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도원결의를 맺은 개발자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엔씨소프트로부터 눈물의 퇴장을 강요받았던 '샤이닝로어'의 핵심개발자들. 지크런트를 시작으로 포가튼사가, 킹덤언더파이어, 샤이닝로어 개발 등 판타그램에서 8년이 넘게 연륜을 쌓아온 박승현 개발팀장과 뜻을 모은 이들은 판타그램이 엔씨소프트 자회사로 편입될 때 곧장 회사를 뛰쳐나와 재야(?)에 몸을 담아왔던 한 맺힌 과거사를 가진 인물들이기도 하다.
‘중단하차’의 아픔을 맛본 이들은 ‘우리 손으로 게임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박승현 대표의 뜻에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1년전 ‘엔플레버’라는 간판을 달고 시작된 회사는 이제 50명의 제작진을 이끄는 중견급 개발사로 거듭났다. “믿고 따라준 사람들이 고마울 뿐이죠” 직접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업 프로그래머이자 한 회사를 책임지는 인물로 나서게 된 그는 겸연쩍어하는 모습이었다. |
나이는 많지 않았지만 게임계에 몸담아왔던 12년동안 쌓아온 신뢰라는 무기 하나로 어엿한 개발사를 하나 만들어낸 박승현 대표. 겸손한 표정 속에서도 그는 못다한 샤이닝로어의 꿈을 엔플레버에서 펼쳐 보이겠다는 야심 찬 각오만은 분명한 눈빛을 내비쳤다.
프로들이 만드는 프로페셔널한 게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엔플레버가 지난 3월부터 개발해온 MMORPG
‘라플레크리에’가 샤이닝로어와 함께 비교되는 것에 대해 그리 유쾌할 것은 없다는
표정이다.
그만큼 많은 애착을 갖고 진행한 프로젝트였기에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유. 일부러 샤이닝로어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인물 대부분이 엔플레버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라플레 크리에 |
“라플레 크리에는 샤이닝로어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게임입니다. 일단 성인위주의 고품격 컨텐츠를 지향한다는 것도 그렇고 게임시스템이나 그래픽적인 면에서도 절대 이전의 향취를 맡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죠”
라플레 크리에는 ‘소환하다’라는 뜻의 라플레와 ‘창조하다’라는 뜻을 가진 크리에의 합성어. 일명 ‘크리처’라고 불리는 소환수를 불러내 사냥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이 게임은 이런 크리처시스템이 ‘펫 키우기’의 집대성을 이뤄낼 것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무엇보다 소환수에 경험치를 부여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장비할 수 있게 하는 등 소환수에 대한 별도의 성장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게다가 소환수의 유저간 거래를 비롯해 상점매각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의 MMORPG와 차별되는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 샤이닝로어 |
하지만 엔플레버가 샤이닝로어와의 끈을 완전히 끊었다고는 볼 수 없다. 아직도 그는 지금껏 진행해온 프로젝트 중 샤이닝로어 싱글버전 만큼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 없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판 젤다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데모시연버전까지 완성된 상태였는데, 끝내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채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져버렸죠”
그래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엔플레버에서는 샤이닝로어의 뒤를 잇는 후속작 개념의 게임을 이미 기획 중에 있다고 한다. 2005년 하반기면 모습을 드러낼 이 작품은 청소년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현재 유행하는 종류의 캐쥬얼게임이 아닌, 신개념의 MMORPG가 될 것이라는 설명. 아직은 라플레 크리에로 모든 역량을 투입할 때다. “2005년 1/4분기면 오픈베타테스트로 라플레 크리에의 진면목을 모두 느낄 수 있을겁니다. |
지금껏 국내에서 진행되어온 웬만한 온라인게임은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마케팅비용이 책정돼 있긴 하지만 막대한 비용에도 게임 그 자체가 부실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곳저곳에서 증명되고 있죠. 프로들이 만드는 프로페셔널한 게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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