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밀리터리 바람은 계속된다.
2003년부터 불기 시작한 밀리터리 붐은 FPS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카르마 온라인으로 시작된 이 바람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이하는 등 게임계의 침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몫을 해줬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사실성이라는 것에 눈을 뜨면서 전투라는 것이 람보처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등장한 것이 스쿼드(Squad: 분대) 방식의 밀리터리다. 하지만 분대전투 방식은 자신이 선택한 병사들을 일일이 조종해줘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데다 국내에서 출시된 이런 류의 게임 중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몇 되지 않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굳이 이런 방식의 게임 중 인기를 끈 것을 꼽으라고 하면 98년도에 출시되었던 <레인보우 식스>정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히든 앤 데인저러스>시리즈도 조작감 때문에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덕분에 밀리터리 게임은 FPS 외에 대안이 없는 것처럼 인식,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었다.
이런 와중에 <워리어>의 발매소식은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스쿼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성과 조작감이 이전의 비슷한 류와 비교해 발전한 면이 많았기 때문, 국내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E3 등 해외게임쇼와 해외 게임 잡지, 웹진에서는 ‘게임성과 사실성이 조화된 게임’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사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
<워리어>를 플레이 해보면 알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내내 아주 높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이 부분은 게임플레이 부분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그 이유는 바로 <워리어>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다. 워리어의 제작 동기는 4년 전 미 육군의 군사연구기관에서 시작된다. 미 육군은 앞으로의 전투가 대규모전보다는 기동성과 도시주심의 소규모 게릴라전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이런 형태의 전투에 대한 경험이 적은 군인들을 트레이닝시킬 시뮬레이터가 필요했다.
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군인들에게 적합한 시뮬레이션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던 중 군인들이 여과시간에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는 것에 착안, 이를 통해 훈련에 관한 기본요소를 배우게 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미군이라는 것들은 노는 시간에도 훈련을 시키는 대단한 족속이다). <아메리카 아미>가 미군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워리어>는 모집한 군인을 트레이닝 시키기 위한 게임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런 목적에서 미육군은 <워리어>의 개발사에 제작을 의뢰했다. 이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할 때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분대기반의 전투, 두 번째 미육군의 교전수칙을 준수할 것, 세 번째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제작할 것(실제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조건에 맞춰 2003년 여름, 군대에 게임이 납품되어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이 게임을 해보고 싶은 분은 미육군에 자원입대하라-_-).
대게 이쯤에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만 개발사에서는 모처럼 얻은 분대전투에 관한 노하우를 그대로 묻어두고 싶지 않았다. 납풍용 게임기반에 스토리를 얹고 게임적인 요소를 삽입했다. 각색이 있었지만 실전용 시뮬레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실성이 비슷한 류의 게임보다 뛰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의 겉모양을 살펴보자고
이젠 모셥캡쳐나 실제 총기 발사음을 채용했다니 등의 것들은 웬만한 액션게임에서는 기본이 되니 이런 것에 관한 이야기는 접어두자. 대신 <워리어>가 군사용 시뮬레이션에서 어떻게 게임성이라는 요소를 갖췄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스토리가 생겼다. 게임의 배경은 중동에 있는 가상 국가 제키스탄으로 이곳의 지도자인 알 아파드라는 자가 인종청소를 자행한다. 이에 정의로운(-_-)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자국 군대를 파견하고 알 아파드의 만행을 막는 것을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국가와 지도자 이름이 아닌가? 냄새가 난다).
두 번째로 무기의 성능들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 졌다. 예로 연막탄과 플래시 뱅 등 폭탄이 터지는 시간과 지속시간이 실제보다 조금 빨라졌다. 실제 군대에서 사용되는 연막탄의 경우 투척 후 시야를 가릴 정도로 연막이 퍼지려면 45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 중 연만탄 던지고 45초를 기다려 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
스쿼드 4종 세트를 소개합니다.
게이머는 알파와 브라보 등 두 개 분대, 총 8명의 대원을 컨트롤 한다. 각각 4명씩 한 조인 당신의 충실한 종들은 팀리더, 그레네이더, 중화기병, 라이플맨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알파팀의 리더가 컨틀롤 대상이며 나머지 세명은 리더의 지시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인다.
팀원들은 모두 게이머가 필요할 때마다 조종을 할 수 있지만 절대로 혼자서 행동하지 않는다. 만일 게이머가 라이플맨으로 컨트롤하던 중 다른 분대에 지원사격을 해주고 싶어 사격했다고 치자. 그러면 바로 총을 들고 쏘는 것이 아니라 분대장이 “엄호사격”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다른 분대원들이 동시에 사격을 한다.
