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골프가 유행할 즈음에, 엔트리브는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를 만들었다. 엔트리브는 ‘온라인’이라는 땅에 구멍을 파고 ‘대중화’라는 깃발을 꽂았다. 이 깃발은 표절시비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구멍은 홀컵이 되었다. 골프공이 들어가면 홀컵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동전이 마법처럼 쏟아졌다. 수많은 사람들은 골프 클럽 대신 아이디를 들고 모였다. 이후 깃발은 일본으로 보내졌고 그 곳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였다.
이제 이 깃발을 어디에 꽂으면 좋을까? 깃발은 다시 미지의 땅으로 보내졌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아주 오래된, 그래서 이제 크게 변화하려는 땅으로.
귀여운 캐릭터가 마법의 세계에서 골프를 하는 온라인게임 ‘팡야’는 제작자도 놀랄 만큼 성공을 거뒀다. 스페이스 바를 두 번 누르는 것만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팡야의 간단한 조작법은 누구나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후 수많은 캐주얼 골프게임이 생겨났다.
리모트
컨트롤러? NO. 위모트 컨트롤러!
차세대 게임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출시된 Xbox360이 있고, 이런 저런 화제를 모으는 PS3가 있다.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wii가 유저에게 보여주는 것은 더 발전된 그래픽도, 더 멋진
움직임도 아니다. 단지 신기함과, 독특함. wii가 가진 무기는 그것이 전부다.
이제 wii의 독특한 컨트롤러는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는다. 유저들의 관심은 ‘얼마나 컨트롤러(이후 위모트)의 장점을 살린 게임이 나올 것인가’가 되었다. 그리고 비디오 게임으로 다시 태어난 ‘스윙골프 팡야’는 이런 위모트에 딱 맞는, 그야말로 위모트를 120%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다.
PC로는
타이밍! Wii로는 감각!
온라인 게임 팡야는 리얼 골프게임이 아니다.
환상의 섬에서 펼쳐지는 골프 대회라는 설정에 알맞은 아기자기한 맵과 ‘봉다리’라는
날아다니는 쇼핑백이 캐디라며 등장한다. 날씨를 좌지우지 하는 아이템도 있고 슈퍼
샷을 칠 수 있는 게이지도 있다. 심각하게 고민하며 골프를 즐기기 보다는 ‘팡야~!’
하고 경쾌하게 날아갈 때의 통쾌함과 깜찍한 분위기를 흠뻑 느끼도록 되어있다.
‘토마호크 샷’이나 ‘코브라샷’ 등 만화에나 나올 법 한 샷들도 자연스럽게 칠 수 있다, 풍속과 거리의 계산과 팡야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만으로 평생 몇 번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도 셀 수 없이 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wii용 팡야도 판타지성이 강화된 캐주얼 골프게임일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wii로 이식된 팡야는 일단 그래픽이 바뀌었다. 캐릭터들은 모두 익숙한 캐릭터들이지만 wii에 맞는 그래픽으로 다시 그려졌다. ‘캐릭터가 크게 달라졌다’거나 ‘그래픽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온라인에 비하면 얼굴의 표정이나 몸의 라인 등이 풍부해졌다.
깔끔한 그래픽에 볼륨감이 더해져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해 보여도, 얼굴의 골격이나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이것은 코스에서도 마찬가지로 필드의 경사나 나무, 구름들이 좀 더 부드럽고 풍부하게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코스는 ‘블루 라군’, ‘실비아 캐논’, ‘화이트 위즈’, ‘세피아 윈드’, ‘샤이닝 샌드’가 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팡야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판타지 세계를 잘 살린 세계관을 wii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팡야의 가장 큰 변화는 당연하지만 ‘조작’이다.
아직은 모든 타구를 서서 치기에는 체력이 부족한 유저도 있고, 게임은 앉아서 하는 게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유저를 위해 wii용 팡야는 온라인 팡야처럼 버튼만으로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wii의 진정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당연히 위모트를 쥐고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앞에서 wii용 팡야는 판타지 골프게임이 아니라고 한 이유가 바로 서서 하는 조작에 있기 때문이다.
조작은 실제 골프를 치는 것과 흡사하다. 필드에 볼을 두는 방향이나 휘두를 때의 세세한 조작은 아직 공개된 바 없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조작방법은 아래와 같다.
