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문파를 이끌어나가는 방주들 정도 되면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을지는 누구나 능히 짐작할 것이다(게임서버를 기준으로 할 때, 100여 명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의 방주라면 명성 1000…… 보통 반 년 이상 각고의 수련을 거친 노가다의 산 증인들이라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그리고 그러한 방주들만이 공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성전을 신청하기 위한 문파석과 공성전의 승리를 결정지어주는 현판이다. 그리고 그런 초절한 능력의 방주들이 바로 내 앞에서 하나의 문파석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문파석을 중심으로 현란하게 사위를 덮는 무공들, 문파석이 깨지면 곧장 쳐들어갈 태세를 갖춘 수많은 군웅들. 어느 방주가 문파석을 깨뜨리느냐에 따라 해당 성에 쳐들어갈 수 있는 방파가 가려지게 된다. 갑자기 화면을 수놓던 무공들이 사라졌다. "깼다!" "누가 깬 거지?" 동시에 많은 인원들은 성 내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고 나도 그 인원에 합류했다. 많은 인원이 와르르 몰려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싸~ 달려라 달려. 내가 일등 해야지~" 그러나.. 능공허도를 사용해 훨훨 날아가는 몇몇의 캐릭터들에 비하여, 먼저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는데도 계속 뒤로 처지는 나의 모습은 아무래도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나를 비롯한 몇몇은 방파 중앙지역으로 소환되고 말았다. "딴 방주가 깼나 보군 -.-;"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본래 위치로 돌아왔다(문파석을 깨뜨리지 않은 방파원들은 방파 세부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파 중앙지역으로 재 소환된다). 방주인 후배 녀석을 비롯한 방파원들은 문파석 자리에서 문파석이 리젠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문파석은 몇 분이 지나면 다시 생기며 딴 방주가 다시 공격 가능하다. 즉 한 성에 대해 여러 방파가 공격 가능하다는 것이다). 후배: "내가 깨지도 못했는데 왜 따라가?" 나: "우띠~ 네가 깬 건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후배: "바부팅이~ 시계 바늘이 빨간지 노란지를 보면 되잖아?" 나: "시계 바늘이라니?" 후배: "화면 오른 위에 시계 안 보여?" 엇. 그러고 보니 화면 오른쪽에 시계 모양이 있는 게 아닌가? 얘기를 종합해 보면 공성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시계 모양이 인터페이스에 나타나고 문파석을 깨어 본격적으로 공성전에 참여하게 되면 그 시계 바늘이 붉게 변한다는 것이다.
"앗 나왔다" 그 때 문파석이 다시 나타나고 후배 녀석과 딴 방주들은 다시 한번 문파석을 향해 무공을 연사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쿠궁~’ 문파석이 부서짐과 동시에 화살표가 붉게 변하였다. |
"야압~ 드디어 우리 차례로다~" 나는 다시 한번 방파원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돌격을 시작하였다. 나의 첫 공성전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방파 세부지역. 약간은 어리둥절하였으나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이 딴 방파원들을 따라 이동하여 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거대한 성과 성벽을 둘러싼 해자(성벽 주변에 방어를 위해 만들어 놓은 수로),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쳐들어간 방파에 의해 화려한 무공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커다란 성문…
"휴 다행이다. 아직 성문이 부서지지 않았군" 혹시라도 방파성 내부의 구경조차 못하였는데 먼저 쳐들어간 방파가 승리하여 버린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게다가 공성전을 시작할 때(문파석을 부술 시) 소비되는 금액이 백만 은전인데 말이다. 성문은 이미 어느 정도 허물어져 있었다. 성문 앞에서 방어를 하던 방어 측의 인원은 이미 누운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성문은 공격 측의 화려한 무공 앞에 유린되어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테스트서버의 경우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지속적인 공격을 해야 성문이 부서지게 된다. 성 내부에서 개발을 많이 할 경우 성문의 내구도가 올라가 공격 측에서 성문을 깨뜨리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방어 측에서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긴 세월 피에 굶주린 나는 공격을 하고 있는 타 방파들의 뒤치기를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딴 방파원들이 지켜만 보고 있기에 할 수 없이 끓는 피를 잠재워야만 했다. 나: "야, 왜 공격 안하냐?" 후배: "어차피 성문을 공격할 수 있는 곳은 엄청 좁아서 능공허도로 겹치기 설 수 없다면 있으나 마나야. 게다가 지금 내공약 사용할 필요도 없구. 있다가 많이 쓰게 될 테니..." 이 녀석이 아직 능공허도로 날아다닐 수 없는 나의 아픔을 찌르다니(-.-;)... 두고 보자. 성문이 마침내 와르르 부서진 것은 그 때였다. 성문 바로 뒤에서 방어를 하는 인원은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뚫린 성문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성문 주변에서는 드디어 공격과 방어를 위한 무공들이 난무했다.
