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때의 첫 경험을 생각하면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마우스를 놓을 수 없었던 유혹적인 게임 ‘디아블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절묘한 밸런스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손맛이 버무려진 액션롤플레잉의 완벽한 표상 그 자체였다.
▶ 게임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디아블로 시리즈 |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를 제작한 블리자드 노스(블리자드는 크게 전략시뮬레이션 시리즈를 개발한 사우스와 디아블로의 노스팀으로 나뉜다)는 당초 선소프트를 위해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 포스’라는 게임의 포팅작업을 진행하던 콘도르(Condor)라는 이름의 개발사로 자금상의 문제 때문에 개발을 중단했던 ‘디아블로’를 블리자드와 함께 완성하며 최고의 명성을 누리게 된다.
▶ 그 전설을 만든 주역들이 플래그쉽스튜디오라는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
콘도르는 1996년 2월 블리자드로 흡수된 이후 ‘블리자드 노스’라는 개발사로 사명을 변경,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 블리자드 게임의 인기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배틀넷을 만들고 결국 회사를 세계 최고의 개발사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맥스 쉐퍼, 에릭 쉐퍼 형제를 필두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낸 블리자드의 일등공신들은 디아블로로 이룩한 명성을 뒤로한 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게이머들에게 꽤 충격적인 소식이 될 수도 있었던 이들의 행보는 곧 ‘플래그쉽스튜디오’라는 새로운 개발사설립 소식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야심작이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
그리고 3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개발한 ‘디아블로 창시자’들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드디어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이름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선언이 어떤 결론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턴제 롤플레잉에 불과했던 디아블로를 단 30분만에 전세계 게이머들의 밤을 불태워버린 실시간액션롤플레잉으로 바꿔놓은 이들의 괴력은 결코 호락호락한 모습으로 나타나 우릴 실망시키진 않을 것이다.
지옥으로 변한 런던의 폐허 아래…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런던을 무대로 삼고 있는 헬게이트는 인간이 악마와의 대전쟁에서
패하고 난 뒤 5년 이후의 시점을 그리고 있다. 전쟁에서 생존한 인간들은 런던의
지하로 거점을 옮기게 되고 게이머는 악마들이 지배하는 지상세계의 탈환을 목표로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플래그쉽스튜디오의 대표 빌로퍼는 런던을 게임의 주무대로 삼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형성된 ‘던전’으로 꼽았다. 수세기전부터 만들어진 하수구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철통로, 2차 세계대전에 만들어진 공중폭격의 자국에 이르기까지 런던은 저항군이 숨을만한 천혜의 요새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런던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디아블로 2의 아트디렉터였던 맥스쉐퍼와 배경 아티스트인 데이브글렌은 영국을 수차례 방문했고 그 결과 세인트폴 교회나 버킹엄궁전 등 유명한 건축물이 게임 속에 녹아들었다. 플래그쉽스튜디오가 자체개발한 엔진으로 구현된 이러한 게임세계는 디아블로가 그랬듯 랜덤하게 생성되는 맵과 퀘스트로 항상 생소한 느낌을 선사한다.
헬게이트: 런던이 단순한 롤플레잉게임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액션의 1인칭모드와 디아블로와 다를 바 없는 3인칭 쿼터뷰 시점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플래그쉽스튜디오의 개발진은 비록 롤플레잉 장르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디아블로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짜릿한 손맛이 느껴지는 ‘액션성’에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발진은 이러한 액션성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게임방식을 1인칭액션과 3인칭액션이라는 두 가지 모드로 나눠 게이머의 취향에 맞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여타 롤플레잉 장르의 게임처럼 헬게이트는 캐릭터의 외형을 설정하는 메뉴를 게임시작과 함께 제공한다. 하지만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성별과 외형 그리고 클래스 뿐, 더 이상의 복잡한 선택사항은 제공되지 않을 예정이다. 게다가 선택가능한 클래스조차 그 숫자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것이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설명.
일단 캐릭터를 선택하면 해당 직업의 배경을 설명하는 간략한 소개영상이 흘러나온 직후 곧바로 게임이 시작된다. 복잡한 단계나 구구절절한 배경설명 없이 곧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게임스타일이 디아블로에서 주효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한 모습이다. 예상한 내용이겠지만 선택가능한 직업이 적다해도 스탯분배에 따라 캐릭터는 천차만별한 모습을 띄게 된다. 총 50레벨로 형성된 헬게이트의 레벨시스템은 상승할 때마다 얻는 스탯포인트를 공격(Offensive), 지속(Passive), 콤보(Combo move) 등 세 가지 카테고리에 분배함으로서 다양한 개성을 띄게끔 만든다. 이와 같은 ‘스킬트리’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에 따라 캐릭터는 사실상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
악마가 세계를 지배하지만 근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 만큼 헬게이트는 칼과 같은 고전적인 무기에서부터 라이플, 로켓런처와 같은 다양한 화기를 지원하며 마법 또한 새로운 형식의 이름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줄 마법이란 모든 무기에 장착된 스펠 딜리버리 시스템(Spell delivery systems)에 의해 구현되는 것으로 캐릭터의 스탯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마법효과를 지원한다.
또 헬게이트의 모든 무기와 착용장비는 ‘소켓’이 존재하며 이는 디아블로의 룬(Rune) 시스템처럼 특정한 물건을 삽입함으로서 새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명 인벤토리 시스템이라고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디아블로에서 볼 수 있었던 ‘호라드릭 큐브’의 특징은 물론 아이템 제조의 다양한 방식을 지원하게 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게임의 형태 또한 온라인이 아닌, 디아블로처럼 싱글플레이가 바탕이된 멀티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배틀넷과 같은 중개서버를 이용해 16~32인의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헬게이트는 래더형태의 순위리스트를 공개함으로서 게이머들의 경쟁심을 유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게임이 서비스되는 방식은 단순히 디아블로처럼 방을 개설하고 그 안에서 게이머들이 혈전을 벌이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는게 게임유통사인 한빛소프트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정보를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헬게이트는 MMORPG의 장점과 멀티플레이의 매력을 한데 혼합한 ‘진화한 네트워크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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