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블 2: 토탈 워’는 ‘쇼군 : 토탈워’ 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개발 중인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스튜디오는 RTS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개발사다. 그런 이 개발사가 40명이란 대인원을 투입해 전력투구한 게임이 바로 ‘미디블 2 : 토탈워(이하 미디블 2)’다. 일단 게임의 완성도는 기대이상이다. ‘개발비를 회식비로 썼나?’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로 다방면에 힘을 쏟은 흔적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영화야
게임이야? - 클론 병사는 NO, 웅장한 스케일
미디블 2의 그래픽은
RTS의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단순히 ‘그래픽이 정교하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기술을 첨가했다. 물론 미디블 2가 정교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다.
유닛을 줌-인해서 살펴보면 일반적인 MMORPG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병사들의 복장과 얼굴 생김새, 전투 모션에까지 모두 개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 자세히 보면 같은 유닛이라도 들고 있는 방패의 문양, 갑옷의 모양, 무기의 모양 등이 제 각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투를 치루다 보면 유닛들의 옷에는 적병의 피와 먼지 얼룩이 뭍은 것 까지 표현된다 |
지금까지 출시된 중세 RTS 게임들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클론 병사(생김새가 완벽히 똑같은 유닛들을 가리키는 말)’가 일반적이다.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가 어느새 타임머신 타고 중세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생김새에서 키, 체형, 입고 있는 옷까지 모두 똑같다. 하지만 미디블 2에선 클론 병사를 찾아 볼 수 없다. 어셈블리 스튜디오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기술로 병사의 얼굴모양, 착용한 장비의 형태, 심지어 전투에 임했을 때의 움직임까지 모두 제 각각으로 표현했다.
이런 개성있는 병사들 수 백 명이 전투를 치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이나 ‘브레이브 하트’, '반지의 제왕'의 전투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그래서 인지 RTS 게임에선 느끼기 힘든 ‘화끈한 전투’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은
희대의 전략전술가가 되어야 한다! - 전략과 전술
미디블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턴 제 전략모드’와 ‘실시간 전술모드’를 모두 지원한다는 것이다.
메디블 2 역시 전략, 전술모드를 지원한다. 실시간 전투, 즉 전술모드만 즐기는 게임이
일반적인 RTS 게임이라고 한다면, 미디블 2는 여기에 전략모드가 가미해 게이머에게
시뮬레이션 게임 못지 않은 재미까지 선사한다.
기병,
돌격! - 전술모드
전술모드는 일반적인 RTS 게임처럼 군사를 배치하고
명령을 내려 전투를 지휘하는 방식이다. 미디블 2의 전투는 ‘중세 전투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진형과 유닛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흔히 진형은 병사들이 나열해 있는 모양을 말한다. 중세시대에 진형은 전투에서 적의 콤비네이션 시스템(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닛조합)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전술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장의 상태를 잘 파악해 수시로 변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적이 돌파에 유리한 돌출형(△)모양으로 진형을 갖추었다면 이를 막기 위해 방어력이 높은 벽돌 모양의 진형(▤)을 만들어 미리 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형과 마찬가지로 유닛활용 역시 중세의 중요한 전술 중 하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기병은 중, 장거리에서 궁병에게 취약하다. 반면 보병에겐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중세전투에서 가장 흔히 쓰인 전법은 우선 궁병으로 적 궁병과 창병의 숫자를 줄인다. 조금 후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병이 뛰어나가 적의 진형을 뚫고 혼란을 유도한다. 그 뒤를 보병이 진격해 혼란 중인 적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미디블 2는 위에서 살펴본 두 전투요소를 절묘하게 살려냈다. 말하자면 중세의 전투를 ‘환상적으로’ 재현해 냈다고 할까? 다양한 진형과 중세 시대에 존재했던 병과를 정확하게 재현해 게이머에게 중세 전투 지휘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피로
쓰는 왕가의 역사 - 전략모드
전략모드에선 주변국과의 외교, 국내정치,
요인암살, 정략결혼 등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턴 방식 시뮬레이션적
요소가 강하다. 흔히 중세 왕가의 역사를 ‘피의 역사’라고 부른다. 그만큼 음모와
배반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이런 뒷치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부강한 국가에
공물을 바치거나, 자신의 반대파를 암살하고, 자식을 다른 나라의 귀족 혹은 왕가와
결혼시켜 동맹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디블 2는 중세의 왕들이 썼던 갖가지
‘처세술’을 충실하게 게임에 구현해 냈다.