나에게는 성의 지리를 익히는 것이 급선무였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공성 승리를 위해 쟁탈해야 하는 신물 4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방파 세부지역 내에서는 지도가 지원되지 않기에 지리를 미리 잘 확인해 두지 않으면 이곳저곳 헤매다가 아무런 역할도 없이 공성이 끝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방파 중앙지역을 기점으로 하여 동쪽의 방파성 내부 구조와 서쪽의 방파성 내부 구조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쳐들어가는 입장이나 방어하는 입장이나 내부 지리에 얼마나 익숙한지는 승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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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연무관 신물이고.. 음음 저것이 아서원 신물~' 벌써 아서원 신물에는 우리 방파의 마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4개 중의 하나는 이미 차지한 것이다. 잠시 후 나는 공작소의 신물 앞에서 열심히 적군과 대치 중인 우리 방파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기다려랏~ 여기 원군이 왔도다~~" 나는 기운차게 나의 애병 벽옥도를 휘두르며 전장에 뛰어들었다. 나: "으라차차차차차차차차???" ???: "너는 이미 죽어있다." 응?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기도? 그때 갑자기 화면이 바뀌더니 나의 컴퓨터에서는 구슬픈 장의사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전투 중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여 죽인 것이다(참고로 캐릭터끼리 전투를 할 때는 뒤에서 공격하면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2배 정도의 타격치를 낼 수 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라는 허탈감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시 준비를 해서 공성지역으로 뛰어가야 하는 것이다. 급히 객잔에 들러 체력회복제인 고기를 사고(내공회복제는 살 필요조차 없었다. 무공 한번도 사용 못해보고 누운 상황인지라……) 왕대협을 통해 방파 중앙지역으로 날아갔다.
걸리적거리는 인파들을 헤치고 나는 다시 공성을 위하여 방파성 내에 들어갔다. '두고 보자. 이번에는 그리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야~ -.-+' 속으로 다짐을 하며 성문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까는 그리도 북적대는 사람들과 난무하는 무공과 쓰러지는 이들의 비명이 가득하던 곳이건만 사위가 조용한 것이다. 나는 즉시 방파대화로 후배를 불렀다. 나: "야 어디냐?" 후배: "응 대장간인데?" 나: "그래 곧 도우러 가마" 후배: "공성 끝났는데?" 쿠구궁~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인가.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내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공성에서 이미 승리를 하였다? 공성시작 이후 아직 15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꿈에 부풀어 기다리던 나의 첫 공성은 그렇듯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과정이야 어떻든 첫 공성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둔 나는 여유를 갖고 방파 안을 돌아다녀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방파성 내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그마하지만 수목원도 있고 근처의 조용한 논밭도 있고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도 있고… 이런 곳에서 조금 전까지 피가 튀고 비명이 울려 퍼졌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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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대장간에서 열심히 망치질 중인 후배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후배의 반응은 아니나 다를까 냉랭했다. 후배: "암튼 도움이 안 되요 도움이~" 나: "-_-++" 후배: "뭐 어차피 큰 기대는 안 했으니 어쩔 수 없고 개발이나 열심히 해줘" 나: "오... 오늘은 내 도움이 좀 약했는지 몰라도 다음에는 기대해도 돼" 후배: "서 있으면 뭐해? 개발이나 해" 나: "-_-;;;" 여기서 잠시, 방파의 개발에 대하여 설명을 하도록 한다. 게이머들이 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은 4군데이다. 대장간, 공작소, 아서원, 연무관의 4군데로서 이는 신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과 일치한다. 