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축구 국가 대표 팀을 흔히 ‘태극 전사’라고 부르는데 요즘의 인기를 보면 가히 ‘현대판 영웅’이라고 할만하다.
북유럽신화에는 이런 인간의 영웅을 스카웃하는 여신이 있었다. 그 여신을 발키리라고 한다. 6월 22일 한일 동시 발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발키리 프로파일’은 북구 신화의 매력적인 여신 발키리들이 주인공인 특별한 RPG이다.
오는 22일 일본과 동시에 발매되는 ‘발키리 프로파일 2: 실메리아’의 국내판에는 한글화된 매뉴얼이 포함된다.
여신의 첫 방문
발키리 프로파일은 PS의 황혼기에 처음 나타났다.
이 아름다운 여신은 PS라고는 믿기지 않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인상적인 음악, 당시로는 흔치 않았던 화려한 성우진의 풀 보이스 지원. 마지막으로 탄탄한 스토리라는 무기를 들고 화려하게 강림했다.
북유럽신화는 그리스 신화만큼 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많은 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로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이나 남자들의 영원한 이상형 베르단디 세 자매의 모델이 된 시간의 세 여신도 북구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온라인게임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라그나로크도 제목은 물론 세계관, 게임 내 명칭중 대다수가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것들이다.
부드러운 그리스 신화에 비해 과격하고 거친 북유럽신화에는 ‘라그나로크’라는 것이 있다.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는 바그너는 이것을 ‘신들의 황혼’이라고 불렀다. 세상의 종말. 북유럽신화의 주신인 오딘의 마지막 싸움을 말한다.
오딘도 죽고 싶진 않은 까닭에 이 전투를 대비해 특수부대를 구성한다. 우리나라처럼 의무병역이 아니므로 입대하려면 ‘혼이 강한 인간(영웅)중에서 죽은 자’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부대를 에인페리아(Einherjar)라고 부르는데, 이 에인페리아들의 헤드헌팅을 맡는 신이 발키리이다.
▲ 너, 너, 너 앞으로 나와 |
발키리는 한 명이 아니므로 각각의 주인공 격인 여신의 이름이 부제로 붙어 있다. PSP 이식작인 ‘레나스’가 그랬고 이번 PS2로 발매될 ‘실메리아’가 그렇다.
차세대 게임기가 등장했고 더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요구한다는 상황은 전작이 발매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은 그래픽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만 보이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법. 하지만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래픽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듯하다. 2D였던 전작에 비해 이번 실메리아는 3D의 장점을 살려 공간감의 표현에 주목했다고 한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바람에 스치는 풀 하나도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다. 또 빛을 사용한 여신의 신비감을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여신의 이야기
전작은 여신의 이야기라기보다 여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죽은 자만 들어갈 수 있는 부대원을 모으는 것이니 일단 등장인물은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사람 마다마다, 사연도 가지각색. 이 인물들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게이머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전작에서는 여신 레나스가 에인페리아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 실메리아에서는 이미 에인페리아들과 동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리샤(상)와 실메리아(하). 마음은 달라도 몸은 하나(구별은 표정으로). |
여신 실메리아는 오딘에게 대립하다 디팡의 왕녀 아리샤의 몸속으로 강제로 환생 당하게 된다. 실메리아의 각성을 눈치 챈 오딘은 여신 아리를 보내 실메리아를 발할라로 데려오려 한다. 하지만 실메리아는 돌아가는 것을 거절하고 에인페리아에게 육체를 부여해 오딘에 대항하기 위해 아리샤와 함께 에인페리아의 생전의 유물을 찾아 떠난다. 신에게 i기고 인간에게 i기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 집 나간 딸들(?)을 i는 아버지. 오딘과 바르바롯사 |
여신의 전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실메리아는 전체적으로 속도감을 살린 시스템이 특징이다. 호평을 받았던 레나스의 간단한 조작은 이번에도 그대로 차용되지만 전투에서는 기대해도 좋을 많은 변화가 있다. ??
