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에는 이미 많은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특히나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그 이후에 등장한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그 고전의 탄생에도 영향을 준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게임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마이크로프로즈의 1987년 작 <해적!(Pirates!)>의 탄생 또한 예외는 아니다. 게임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통하는 시드 마이어는 그의 게임개발에 영향을 준 게임들이 많다며 <스페이스 인베이더나>나 <퐁> 같은 고전게임을 예로 들었다. 특히 그는 대니 번튼 베리의 <세븐 시티즈 오브 골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게임을 본 순간 그 규모에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명 그 게임은 <문명(Civilization)>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 제가 만들었던 게임은 비행기나 잠수함이 등장하는, 좁은 시야를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븐 시티즈 오브 골드>를 접하고 나서는 게임 플레이가 반드시 화면의 크기에 제약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과 함께 넓은 맵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임이 바로 <해적!>입니다. 나중에 번튼이 <해적!>을 보고는 자신이 <세븐 시티즈 오브 골드>에서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부분을 이 게임은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시드 마이어, ‘게임의 역사(러셀 드마리아, 조니 L 윌슨 저)’에서
<해적!>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는 기존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드 마이어는 몬스터를 죽이면 경험치를 얻고 다시 몬스터를 죽여야 경험치를 얻는 롤플레잉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또한 유리컵과 지팡이, 솔 같은 물건이 있는 방에 들어가 지팡이를 줍는 식으로 진행되는 어드벤처 장르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플레이어에게 전해주지 못한다고 느꼈다. 결국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어드벤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기를 원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해적!>은 일반적으로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는 오묘한 게임이 되었다. 그는 이 게임이 영화처럼 재미와 흥분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게임 플레이에 접근하게 만들었다. 칼싸움, 광활한 맵을 배경으로 한 탐험, 강력한 지배자, 그 지배자 딸과의 로맨스, 전투와 같은 요소들이 <해적!>의 게임 플레이를 구성한다.
그 전설적인 <해적!>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올 가을 발매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게임의 골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도스 시절의 도트가 튀는 2D 게임에서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모로 윈드>, <프리덤 포스> 등에 사용됐던 ‘NDL의 게임브로이 엔진(Gamebryo engine)'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이것이 진정 시드 마이어의 게임인가? 라고 감탄할 정도로 <문명>, <게티스버그>, <알파 센터우리> 등 그의 최근작의 자장에서 벗어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타일의 호쾌한 전투와 전략 시뮬레이션의 아기자기한 해상전투를 보여주고 있다. <시드 마이어의 해적!>이 게임큐브의 <메트로이드 프라임> 이나 Xbox의 <닌자 가이덴>처럼 전작을 뛰어넘는 게임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올 가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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