먼저 화면에 표시된 샷 버튼을 눌러 화면을 바꾼다. 캐릭터의 모습이 보이면 폼을 잡으며 동작을 취해보자. 두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앞으로 모아 가볍게 위모트를 쥔다. ?
① 테이크 백 : 쥐고 있는 위모트를 들어 올리면 캐릭터도 똑같이 골프채를 들어 올린다. 채를 뒤쪽으로 당겨 올리는 것을 ‘테이크 백’이라고 한다. 위모트를 들어 올리는 높이에 따라 파워 게이지가 앞뒤로 움직인다. 높이 들어 올릴수록 당연히 파워게이지도 가득 찬다. ② 스윙 : 적당한 세기를
고른 다음 A버튼으로 파워를 고정하고 들어 올린 팔을 아래로 내리 휘두른다.
샷의 성공여부는 휘두르는 세기와 방향등 전체적인 것에 영향을 받는다.
T샷 같은 정교함이 필요할 때에는 특히 방향을 신경 써 비스듬히 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위모트를 휘두르면 공과 클럽이 닿아 샷이 나가는 순간을 진동으로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치는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위모트를 휘두르는 움직임과 똑같이 게임 속의 캐릭터도 클럽을 휘둘러 일체감을 더한다. 위모트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바람소리 같은 미세한 효과음이 마치 필드에 서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다.
차례가 돌아 올 때마다 정말 골프를 하는 것처럼 리얼한 샷을 칠 수 있다. 그리고 휘두를 때의 각도, 방향, 몸의 비틀기.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더해져 승부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주변의 방해 공작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 졌다.
▲이제 위모트는 이렇게 보관해야 할지도 |
특히 친구들과의 게임은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승패에 단돈 백 원이라도 걸리면) 경쟁심까지 더해져서 한 샷, 한 샷이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정신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전 비디오 게임을 할 때는 땀에 젖은 패드를 고쳐 쥐는 것으로 해결 되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마음이 안정 되지 않으면 전체의 밸런스가 고르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주변사람을 의식해 멋지게 보이려다 헛스윙을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팡야는
파티 게임에서 멈추지 않는다
온라인 팡야의 두 번째 장점. 캐주얼하고
친근한 캐릭터도 wii에서 유감없이 살아난다. 오히려 온라인 지원이 안 되는 만큼
캐릭터 성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단지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여러 캐릭터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를 보다 깊게 가지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토리 모드가 지원된다.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설정은 온라인 팡야와 다를 것이 없다. 예를 들면 마법사인 아린이 맥스에게 반해서 팡야에 참가하는 것이나, 귀여운 쿠우가 사실은 해적의 외동딸로 바다를 주름 잡는 해적이라는 것 등 단편적으로 존재하던 캐릭터의 이전 이야기를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함으로써 캐릭터 일체감이 높아진다.
경기에 참가하기 전의 각자의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스토리 모드로 펼쳐지기 때문에, 혼자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성의 강화는 온라인 팡야 팬의 호기심을 끌어오는 역할도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 모드 이외에도 잔뜩 띄워진 풍선을 터트리는 ‘벌룬 크래쉬’ 등 비디오 게임다운 다양한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또 귀여운 코스튬으로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도 여전하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팡야가 테크모와 손잡고 차세대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한 것은 긍정적인 시도다.
온라인 게임이지만 이미 완성된 나름의 ‘게임성’을 가진 팡야를 단순히 비디오 게임으로 이식하는 작업은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팡야와 wii용 팡야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wii용 팡야에는 이제껏 만날 수 없었던 생소한 컨트롤러, ‘위모트’라는 큰 변수가 남아있다.
판타지와
리얼 체감의 조화
아직은 Wii가 정식 발매되지 않아 많은 유저들이
위모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위모트가 얼마나
부드러운 게임진행을 도와줄 것인지, 또 체감 게임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확실한
판정과 밸런스를 보여줄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TGS2006 등에서 공개된 시범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도 좋을 듯하다. 스윙골프 팡야가 유저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체감 골프를 선사해주길 기대해보자. 사장님 사무실에도 골프클럽 대신에 wii와 함께 팡야가 들어올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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