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파에 들어간다는 것은 천상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과 같다. 특히 천상비는 무협이라는 환경상 커뮤니티가 강조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마치 다른 서버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과도 같은 신선함을 주는 것이다. '새로운 방파에서 어떤 사람들과 만나게 될까' 라는 약간의 기대감과 약간의 우려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나는 내게 입문을 제안한 여자 창 캐릭터(이후 '여자 창'으로 부름)의 뒤를 따라 뛰었다. (여자 창): 자 여기가 우리 방주님이에요. 방주님 아까 제가 방파 대화로 말씀드린 그 사람이에요 나: 네... 사냥터에서는 몇 번 뵈었는데... 아무튼 받아주시면 열심히 해 보지요 방주: 아 예~ 앞으로 많은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대화가 이루어지느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격식을 따져가며 신중한 방파가입을 하는 방파를 솔직히 아직껏 본적이 없다. 물론 방파에 따라 가입비나 제한조건 등을 꼼꼼히 따지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래와 같다. 나: 들어가도 되요? 방주: 들어올 거에요? 빨리 신청해요 혹은 이 정도의 말조차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테스트서버라는 특수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입을 하려는 순간, 방주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방주: 사파네요? 저희 정파 방파인데... 헉 이럴 수가! 그것을 생각 안했었다니! 천상비에서 정파와 사파는 같은 방파에 입문할 수가 없다. 일월교의 장로 곡양과 형산파의 유정풍이 결국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던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를 기억하는가? 그 운명의 갈림이 이제 와서 나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방파성 탈환과 =옥동자=에게의 복수는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니었던가 보다... 하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여자 창 캐릭터의 한 마디 질문이 이어졌다. (여자 창): 혹시 혈무사존 퀘스트 하셨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 속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혈무사존 퀘스트! 천상비에서 명성 31만 되면 수행 가능한 퀘스트로 소위 '정사 변경 퀘스트'라고도 불리는 것이 바로 혈무사존 퀘스트이다. 초보 퀘스트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고 또한 보상도 적기 때문에(구환단 2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터인데 바로 지금 그 퀘스트가 내게 희망의 빛을 던져 준 것이다.
혈무사존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50년 전 중원무림을 피로 물들인 혈무사존이 북망산 장군묘에 출몰하였다는 소문이 낙양성에 돌자 정파의 무림인들은 그를 척살하고자 사파의 무림인들은 그를 보호하고자 북망산으로 몰려가게 된다. 여기에서 내용이 갈리게 되는데 정파를 선택한 이들은 그와 대화한 후 포교에게 신고를 하면 되고, 사파를 선택한 이들은 상처를 입은 그에게 우황청심환을 갖다 주면 된다. 그런데, 만약에 정/사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 내용을 반대로 시행하면 된다. 즉 정파가 사파로 되고자 한다면 혈무사존에게 약을 갖다 주면 되고 사파가 정파가 되고자 한다면 포교에게 그의 위치를 신고하는 것이다. |
나는 북망산 장군묘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혈무사존을 찾아가 그와 대화를 한 후 배신을 때려 잽싸게 포교에게 그의 위치를 신고했다. 뒤통수를 맞은 혈무사존이 얼마나 찝찝해 할지는 능히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정/사를 바꾸려는 나의 목표마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포교에게서 구환단 2개와 함께 정/사 변경을 무사히 끝마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방파 입문을 신청했다. 그리고 아무런 탈 없이 원하던 대로 방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내게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 있었다. 정/사의 변경과 함께 그 동안 열심히 연마해 오던 사파의 무공이 사라졌기 때문에 새롭게 정파의 무공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방파 입문 이후 나는 곧장 반월도를 구하기 위하여 호북성으로 달려갔다. 참고로 천상비에서는 무공을 배우는 방법이 독특하다. 퀘스트를 통한 무공비급, 돈을 주고 마법서를 구입하여 사용 가능한 타 게임과 달리 무기를 통하여 전투 무공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퀘스트를 통해 습득하게 되는 보법 초상비, 결혼을 통하여 얻게 되는 원앙심법 등의 무공도 있지만 말이다). 반월도를 통해서는 정파의 중급무공 '참마도'를 배울 수 있다. 그것도 무기를 착용하는 것으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월도라는 무기를 한참 동안 사용하다 보면 무공이 습득되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반월도 하나 정도는 이전에 보관해둘 걸' 이라는 후회도 밀려왔으나 그 당시 사파였던 내게 반월도가 필요해질 줄 어찌 짐작이나 했겠는가. 사냥을 시작한지 두어 시간이 지나서 나는 혈와(핏빛 개구리)로부터 반월도를 얻을 수 있었다(사실 방파원들에게 부탁을 하면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었겠으나 초면이라 아직 서먹서먹한 터에 부탁부터 하기는 좀 미안했기 때문이다).
