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퀘이커들이여. 전설이 부활한다!(퀘이크 4)

이름만 들어도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는 게임이 있다. ‘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게임이 있다. 1인칭액션이라는 장르는 물론이고 게임계 전체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하드웨어 판매시장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게임 ‘퀘이크’. 그 불멸의 역사가 다시 새로운 부활을 꿈꾸려 하고 있다.

이전에 게재한 프리뷰의 첫 단락만큼 퀘이크를 잘 나타내주는 말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1인칭액션마니아들이 기다려온 액션게임의 바이블이자 액션게임개발의 교과서처럼 여겨져 온 퀘이크. 10년 만에 등장한 둠 시리즈의 후속작 '둠 3'가 예상보다 적은 호응을 받았던 탓인지 기대감이 희석된 감은 없지 않으나 둠과 퀘이크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게임이다. 마치 전란이 끝나고 강호의 고수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재야의 수많은 마니아들이 출현을 종용하고 있는 게임. 그런 설레임은 오직 퀘이크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린 퀘이크 2의 세계관에서 싱글플레이의 멋진 배경을 차용할 수 있었고 퀘이크 3에서 멀티플레이의 교본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라는 제작사 레이븐소프트의 말처럼 퀘이크 4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융합을 골자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퀘이크 3의 하드코어한 멀티플레이를 기대하는 게이머들에겐 싱글플레이의 강화가 걱정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레이븐소프트는 그리 녹록한 개발사가 아니다. id소프트의 호러액션게임인 헥센의 PS버전을 시작으로 메이지슬레이어, 섀도우캐스터 등을 개발해 제작사를 꾸려온 레이븐소프트는 이후 헥센의 공식 확장팩과 헥센 2, 솔저 오브 포츈 시리즈, 루카스아츠의 제다이나이트 시리즈, 스타트렉 등 수많은 FPS게임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의 1인칭액션개발스튜디오로 이름을 날려왔다.

퀘이크 4는 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정체불명의 외계인과의 또 다른 혈투를 그리고 있다. 2편에서 외계인들의 정체를 연구한 지구는 스트로그(Strogg)로 불리는 그들이 블랙홀을 이용해서 은하계 저편으로부터 왔으며, 역으로 우리도 그들의 별로 갈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스트로그의 방어는 대규모 공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최첨단의 시스템으로 구축됐고, 따라서 지구는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예 우주 해병대를 개인침투선을 이용해 스트로그의 행성에 투하한다. 이 수많은 침투선 중의 하나에 몸을 실은 주인공은 결국 스트로그의 방어선을 괴멸하고 그들의 보스인 마크론을 죽여 지구를 구해낸 것이다.

퀘이크 4의 시작은 이들 스트로그가 모두 괴멸되지 않았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주인을 잃은 스트로그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부활한 마크론을 주축으로 새롭게 그룹을 결성, 지구에서의 대규모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시작한다. 즉 퀘이크 4는 스트로그의 방어선이 무너진 직후인 퀘이크 2의 엔딩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새로운 주인공은 무력화된 방어선을 뚫고 들어간 침투선의 새로운 해병 메튜 케인(Mattew Kane). 그가 탑승한 드롭쉽이 침투도중 스트로그의 대공포에 격추되면서 게임은 시작된다.

지난 14일 퀘이크콘에서 공개된 퀘이크 4는 지금껏 레이븐소프트가 소개해온 플레이영상이 거짓된 것이 아님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격추된 드롭쉽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주인공 메튜 케인. 그는 피스톨 한 정만을 든 채 자신에게 달려오는 스트로그 병사들을 죽이며 흩어진 동료들을 하나 둘 씩 규합해 분대를 결성한다.

어둡고 느리며 시종일관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던 둠 3, 그 엔진은 퀘이크 4를 만나 게이머를 마치 세계 2차대전의 오마하 해변으로 옮겨놓은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게임의 도입부는 메달 오브 아너 원작의 오마하미션이나 콜 오브 듀티의 발지전투를 연상시키는데, 수많은 참호와 쏟아지는 포격을 뚫고 나가는 해병들의 모습이 D-Day의 그 치열했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해병들이 교신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전진하고, 드롭쉽을 근거지로 삼아 방어하는 광경은 기존의 퀘이크나 둠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긴 하지만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무척 밝기까지 하다. :)

특히 다른 액션게임에선 보기 힘들었던 ‘그럴듯한’ 탈 것과 스트로그의 신무기들은 퀘이크 4의 싱글플레이를 더욱 흥미로운 광경으로 연출한다. 퀘이크콘을 통해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탈 것은 마치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듯한 빠른 속도의 해병용 호버탱크와 해병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기갑워커. 이 중 한 손에 다연발 로켓을 장착하고 있는 기갑워커는 움직임은 꽤 느리지만 높은 방어력과 공격력으로 메크류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인간보다 더욱 발달된 공격무기를 가지고 있는 스트로그들은 비행정에서 투하한 포탄이 땅 속에 박힌 뒤 터렛으로 다시 튀어나와 해병들을 공격하거나, 스파이더맨 2에서 기계촉수를 가진 닥터 옥토퍼스를 연상시키는 화기들로 기상천외한 공격을 퍼붓는다. 포로가 된 종족들의 몸을 전투기계로 만든 뒤 신경칩을 삽입, 사이보그로 만들어진 스트로그의 병사들은 퀘이크 2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인 상대들이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이들 스트로그의 포로가 되면서 게임은 긴박함을 더해간다. 자신이 속한 부대원들이 통째로 붙잡혀 컨베이어벨트에 묶인 채 스트로그의 병사가 되기 위한 공정에 들어가는 광경. 다리와 팔이 잘려나간 뒤 기계장치들로 채워지고 신경칩이 뇌에 삽입되기까지 모든 광경이 1인칭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모습은 왠만한 하드코어 영화에 버금가는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신경칩이 삽입되기 직전 주인공은 다른 해병동료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출된다. 정신은 인간이지만 몸은 스트로그 병사화된 메튜 케인. 스트로그들의 언어까지 이해하게 된 그는 인간시절(?)과는 비교도 안되는 빠른 몸놀림과 공격력으로 다시금 복수혈전을 시작하고 적의 통신을 교란시키며 지구방위군의 임무를 돕는다.

여기까지 소개된 것은 퀘이크 4의 긴박감 넘치는 싱글플레이의 내용이다. 퀘이크콘이나 지난 E3에서도 수많은 마니아들이 기다려온 ‘멀티플레이’의 시연장면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제작사의 말에 따르면 퀘이크 3의 그 정교한 플레이를 뛰어넘는 수준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많은 게이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멀티플레이의 밸런스를 자칫 흐트려놓을 수 있는 탈 것은 멀티플레이에 제공되지 않는다. 전편이 그랬듯 게이머의 타고난 감각과 부단한 노력만이 멀티플레이의 승부를 갈라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