왜 이러냐고? 쏘고 싶을 때 팍팍 왜 안쏘냐고?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게임은 미군 교전수칙을 기본으로 제작되었다. 소대원이 분대장의 명령도 없이 이동하고 발사하는 거 봤수? R다면 그게 당나라 군대지, 최강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 정의를 수호하는 미군이겠수?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 목표지역을 설정하고 이동명령을 내리면 분대장이 해당명령을 내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때는 화면 오른쪽 아래에 모래시계가 뜨고 그동안은 다른 액션을 취할 수 없다.
전투개시
이처럼 분대가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게이머는 8명의 병사를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두 명을 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게임 진행과정 대부분에서 팀 리더만 컨트롤 해주면 된다. 다른 병사는 시야확보와 폭탄투척 등 특별한 상황일 경우에만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행동들이 간소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손이 느린 사람은 미션을 완수하는데 힘이 든다.
<워리어>는 인질구출, 지역확보, 적 사살 등 다양한 미션목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누차 이야기 하지만 이 게임은 사실성이 정말 높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들처럼 ‘미션 스타트~ 타타탕~, 펑~, 미션 클리어~, 라운드 2~!!’의 순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기본적으로 세이프티 존을 출발, 분대별로 시야와 지역을 확보하고 적이 있을 시에 한 개 분대가 지원사격을 해주고 다른 한 분대는 이동, 다시 다른 분대를 위한 지원사격을 하면서 미션을 완수한다. 중간에 동료가 부상을 입으면 죽기 전에 메딕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사격도 원샷원킬의 로망을 꿈꿔서는 안 된다. 이 게임은 <퀘이크>같은 액션성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현실에서 적이 총을 쏘는 데 뛰어들어가는 미친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게임에서는 크로스 헤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격 방법은 적이 있는 구간을 사격지역으로 선택해 공격명령을 내리면 적이 쏘는 총탄을 피해 조심스럽게 공격, 다수의 분대원으로 하나의 적을 처리할 때도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덕분에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손놀림이 빨라야 한다. 여기서 <워리어>라는 게임이 가진 재미가 창출된다. 적의 공격을 피해 이동하려면 GPS를 통해 지형을 익히고 머릿속에 침투루트를 짬과 동시에 병사를 이동하고 분대 전환키를 눌러 행동을 입력하고…. 안전한 엄폐물을 찾기 전까지 손가락이 쉴 틈이 없다.
그만큼 감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미션이 길다고 느낄 시간조차 없을 정도다. 실제로 필자가 적이 있는 골목길을 하나 확보하는데 20여분의 시간을 필요했지만 체감시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한 라운드 뛴 것처럼 짧게 느껴졌다.
GPS와 진형을 지배하는 자가 전투를 장악한다.
<워리어>는 최소 4명씩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진형을 짜서 움직인다. 물론 각 지형에 맞게 미리 진형이 짜져있어 게이머가 ‘라이플 맨은 여기, 팀 리더는 저기’하면서 개별적으로 명령을 내릴 필요는 없다. 덕분에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진형은 자동으로 짜주지만 이동은 게이머가 직접 해야 한다. 4명이 숨기에 좁은 엄폐물로 이동시키면 진형은 짜서 움직이지만 한두 명의 부대원은 적의 공격에 완전히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동시킬 때는 4명이 한꺼번에 숨을 수 있는지, 이동 중에 적의 공격을 받지 않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만일 부득이하게 적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면 다른 분대에 지원사격을 명령하고, 이동할 부대는 무빙샷을 하면서 움직여야 그나마 죽을 확률이 낮아진다.
너무나 자세해 불편한 트레이닝
<워리어>는 게이머가 쉬는 꼴을 못 볼 정도로 많은 움직임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단축키 버튼을 확실하게 몸에 익혀야 한다. 이를 위해 게임개발사는 친절하게 트레이닝 모드를 미션 전에 삽입, 게이머가 충분히 조작키를 외우도록 강요한다. 단 말 그대로 강요한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스킵기능도 없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이 키는 동작하지 않아’라고 출력해주고 무시해 버린다.
그러면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한다. ‘자 이 버튼 눌러봐~ 이건 말이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냐면 말이야’ 라고 하면서…. 20여분 동안 진행되던 트레이닝 모드에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덕분에 각각의 키가 가진 기능이 무엇인지 다 알게 되었지만-_-). 게임은 재미있지만 시작 전에 진을 빼놓는 이런 튜토리얼은 출시 버전에서는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처럼 정통 스쿼드 방식의 액션게임이 작은 불편함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텍스트 한글화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제발~, 용어통일에 신경써주기 바란다. 엉성한 한글화는 아니한만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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