반월도를 얻자마자 나는 다시 신농가로 향하여 다시 열랩을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몇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무공을 습득했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당신이 ~~~의 구결을 습득 했습니다' 음... 생각보다 빨리 익혔네... 하고 뿌듯해 하며 무공창을 확인해 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참마도'라는 무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내가 헛것을 본 건가?' 투덜거리며 무의식적으로 기타 무공을 클릭해 보는 순간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공~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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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올렸다. 천상비에 몸담은 자라면 꿈에서조차도 부러워하는 궁극의 보법! 1년 동안 꼬박꼬박
플레이를 해도 운이 나쁘면(혹자는 '저주 캐릭터'라 표현한다) 배우지 못한다는 그 전설의 무공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나는 곧장
스크린샷을 찍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데이터 미 저장에 대한 대비를 해 놓고 방파 대화를 통해 능공허도 습득을 만인에게 공표하였다.
그러자 쏟아지는 수많은 방파원들의 축하와 부러움의 한 마디들~ 바로 이 기분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이들이 천상비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 게임 내뿐 아니라 게임 외적으로도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게임 내에서는 평소에는 지지리도 나오지 않던 약초나 아이템들이 2~3배로 잘 나오기 시작하고 정파 중급무공 '참마도'도 다음 날 곧장 습득이 가능했으며 방파 내의 여러 사람들과도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게임 외적으로는 형이 승진하여 온 집안이 떠들썩해지고 반년 전 나를 차고 도망간 옛사랑 수연이에게서 연락이 오는 등 며칠 사이에 온 세상이 장밋빛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능공허도를 갖게 되자 나의 능력은 타 고수들에 비하여 조금도 손색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꾸준한 광랩으로 그 동안 갈고 닦아왔던 능력치는 이미 손꼽히는 고수의 반열에 올랐으되 능공허도가 없기에 공성전 시 나의 역할은 항상 신물 방어였었다. 그런데, 마침내 관우가 적토마를 얻은 것이다(|(^o^)/).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그 동안 차근차근 공성준비를 해왔기에 방파원들 개개인의 능력도 타 방파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높아져 있었으며 사기 또한 충천해 있었다. 방파성 내의 지리와 구체적인 전략의 예제들 그리고 각 인원의 역할 분담까지 노련한 조교(굳이 그 조교가 나라고 강조하지는 않겠다-_-V)의 명 강의에 의해 숙달하게 된 방파원들은 공성시간 30분전이 되자 정확하게 방파 중앙지역에 집결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공성의 준비들을 하고 있는 타 방파원들의 인원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마 게임서버에의 공성전 업데이트 일자가 발표된 후 많은 인원들이 미리 적응해 보고자 테스트서버에 몰려든 듯싶었다. 우리는 인원 점검을 한 후 옛날 내가 속했던 방파성의 문파석 쪽으로 자리 이동을 하였다 '=옥동자=‘ 오늘 내 기어이 복수를 하고 말리라' 속으로 다짐을 하며 공성시작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였다. "3" "2" "1" 다시 얘전에 보았던 것과 같이 각 방파 방주들의 문파석 공격이 시작되었다. 사실 방파성을 소유하게 된 이후로는 본 적이 없는 광경... 지금에 와서 내가 속한 방파를 되찾기 위해 타 방파에 입문하여 새로운 방주를 응원하자니 묘한 감회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화면을 가득히 메우던 화려한 무공들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나의 화면 오른 쪽의 시계가 핏빛으로 물들은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나는 문파석이 깨지자마자 능공허도를 사용해서 성 내부로 진격해 들어갔다. 