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온라인게임 기대작 3종, 중간점검!
넥슨의 '제라'와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이하 그라나도), 그리고 웹젠의 두 번째 MMORPG인 '썬 온라인'까지 올 하반기 클로즈베타테스트에 들어간 이 세 게임의 격돌이야 말로 올 한해 온라인게임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가 아닐까 한다. 오죽하면 각 게임의 베타테스터 모집에 수십만명의 지원자가 몰렸을 정도다.
▲이런 뉴스로 등장할 만큼 큰 이슈였다 (사진은 스포츠한국과 오마이뉴스의 기사) |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고 했던가?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테스터에 뽑힌 유저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요란하고 화려한 치장만 했지 속 내용을 까놓고 보면 결국 기존의 온라인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각 게임은 이미 두 번 이상의 베타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이러한 유저들의 의견을 흘려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대작 중 하나인 썬 온라인과 그라나도 에스파다 |
그렇다면 이 게임들에는 무슨 문제가 있으며,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세 가지 온라인게임의 현 실태를 짚어보자!
▲그리고 제라. 겉 보기에는 세 게임 모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
※본문의 내용은 각 게임의 가장 최근에 치러진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기준으로 삼았다. 단, 세 게임 모두 현재 클로즈 베타테스트 기간인 점을 감안하여 ‘게임의 중심적인 시스템과 치명적인 버그’ 이외의 자잘한 항목은 논하지 않도록 하겠다.
썬 온라인 - 뮤의 악습만을 닮아 가는가?
썬 온라인은 뮤 이후 이렇다 할 게임을 내놓지 않던 웹젠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두 번째 MMORPG다. 배틀존이라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과 웹젠 특유의 뛰어난 그래픽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썬의 모습은 겉멋만 잔뜩 든 ‘화면을 돌릴 수 있는 뮤’에 불과하다는 것이 테스터들의?평이다. 게임에 접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순한 사냥뿐이었고, 그렇게나 자랑하던 배틀존 시스템 역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자리’에 불과했다.
물론 단순한 사냥에 질린 유저들을 위한 미션맵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배틀존도 있지만, 일반 헌팅맵에 보스만 추가되었을 뿐 그 이외에는 일반맵과 다를 바가 없다.
▲설마 이런 것을 가지고 ‘트랩’이라고 우기는 것은 아니겠지? |
▲보스를 추가한 것은 좋았지만... |
그렇다면 현재 썬 온라인의 유일한 컨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사냥이 재밌느냐? 그것도 아니다. 썬 온라인의 사냥에는 제일 중요한 요소인 ‘박진감과 긴장감’이 빠져있다. 엄청난 양의 물약 덕분에 줄지도 않는 체력으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단순한 인공지능의 몹들을 상대하고 있다 보면 이건 게임을 하고 있는지 노동을 하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래저래 뮤의 안 좋은 점만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Tab>키와 <스페이스 바>키만을 이용해서 치러지는 전투는 자동사냥을 하기에 최적의 요소다! |
▲뮤의 ‘자리’와 ‘자동사냥’을 절묘하게 조합시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
최근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을 보는 시각은 예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이제 그래픽과 타격감 하나만을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썬 온라인이 무사히 오픈베타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방식의 컨텐츠가 도입될 것인지, 게임의 목적은 무엇이 될 것인지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 지금 1,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마친 유저들이 가장 바라는 것 역시 썬 온라인의 새로운 컨텐츠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입이 아프도록 말하는 것이지만, 그래픽만큼은 발군이다. 이 그래픽을 살릴 수 있는 컨텐츠를 기대해본다 |
▲이 많은 건의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
제라 - 안정성에서 실격!
가장 최근에 세 번째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종료한 제라 역시 컨텐츠라는 측면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데미플레인과 에고패널 등 다양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인터페이스를 수정하는 등 최대한 유저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좀 더 편한 레벨 업과 아이템 수집을 위한 것’에 그친다. 게다가 대부분의 시스템이 다른 게임에서 보여준 것을 그대로 채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뭔가 독창적인 제라만의 모습이 없는 것이다.
▲캐릭터 선택화면은 참신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
컨텐츠 이외의 부분도 문제다. 이미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지만 제라의 버그는 첫 번째 테스트 때 보여줬던 그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전히 일부 메인보드에서는 제대로 된 사운드가 지원되지 않고 있으며, 몬스터가 반격을 하지 않는다던가 맵 이동 중에 끼이는 현상 등은 예사로 일어나고 있다.