어드밴스드 택티컬 콤비네이션 배틀 (ATCB)
이름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전작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횡스크롤 방식은 그대로 채용되었지만, 3D로 변화함에 따라 전작처럼 앞으로 달리기의 느낌이 아닌 좀 더 입체적인 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모드는 이동 모드와 공격모드가 있는데, 이동 중에 배틀 필드로 들어가면 공격모드가 된다. 배틀 필드에서 적을 공격하려면, 일단 어슬렁거리고 있는 적에게 접근해야 한다. 접근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특이한 것으로는 ‘대시’가 있다. 말 그대로 빠른 속도로 적 앞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중거리 장거리 단거리 등의 조작도 가능하지만 AP를 소모하는 단점이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적을 공격하거나 적에게 공격당하면 전투가 시작된다.
▲ 보라! 이 허벅지가 아깝지 않은 힘찬 스텝을 |
AP시스템
실메리아에서는 턴제 대신 과감하게 AP시스템을 선택했다. MP의 개념도 사라졌다. 모든 것은 AP 쓰기 나름. 화면 하단에 AP게이지가 있는데 공격이나 마법, 아이템을 사용하면 게이지가 깎인다. 게이지가 전부 사라지면 행동불능. 즉 턴이 끝나는 것처럼 적에게 공격권이 넘어간다.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다시 게이지가 올라간다.
마법 혹은 공격 중에는 적을 공중에 띄우는 것이 있다. 이 때 공중의 적에게 공격을 성공시키면 보라색 구슬(자염석)이 떨어진다. 이것도 AP를 채워주는 효과가 있다.
▲ 화면 하단 붉은 네모 부분. AP게이지 바 |
▲ 흩날리는 구슬들이 바로 AP를 회복하는 자염석 |
리더를 찾아라
일단 적 파티 중에 리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리더를 쓰러뜨리면 전투가 종료되므로 리더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를 쓰러뜨리는 데에도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리더 다운’과 ‘다이렉트 어설트’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실메리아의 전투는 속도감을 강조한 빠른 전투이다. 리더 시스템은 속도감 있는 전투를 위한 대표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전투화면 우측에 엑스텐드 게이지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게이지가 줄어든다. 즉 빠른 시간 내에 리더를 쓰러뜨리면 이 게이지가 MAX인 상태로 전투를 종료할 수 있다. 엑스텐드 게이지가 꽉 찬 상태에서 전투를 종료하면 다이렉트 어설트. 즉, 리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우측 엑스텐드 게이지의 차이를 주목하자. 글씨의 박력이 다르다. |
전투의 즐거움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부위 격파‘다. 적의 몸 한 부분만을 공격해 부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위력적인 주먹을 가진 적이라면 팔 부분을 공격해 적의 위력적인 공격을 먼저 봉쇄 할 수 있다. 또 이 부위 격파를 성공하면 일정시간 AP게이지의 사용 없이 공격할 수 있는 브레이크 타임이 주어진다. 얼마나 빨리 적의 약점을 파악해 부위 격파를 성공할 것인가와 브레이크 타임의 효율적인 이용에 따라 수많은 전략이 나올 수 있다. 단순한 조작으로도 얼마든지 전략적인 전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기회는 이때다! |
광자액션
발키리시리즈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석은 참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적을 얼려둔다던지, 쌓아올린다던지, 밟고 올라선다던지. 이번 작 실메리아에서는 정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광자가 있다. 광자로는 공간이동도 가능하다는 사실. 또 어떤 복잡한 던전에서 어떻게 써먹어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인물들
실메리아에는 레나스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작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레자드가 뒤에서 마법을 팡팡 써주는 상황은 입가에 미소가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전작에서 몇 백 년 전, 디팡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와 전작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변화는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이다. 물론 전작의 스토리를 모르더라도 새로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에 눈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발키리 프로파일의 탄탄한 스토리는 살아있는 캐릭터의 개성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 왕년의 인기인 레자드가 3D로 회춘 |
▲ 새로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
2D에서나 3D에서나 변하지 않는 훌륭한 그래픽, RPG 전투의 명가 트라이 에이스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전투, 던전에서의 퍼즐성. 이런 복합요소를 가지고 있는 발키리 프로파일은 파이날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같은 대작 RPG에 지지 않을 훌륭한 게임성을 가지고도 뒤늦은 인기로 비운의 명작이라 불렸다.
레나스가 PSP판으로 이식되고 실메리아가 한일 동시발매 된다는 것은 그만큼 발키리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완전한 한글화가 아니라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PS2의 황혼기에 다시 등장한 아름다운 북유럽 여신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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