작 중의 하나로 부활시킨 폴아웃이나 훌륭한 게임스타일이 사장될 줄로만 알았던 그랜드씨프트오토가 3편에 이르러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듯, 래리 역시 ?부활의 종소리를 멋지게 울릴지 모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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