▲업데이트 하면서 정확히 16번의 재실행과 2번의 리부팅이 있었다 |
다행인 점은 최소한 개발사 스스로가 게임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하루에도 두 세 번씩 거치는 업데이트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제라에 자리 잡고 있는 버그가 너무도 많다.
▲에고 패널 같이 강화된 시스템도 있다 |
▲반격을 하란 말야! |
그라나도 에스파다 - 서버를 사수하는 것이 과제다!
위의 두 게임에 비하면 그라나도의 상황은 조금 나은 편이다. 앞에서 문제가 되었던 컨텐츠 부분은 이미 차후 구현될 컨텐츠들을 어느 정도 기획해 놓은 상태며 임프레션 테스트와 토너먼트 테스트 등 독특한 방식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사항들을 하나씩 점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클로즈베타테스트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
하지만 그라나도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자동사냥과 랙이다. 먼저 자동사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라나도에서는 동시에 세 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는데 이 중 플레이어가 직접 맡는 것은 한 캐릭터뿐이고 나머지는 설정된 인공지능에 따라 알아서 행동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동료들의 인공지능이 너무 뛰어난데다가 몬스터가 같은 장소에서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겹치다 보니 그라나도의 사냥은 그 자체가 자동사냥이라 불러도 될 지경이다.
▲유저가 해야 할 일은 ‘몬스터가 있는 곳 까지 캐릭터를 옮기는 것’ 뿐이다 |
▲앞의 썬 온라인이 ‘매크로를 만들기 딱 좋은 게임’이라면 그라나도는 ‘매크로조차 없이 자동사냥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의 랙이다. 다행히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서버 자체의 랙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그것은 서버 자체의 랙만을 말하는 것일 뿐 개개인의 컴퓨터에 걸리는 랙은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그라나도에서는 유저 한 명당 많게는 세 개의 캐릭터가 주어지기 때문에 컴퓨터가 겪는 부담 역시 3배가 된다. 실제로 그라나도의 테스트기간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던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15명이 치르는 시합에 6명 이상이 튕기거나 멈춰버리는 사태도 발생했었다.
▲캐릭터도 3배, 랙도 3배! 그래픽도 좋다보니 문제는 더욱 커진다 |
▲1차 토너먼트의 악몽을 기억하는가? 맞아서 죽는 사람보다 튕겨서 떨어져 나간 사람이 더 많은 경기도 있었을 정도다! |
이러한 랙과 자동사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전에 김학규 대표가 말했던 ‘연내 상용화, 혹은 오픈베타테스트’는 불가능할 듯싶다.
애정이 있어서 비판하는 거다!
그렇다고 오늘 소개한 세 가지 게임에 단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썬 온라인의 그래픽과 타격감은 주저 없이 최고라고 불러줄 수 있으며 제라의 인스턴트 던전인 데미플레인은 미로를 헤맨다는 설정과 그 스케일만으로도 유저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라나도 역시 정치와 파벌, 여러 캐릭터의 동시 컨트롤 등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썬 온라인의 그래픽과 |
▲기존의 인던과 체계는 같지만 제라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다.(스크린샷은 데미 플레인에서 나오는 동영상) |
하지만 오늘 소개한 게임을 만든 곳은 넥슨, 웹젠, IMC게임즈(혹은 김학규)라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회사들이다. 그런 곳에서 나온 온라인게임의 첫 모습이 여타의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시스템에 질 좋은 그래픽만 덧붙인 수준이라는 사실에 유저들은 실망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같은 독특한 컨텐츠를 생산해낸 게임도 있지만 이 경우 오히려 게임 내의 핵심적인 버그나 랙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이와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면 엄청난 칭찬만을 해줬을 것이다! |
혹자는 ‘아직 클로즈베타테스트인 게임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클로즈베타테스트와 정식 서비스 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게임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위의 세 가지 게임이 나온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게임을 답습하려 하는 것이라면 지금 상태에서 필자가 뭐라 해줄 말은 없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게임계를 선도하는 개발사로서 그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획일화된 국내 온라인게임의 틀을 바꿔 놓으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쏟아지고 있는 유저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묵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게시물은 게임에 대한 기대가 있으니까 나오는 것이다 |
이제 국내 온라인게임의 성공 기준이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뿐이던 시절은 지났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획일화된 게임에 질려가고 있으며 발전된 시스템과 독창적인 컨텐츠를 원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세 가지 게임이 이러한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줄 수 있는 그런 개성 넘치는 온라인게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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