성문 앞에 2명의 수비대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문 공격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광랩과 맷업 노가다를 통하여 단련된 나의 몸은 수비대 2명의 협공에도 충분히 버틸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사실은 상당히 아팠으나 곧 쫓아 들어온 방파원들이 고맙게도 수비대를 처단해 주었다). 같은 방파원들과 힘을 합쳐 성문을 공격한지 몇분이 지나자 성문은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성 안으로 쳐들어가 신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수시로 Ctrl, Alt 키를 눌러 화면 내에 =옥동자=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활활 불타는 복수심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복수의 장면을 =옥동자= 녀석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는데... 접속을 안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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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작전대로 진행되어 우리 방파는 신물 4개를 손쉽게 수중에 넣은 후 방주님을 호위하여 현판으로 달려갔다. 이제 방주님이
저 현판만 부수면 복수는 성공하고 이 성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다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수비가 허술할 리가 없는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해 보니 현판의 주위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수비를 하는 방파원들은 전원이 현판 앞에서 총 공세를 펼치고 있었고 조금 전에 다시 쳐들어온 두 번째 공격 방파는 수비를 도우러 온 동맹 방파로서 역시 현판의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우리 방파는 두 개의 방파를 맞아 싸워야만 하였다. 아마, 동맹방파가 먼저 쳐들어가게 되면 신물 중심으로 수비를 하고 동맹 방파가 늦게 쳐들어가게 되면 현판을 중심으로 수비하도록 작전이 짜여 있었나 보다(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현판을 중심으로 수비한다는 것은 능공허도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5명 이상 되는 방파를 상대로 하기에는 상당히 어리석은 작전이다. 왜 그런 작전을 사용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주님은 작전대로 무조건 현판의 공격에 돌입했고 나를 비롯한 특전대는 방주 수호대로서 주변을 맡아 방주님을 공격하는 캐릭터들을 정리해 나갔다. 그 때 눈에 익은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옥동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앞을 가로막은 두 세 사람의 머리를 뛰어 넘어 그 녀석을 공격해 들어갔다. 나의 무공 참마도는 분노의 일격이 되어 놈의 뒤통수에 떨어졌고 그 한방에 그는 누워 버렸다. =옥동자=: "어? 뭐야?" 나는 기쁨에 넘쳐 그의 시체를 지긋이 밟아주었고 그의 시신은 천천히 장의사로 실려가 사라졌다. 그 때 또 하나의 비명이 옆에서 울려 퍼졌다. 그것이 누구인지를 확인해 본 나는 '헉'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내가 지켰어야 할 방주님이 타 방파 랭커의 일격을 맞고 쓰러져 버린 것이다. '이런~' 하며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제 방주님이 다시 준비를 해서 이 곳에 도착할 때까지 접전을 계속 하여야 하는 것이다. 공성전은 혼전의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 쳐들어온 방파가 또 하나 늘어나 총 4개의 방파가 물고 물리는 상황이 되자 결과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게 되었다. 수비 측은 우리 방파의 신물 한 개를 거의 부숴지기 직전까지만 공격한 후 놔두었다가 나머지 3개 신물을 우리 방파가 차지하였을 때 바로 부숴버리는 작전으로 나왔다. 신물의 내구도를 계산하며 정확하게 부서지기 직전의 상태로 맞추는 것도 1대 1의 공성전에서나 쉽게 가능한 일일 뿐 여러 방파가 각각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는 시간의 계산이 거의 불가능해져 버린다. 이렇게 신물을 사이에 두고서 먹고 먹히는 전투가 40여 분... 