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캡슐 파이터’라는 제목은 마치 어린 유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같아서 성인 유저들은 흥미를 가지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에 건담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세대를 뛰어넘는 오빠의 로망, 건담의 힘일까?
요즘 극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캡슐 뽑기 기계를 전면에 내세워 ‘모든 유닛을 랜덤하게!’ 라는 기치를 걸고 있다.
온라인에서 뽑기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전 연령에 어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제목 그대로 SD(머리 부분이 강조되어 귀엽게 그려진) 건담을 캡슐 뽑기 기계로 뽑아서 싸우는 SD건담 캡슐파이터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됐다. (여기서부터 첫 클로즈베타테스트에 참여한 자쿠 II의 기행이 시작됩니다)
자쿠II의 두근두근 첫 전투
안녕하세요. ‘자쿠 II’입니다. 지온공국군 소속의 양산형 기체입니다. ‘양산형’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일반 병사를 위한 기체’라고 하면 금방 이해가 가시겠죠. SD건담 캡슐파이터를 하기 위해서는 저 같은 모빌슈트(MS), 즉 머신을 먼저 뽑아야 합니다. 게임 접속 후 처음에 받으셨던 1500포인트 중에서 1000포인트를 사용하시면 캡슐을 한번 뽑을 수 있습니다. 다들 관절을 휘어가면서 동그란 캡슐 안에 들어가 고생하고 있으니 저 같은 C랭크가 나와도 예쁘게 봐주세요.
랜덤으로 뽑혀져 나오는 머신에는 랭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C랭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랭크는 머신의 성능에 따라 ABC로 나뉘어 있는데 A랭크에는 건담 SEED의 주인공 ‘키라’가 타던 ‘스트라이크 건담’이 있습니다. 투자하는 금액이 높아질수록 A랭크의 머신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유닛을 설정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맵에 들어가 싸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4:4 팀 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전도 물론 가능합니다. 원하는 방을 선택하면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유닛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기랑 가난은 숨길 수가 없다’는 옛말도 있는데(?), 게임 초반에는 저와 같은 자쿠 II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음, 인기 비결을 꼽자면 역시 둥글둥글 친환경색 바디와 뇌살적인 빨간 눈이겠죠? 농담입니다. 대기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어서 포인트를 모아 A급 기체인 스트라이크를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은 첫 뽑기에서 건담이 나왔다며 의기양양해 하는 유저분이 계시는 군요. 그러자 ‘짐’(연방군의 양산형 MS, C랭크)으로도 건담을 쉽게 잡는다며 의기양양해 하시는 유저분이 나타납니다. “짐은 같은 팀에 ‘짐’만 되기 때문에 짐이라 불린다”며 한탄하시는 분도 계시는 군요. 눈물이...
첫 배틀 개시!
배틀을 시작하면 캡슐에 넣어져 맵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저의 첫 실전 맵은 건물이 많은 ?동경 시내입니다. 맵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은 부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파편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공중에서 뛰어 내려 맵에 착지합니다.
착지한 충격으로 잠시 멍하게 있었더니 63빌딩이라고 불리곤 하는 높은 건물 위에서 건캐논이 스나이퍼 모드로 저격합니다. 하얀 섬광이 번쩍이더니 눈앞의 기둥이 산산이 부서집니다. 빌딩이나 고가도로 같이 위에 있는 적은 건물이 부서지면 적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머신건으로 적의 발밑을 쏘며 부스터로 힘차게 달려 나갑니다.
조작법은 간단합니다. SD건담 캡슐파이터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로봇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맵의 경계는 붉은 색으로 표시되고, 장비한 무기를 바꾸는 것은 키보드의 1~4중 해당 번호 키를 누르면 됩니다. 시선이나 방향은 마우스로 움직일 수 있지만 전후좌우로 이동하려면 키보드의 (W,A,S,D)키로 조작해야 합니다.
마우스를 재빨리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복잡한 건물들이 시야를 막고 있습니다. 주변을 울리는 같은 팀의 기계음이 들립니다. ‘기잉’, ‘기잉’ 하는 단조로운 소리에도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하게 됩니다. 모두가 뛰어간 방향으로 저도 함께 뛰어 갑니다.
팀 전투는 제한된 시간 동안 더 많은 점수를 낸 팀이 이기는 형식입니다. 점수는 쓰러진 기체가 가진 속성 캡슐의 개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속성 캡슐은 아이디 옆에 그려진 가위, 바위, 보가 그려진 캡슐을 말합니다. 저는 두 개군요. 이점짜리 인생입니다.
MS를 자동차 운전하듯 쉽게 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사방 어디에서 공격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공격이 오는 방향은 화면에 큰 붉은 화살표로 표시 됩니다. 전투 중에 같은 편의 이름은 녹색, 상대편의 이름은 붉은 색으로 표시됩니다. 덤으로 옆에 에너지도 같이 표시 됩니다.
먼 거리의 적을 머신건으로 쏘면서 오른쪽 대시로 미끄러지듯 이동해 건물 뒤로 숨었습니다. 살짝 고개를 내밀었더니 달려드는 미사일이 보입니다. 상대방의 건 캐논이 건물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바주카로 잘 노려서 쏘았지만 건캐논은 건물 뒤로 재빨리 숨어 버립니다. ??
