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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살인을 불러 일으키는 미소녀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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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기사에는 성인용 미소녀 게임의 내용이나 결말, 그리고 그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고 싶으신 분은 다른 기사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의 엽기 살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달 초, 아키하바라에서 트럭으로 행인을 치고 칼로 찔러 18명의 사상자를 낸 대량살인사건, 2007년 여름 도끼로 자신의 아버지를 찍어 죽인 여고생, 드럼통에 여학생을 암매장한 고등학생들 등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 아키하바라 대량 살인사건 현장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범죄에 대해 ‘미소녀 게임의 영향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아키하바라 대량 살인사건’때도 범인의 친구가 ‘범인은 로리타 오타쿠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고, ‘여고생 도끼 살인사건’ 때 에는 비슷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인 ‘스쿨데이즈’의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 현장에서 살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카토 토모히로(25)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이 코너에서 다루는 범위가 아니니 제쳐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미소녀 게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미소녀 게임’이 일본에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미소녀 게임’이란 ‘별 잘난 것 없는 주인공에게 온갖 미소녀가 달라붙는 게임’ 정도 입니다. 대체 여기에 얼마나 하드코어 한 요소가 있길래 살인을 불러일으킨다는 누명(?)까지 쓰는 걸까요? 이번 시간에는 ‘살인을 다룬 미소녀 게임들’에 대해서 소개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톱으로 살인을? ‘스쿨데이즈’

2007년 9월, 여고생이 도끼로 자신의 아버지를 찍어 살해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일본 전역은 경악했고, 여파는 엉뚱하게도 애니메이션에 까지 미치게 됩니다. 당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인 ‘스쿨데이즈’의 마지막화가 이 살인의 여파로 방송이 중단된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기에 그랬을까요?

▲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본래 ‘스쿨데이즈’는 오버플로우(0verflow)사의 8번째 미소녀 게임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전까지 별 주목을 끌지 못하던 그저 그런 개발사였던 오버플로우는 이 ‘스쿨데이즈’ 하나로  일본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게임이 일반적인 미소녀 게임의 형태인 텍스트 방식이 아니라 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어 있다는 점도 그랬지만, ‘스쿨데이즈’가 유명세를 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충격적인 결말 때문입니다.

‘스쿨데이즈’의 내용 자체는 무척 평범합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이토 마코토’가 다니던 학교(법 때문에 ‘학원’이라고 나오긴 하지만)의 여학생들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치정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알려진 것 과는 달리 ‘스쿨데이즈’의 엔딩은 대부분 평범합니다. 미소녀 게임에서 흔히볼 수 있는 결국 주인공이 여자와 잘 맺어진다(?)는 내용의 결말이지요. 그러나 일부 배드엔딩은 정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 문제의 '선혈의 결말' 중 한 장면

히로인이 다른 히로인을 톱으로 목을 따고 미친 듯이 웃는다던가, 주인공의 눈앞에서 자살해 피떡(?)이 되는 엔딩, 그리고 임신한 히로인이 주인공을 식칼로 찔러 죽인다는 배드엔딩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톱으로 다른 히로인의 목을 따는 내용의 ‘선혈의 결말’은 유튜브 등의 UCC사이트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됩니다.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이런 이유로 인해(?) ‘스쿨데이즈’는 큰 인기를 얻었고, PS2로의 이식은 물론 애니메이션화까지 결정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수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묘사가 일품이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애니메이션 역시 배드엔딩으로 갔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배드엔딩 때문에 ‘스쿨데이즈’가 방영 중단 조치를 받게 된 것이구요.

▲ 문제가 된 '스쿨데이즈' 애니메이션 최종화

문제가 된 ‘스쿨데이즈’애니메이션의 최종화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을 좋아하는 히로인인 ‘세카이’가 자기가 임신했다고 주장하지만 주인공인 ‘이토 마코토’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결국 세카이는 마코토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히로인인 코토노하의 호출을 받습니다. 호출을 받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간 세카이를 연적인 코토노하가 살해합니다. 코토노하는 세카이를 죽인 후 세카이의 배를 칼로 가르고서 이렇게 말합니다. ‘거 봐요. 아무도 없잖아요.’ 그리고 코토노하는 마코토의 목을 잘라 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애니메이션이 ‘공중파’를 타고 방송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물론 최종화는 공중파에서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살인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악화된 시점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방송국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 이런게 공중파에서 방송 되는게 더 신기하다

조금은 억울한 누명? ‘쓰르라미 울 적에’