한 예를 들어 보겠다. 현재 게이머는 자신보다 강한 세력을 가진 A나라와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때문에 동맹군이 필요하다. 마침 게이머와 비슷한 세력을 가진 B나라가 눈에 들어왔다. B나라와 동맹을 맺는다면 충분히 A나라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을 위해 사신을 파견했지만 B나라의 C라는 인물에 의해 이를 저지 당했다. 게이머는 궁리 끝에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나는 동맹을 반대하는 C를 암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많은 부조금과 함께 자신의 딸을 B나라의 왕자와 결혼 시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이 좋을지는 순전히 게이머가 몫이다.
▲ 미디블 2의 이벤트 동영상. 자객을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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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블 2의 이벤트 동영상. 결혼을 시킬 것인가 |
이 외에도 도시에 다양한 건물을 건설해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더 많은 세금을 지불하게 해 재력을 축척한 후, 걷어들인 세금으로 더 강력한 군대를 양성해 A나라를 제압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미디블 2의 게임 목적이 ‘가장 강력한 왕이 되는 것’ 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요소는 전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식으로 게이머는 왕이 되어 자신의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적 요소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미디블 2는 중세사회와 전투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충실히 재현해 냈다. 단순한 RTS 게임이였다면 필자는 감히 독자들에게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줄 게임’이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메디블 2의 충실한 중세재현은 게이머들에게 중세의 왕들이 어떻게 나라를 통치했고 세력을 키워나갔는지를, 재미라는 양념을 곁들여 맛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컴퓨터는
멍청하다고? -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컴퓨터
미디블 2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아군도 컴퓨터, 적군도 컴퓨터다. 때문에 컴퓨터가 멍청하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디블 2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미디블 2의 컴퓨터 인공지능은 똑똑하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높은 언덕 위에 ‘롱보우 맨(강력한 활사수)’부대를 배치해 두고 적 기병(컴퓨터가 조종하는)을 공격했다 치자. 메디블 2는 날씨, 지형의 영향을 유닛들이 고스란히 받는다. 때문에 말을 이끌고 높은 언덕을 오르게 되면 이동속도가 느려져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컴퓨터는 언덕 뒤쪽의 숲을 이용하기로 했다. 기병을 돌려 나무가 많은 곳으로 후퇴한 후 나무가 자라있는 길을 따라 게이머의 롱보우 맨 부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롱보우맨의 화살은 나무에 가로막혀 컴퓨터의 기병을 맞추기 힘들게 됐다. 결국 숲을 따라 올라간 기병들에 의해 게이머의 롱보우 맨은 전멸당했다.
위 예는 실제로 지난 E3에서 공개된 데모 버전을 플레이 해본 외국 기자가 당했던 일이다. ‘똑똑한 컴퓨터 하나, 열 플레이어보다 즐겁게 해준다’는 말이 있듯이 미디블 2의 똑똑한 컴퓨터는 게이머에게 꽁수가 아닌 생각하는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살아있는
중세의 전투를 느끼게 해주는 게임
필자는 개인적으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을 좋아한다. 그는 희대의 지략가이자 맹장이다.그의 뛰어난 용병술이
십 년 넘게 강력한 로마군에게서 승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필자는 잘 짜여진 메디블
2의 중세 세계에서 제2의 한니발이 되보고 싶다. 약소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 강대국을
쓰러뜨리고 가장 강력한 왕이 되는 것. 생각만해도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책장에 꽂아 두었던 ‘손자병법’을 다시 펼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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