왼쪽에서 날아온 녹색의 빔이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파편에 말려들어 쿵하고 엉덩방아를 찍습니다. 에너지를 확인 해보니 데미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부스터를 사용해 일단 높이 점프합니다. 뒤쪽에 내려서 막혀있는 건물을 돌아서는데 적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상대방의 뒤를 잡으면 크리티컬 히트가 뜹니다. 적을 향해 전진하며 머신건 난사.
아차, 머신건의 게이지를 신경 쓰지 않았더니 금방 ‘총알 없음’의 경고가 뜹니다. 재빨리 도끼처럼 생긴 근접전용 무기 히트호크로 바꿔들었지만, 위쪽에서 달려드는 진과 눈이 마주쳐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필살기.
가위바위보의 상성이나 머신의 스펙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돌격만 한다면 생각보다 에너지는 빨리 없어져 버립니다. 머신건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지만 바주카는 두 번밖에 연달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무기 선택도 중요합니다.
상대팀에 의해 격추 당했을 경우에는 맵의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모든 탄환이 재장전 된 상태로 시작합니다. 제한 시간 안에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C랭크의 기체는 에너지도 적기 때문에 B랭크의 빔 샤벨로 3~4 대만 맞아도 에너지의 반이 줄어드는 슬픈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페셜 어택이라는 글씨가 보이시죠. 말 그대로 필살기입니다. 게이지가 차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투 중에 콤보의 개념은 없지만 기본공격에서 연계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스페셜 공격이 명중하게 되면 화려한 연출의 이벤트 화면이 펼쳐집니다. 필살기를 사용할 때는 무적판정을 받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달리고 피하고 쏘는 가운데 3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전투는 그야말로 난전입니다. 적과 같은 팀이 뒤엉키고 여기저기서 빔샤벨 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날아드는 빔과 번쩍이는 붉은 화살표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끔은 렉이 걸려 맵 가운데 멈춰 계신 분이 계실 때도 있고 같은 팀과 같은 자리에서 겹쳐지는 바람에 버둥버둥 움직이지 못하게 된 적도 있습니다.
캡슐 파이터에서는 연방군, 지온군 가릴 것 없이 대기실에서 맺어진 팀원간의 협동 공격이 필수입니다. 가끔 난전 중에 스틸이다 뭐다 소란 피우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어차피 포인트는 같은 팀이 똑같이 받게 되니까요.
▲ 우리 편이 필살기 쓰는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지온군이 연방군에게 당하는 장면이지만). |
▲ 우리 팀이 맞을 때는 달려가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센스! 가 필요합니다 |
운과 기술의 싸움!
C랭크의 기체는 아무리
해도 건담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랭크에 의한 차이는 존재 하지만,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과장입니다. 실제로 전투를 여러 번 거치면서 기체의 랭크에
따른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맵에 지형지물이 많거나 팀 구성원
간 실력 차이가 큰 경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승부가 엇갈립니다.
스펙에 따른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가위바위보의 시스템을 따르는 속성 캡슐이 있습니다. 자신의 속성에 약한 상대를 잘만 공격하면 몇 번의 공격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팀의 균형만 잘 맞으면 자쿠II가 스트라이크를 격추 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 번은 제가 건담으로만 이루어진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 근접전에서도 쏘고 도망 다니기를 반복했습니다. 갑자기 상대팀에서 저 자쿠II는 버그 자쿠II라 안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필사적이었던 저에겐 한마디 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분이 “자쿠II는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하시더군요. 비록 일반 병사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자쿠II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끔 ‘건담 타고 싶어요’ 라는 말을 자쿠II 앞에서 공공연히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저 자쿠II도 어설픈 파일럿을 만나 출격과 함께 전장의 이슬이 되버리면, ‘주인공이 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3시에서 11시까지 예정이었던 클로즈베타테스트라 정각 11시가 되자 칼같이 서버는 닫히고 말았습니다. 저도 한창 전투를 즐기다 그만 튕기고 말았죠. 여러 번 반복됐던 ‘섭다’의 공지도 신경 쓰지 않고 마지막 일분까지 전투에 임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였습니다. 오픈베타테스트가 되면 대부분의 여러분은 C랭크의 기체로 시작하게 되실 겁니다. 어쩌면 저와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과 함께 24시간 전장을 누빌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자쿠II가 아닌 테스터
입장에서, 첫 테스트의 아쉬운 점
게임진행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전투 중의 머신의 움직임은 같은 편이
길을 막지 않는 한 꽤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타격감도 괜찮고 속도감도 있다.
낮은 랭크의 머신으로는 부스터가 짧아 공중을 넓게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부스터와 대시로 전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아직은 베타테스트라 렉이
걸리거나 맵에서 머신이 겹치는 등 버그가 있긴 했지만, 이것도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 머신이 ‘랜덤’이라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불운이 겹친 플레이어에게는 자칫 불공평하다는 인상을 주는 ‘양날의 칼’이 된다는 점이다. (대거 3형제, 즈고쿠 5형제 등 테스트 이틀 만에 ‘SD 건담 같은 거 뽑기 파이터’라고 불리고 있었다) 특히 이것은 ‘아이템현거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머신간의 밸런스를 맞춰 정말 실력으로 겨루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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