대장간의 화덕, 공작소의 작업대, 아서원의 조리대, 연무관의 목인형을 클릭하면 개발을 시작하며 각 변신 단계에 따라 개발 능력에 차이가 있다(즉 1단계 캐릭터로 개발하는 것보다 5단 변신 캐릭터로 개발을 하면 같은 시간 동안에 5배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개발을 하는 동안에는 ‘사냥을 통한 능력치 상승에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답은 '그렇다' 이다(-_-;) 결국 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이 높은 것이 유리하되 그렇다고 개발을 등한시하게 되면 성을 갖고 있어서 얻어지는 이득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각 지역의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방파성의 이득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우선 대장간의 개발도를 올리면 대장장이를 통해 개조 가능한 무기의 추가 명중률 및 개조확률이 상승하게 된다. 5단 캐릭터로 변신할 시 추가 명중률 최고 +/- 27까지 가능했던 무기가 대장간의 개발도가 최고 수치에 오를 경우 추가명중률 +/-30까지도 업그레이드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아직까지는 각 방파들이 개발수치가 낮아서 그런지 몰라도 추가명중률 30의 개조에 성공하였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_-). 다만 개조를 위해서는 구환단 1개씩이 재료로서 소비되니 가능하면 개발도를 많이 올려둔 후에 무기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높은 성공률로 또한 최소의 구환단 소비로 아이템 개조에 성공하는 방편이 될 것이다. 주의할 점은 추가명중률 21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개조중 무기가 부서질 확률이 있으니 꼭 유념하도록……) 공작소의 개발을 통해서는 목걸이의 추가 회피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 개조가 가능해진다. 기존에 얻을 수 있는 목걸이의 추가회피율이 +/-15가 한계수치였던 점을 생각할 때 최고 +30의 추가 회피율 목걸이까지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방파성의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방파성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서원의 개발을 하게 되면 구입 가능한 복용류 아이템의 종류가 많아지며 가격 또한 저렴해진다(최고 절반의 가격으로도 구입이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점소이에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은 체력 회복제로서 건포, 호떡, 건량, 만두, 고기의 5종류이며 내력회복제로는 설하고, 영지, 오룡고, 인삼, 우황청심원의 5종류이다. 아서원의 개발이 완료될 경우 체력회복제로서 기존의 5가지 외에 왕만두, 오향두, 황구보혈탕, 호담육, 호담환, 대환단, 벽곡단, 오룡정기환, 육양정기단, 생생조화단까지 총 15종류, 내력회복제로서 기존의 5종외에 웅담, 십전대보탕, 녹용정심환, 천년영지, 화노환, 천년인삼, 청옥수, 수령환, 회양오룡고, 산삼까지 총 15종류의 회복제가 구입 가능해진다. 결국 방파성을 가진 방파원들은 개발도를 높인 이후, 복용류 아이템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사냥터에서 장사를 벌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
마지막으로 개발 가능한 곳은 연무관이다. 연무관은 개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만한 곳이다. 연무관에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능력치 수련이 가능하다. 한번 목인형을 공격만 해 놓으면 잠을 자고 온다 하더라도 계속 능력치가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도가 낮으면 목인형을 공격 가능한 힘의 한계치도 낮아지게 된다(개발 완료 시 힘 300까지는 수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방파성을 지닌 강력한 힘을 지닌 방파라면 후기지수 양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도로서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즉 방파성의 방어를 위해 고수들만을 집합시켜 놓으면 연무관을 개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발하는 곳은 이렇듯 4군데지만 이와 관련해서 개발도의 수치가 올라가는 곳은 모두 8군데다. 성문과 성벽, 창고와 천금비동, 이렇듯 4군데가 위의 4가지 개발도가 조합되어 상승된다(다만 이 중 성벽과 창고, 천금비동은 아직 게임 내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다). 연무관과 공작소의 개발도의 평균에 의해 성문의 개발도가 증가한다. 성문의 개발도가 증가하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성문의 내구도가 올라가 공격 측에서 성문을 깨뜨리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방어 측에서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방파성을 차지하게 된 우리 방파는 시간이 나면 사냥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고 바쁠 때나 졸릴 때 방파성 내에 걸어두는(한번 클릭을 해 두면 게임에서 접속 종료되지 않는 이상 계속 개발을 진행하므로 보통 '걸어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생활이 가능해졌다. 타 방파원들의 부러움을 사는 나날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의 캐릭터는 점점 더 강해져 갔고 나의 뇌리에서는 그 저주스런 이름 =옥동자=도 차츰 잊혀져 갔다. 그러나 그와의 악연은 끝났던 것이 아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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