위에서 언급한 도끼 살인 사건의 여파는 다른 애니메이션에도 미쳤습니다. 바로 비슷한 시기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쓰르라미 울 적에’ 해답편 역시 방영이 중지된 것입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 원작이 PC게임입니다.(‘미소녀 게임’이라고 불리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일본의 동인 게임 팀인 ‘07th Expansion’에서 제작한 ‘쓰르라미 울 적에’는 그림 보다는 사운드로 공포감을 강조한 게임입니다. 1983년, 히나미자와 마을로 이사간 주인공 ‘마에바라 케이이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데 '미소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게임의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생략하고…(굳이 말하자면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이야기입니다. ‘오타쿠 코드’ 참조) 이 ‘쓰르라미 울 적에서’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히로인(?) 중 한 명인 ‘류구 레나’때문 입니다. ‘류구 레나’는 ‘나타(풀을 베는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데, 이 때문에 ‘도끼로 아버지를 죽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여론을 두려워한 방송국이 ‘해답편’의 방송을 거부합니다.

▲ 문제의 '류구 레나'와 '나타'

어떻게 보면 ‘쓰르라미 울 적에’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쿨데이즈’에 비하면 폭력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히로인이 ‘풀 베는 도구’로 사람을 죽였다고 방송을 거부당한 거니까요. ‘쓰르라미 울 적에’는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이나 살인이 주된 내용이기 보다는, ‘매개체’가 되는 일종의 추리 소설에 가까운 형태였기 때문에 방영 중단 사태에 팬들은 적잖게 실망합니다.

그러나 최종화가 결국 공중파를 타지 못했던 ‘스쿨데이즈’와는 달리 ‘쓰르라미 울 적에: 해답편’은 사건이 잠잠해진 후 어떻게든 방영을 마칩니다. 이 ‘쓰르라미 울 적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양쪽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비공식 적인 경로로 퍼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외견은 밝지만 그 실상은? ‘3days 차오르는 눈금의 저편에서’

▲ 이 장면 어디에서 피냄새를 맡을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소개할 미소녀 게임은 진짜 미소녀 게임입니다. 그림도 예쁘고 색깔도 밝고… 그러나 단 한 가지의 문제가 있다면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난무하는 ‘고어’물에 속하는 미소녀 게임이라는 겁니다.

▲ 아무리 봐도 전형적인 미소녀 게임

바로 2004년 발매된 Lass사의 ‘3days 차오르는 눈금의 저편에서’입니다. ‘3days’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등교길의 공원에서 천과 테이프로 막아둔 살인현장을 보게 됩니다. 그 곳에서 살해당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묘한 기시감(Dejavu)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 결국 이런 귀여운 애들이 마구 죽는다는거다

겉보기에는 그냥 추리물 정도로 보이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스쿨데이즈’와 ‘쓰르라미 울 적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잔인한 게임입니다. 제목이 ‘3days’인 이유부터가 그렇습니다. 게임 속 시간으로 3일째가 되면 주인공은 ‘무조건’ 죽게 됩니다. 그리고 이 3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게임의 주 내용입니다.

▲ 맞아 죽고

물론 주인공만 죽는 것은 아닙니다. 히로인도 덩달아(?) 죽는데, 죽는 방법도 다양하고 잔인합니다. 칼에 찔려 죽고 썰려서 죽고 차에 치여서 죽고… 내용 자체는 일종의 추리물에 가까운데, 올바른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면 3일째 되는 날 화려하게(?)죽고 또 3일이 반복됩니다. 결국 해답을 빨리 찾아내는 것 만이 지긋지긋한 ‘죽음’에서 탈출하는 길이지요.

▲ 찔려 죽고

앞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3days’는 ‘스쿨데이즈’나 ‘쓰르라미 울 적에’와는 차원이 다른 잔인한 게임입니다. 게다가 미소녀들이 퍽퍽 짤려 죽고 치여 죽고 맞아 죽고… 여기에 정신적인 ‘잔인함’도 한 몫 합니다. 이 코너에서 자세한 내용을 모두 언급하긴 어렵지만 ‘육체적인’죽음을 벗어난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정신적으로 잔인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잔인한 미소녀 게임이 폭력을 부추길까?

▲ 겉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데모노포비아'. 동인게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잔인한 ‘미소녀 게임’이라고 하면 여기 소개한 것 외에도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여기 소개한 것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해 둘 수 있겠네요. 최근 국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데모노포비아’도 그렇고, 매년 다양한 이야기의 잔인한 미소녀 게임들이 출시되곤 합니다.

▲ 결국 이런 게임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잔인한 미소녀 게임들이 정말로 폭력을 부추기는 것일까요? 유명한 미소녀 게임인 ‘페이트’는 어떻습니까? ‘월희’는 어떤가요? 글쎄요.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요.

▲ '월희' 해보고 17분할 하겠다고 살인 벌인 오타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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