남은 공성시간이 이제 10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자 모두가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져 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공성이 실패하고 마는가' 하는 체념과 안타까움이 방파원들의 마음에 먹구름처럼 퍼져 가는데 그 때 갑자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거의 부숴놓은 상태까지만 만들어둬야 하는 우리 방파의 신물을 적 방파원이 실수로 부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온 힘을 모아 신물들에 대한 총 공격을 감행했다. 거의 동시에 신물 4개를 모두 차지하게 된 우리 방파는 모두 모여 현판으로 다시 한번 돌격해 들어갔다. 신물들이 리젠되기 전에 현판을 부수어야 하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그 때 나의 뒤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옥동자=였다. 나는 잽싸게 뒤로 돌아섰다. 방주님은 현판, 나는 =옥동자=와 다시 한번 최후의 전투를 벌이게 된 것이다. 뒤에서가 아니라 직접 정면으로 그 녀석과 대결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직접 대결해 보니 녀석도 고수로 불릴만한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나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조 무기의 캐릭터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천상비에는 무기 간의 상극 관계가 존재하는데 ‘조>도>창>검>조’와 같은 관계에 의해서 각각 20%씩의 데미지가 추가된다). 하지만 나보다는 한 수 아래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분명히 타격치는 내가 훨씬 높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회복제가 그 동안의 전투를 통해 거의 소진하여 이젠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야~압" 마침내 나의 필살 참마도와 함께 쓰러지는 =옥동자=! 드디어 나는 정식으로 복수에 성공한 것이다. 기쁨의 환성과 함께 다시 방주님을 지키러 날아가는 순간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화면 왼쪽에 뜨는 문구가 있었으니... |
"*** 방파가 %%% 방파와의 전투에 승리하여 성을 차지했습니다" 화면 오른 쪽의 시계는 다시 핏빛 대신 노란 색으로 변해 있었고 남은 시간은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순간적인 정적이 흐르고 곧이어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얏호~" "이겼다~" 그리고 방파원들간에 이어지는 축하와 환호... 바로 이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 그 동안 그토록 수많은 시간과 땀을 같이 흘렸던 것이 아닐까. 방주: 자 모입시다. 기념 스크린샷 한방 찍어야지요 우리는 성내 중앙에 모였고 다같이 정면을 향해서 우리의 장한 모습을 기록했다. 물론 다음에 다시 딴 방파에서는 이 곳을 노리고 쳐들어올 것이고 우리 역시 그 때에는 승리할 수도 혹은 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은 것이고 그 자체에서 기쁨을 찾았기 때문이다.
문득 천상비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가 생각이 났다. 봄날 비바람에 날개가 찢겨 죽는 나비처럼, 한 계절 영화에 몸을 불사르는 꽃처럼 혹은 한줄기 유성처럼 그 모든 것이 정녕 화려한 氣(기)와 技(기)의 촌각 속에서 한 조각 편운 같은 명예를 찾아 부나비처럼 명멸하는 하무군상의 광대놀음에 불과하다 해도 오늘도 고독한 무인들은 백포로 검날을 닦고 한 잔의 싸구려 화주로 타는 가슴을 달랜다. 인간이 아니라 오직 한 者, 神(신)이라 불리기 위해 絶代宗師(절대종사), 그 위대한 이름이 이글거리는 고봉의 정상을 오른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이토록 즐거워하고 화내고 아쉬워하는 것이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우스운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법이 존재하기에 오늘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소위 '미쳐'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천상비 공성전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나' 자신의 성취감이라기보다는 '우리'로서의 즐거움이었다. 물론 '절대종사'가 되는 것을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내가 권하는 것은 바로 천상비 공성전을 통해 내 자신이 겪었던 끈끈한 우애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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