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론즈 콜 2 : (1) 나도 말을 타고 달리고 싶다
퀘스트를 어디서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보니 광활한 맵을 매일같이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든 온라인게임에서 시스템으로는 지원하지 않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스킬인 ‘구걸’을 이용해 말을 얻어 타는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퀘스트를 하지 않고도 말을 탈 수 있으니 이 어찌 편하지 아니한가... 그날도 나는 어김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말 한 필(사실은 말이 아니고 “아타우르”라고 불리는 공룡이다) 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앞에 마음씨 착하고 고랩이면서 부자인 듯한 캐릭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필이 ‘팍!’하고 느껴진 것이다. 스타라이트 : 저기 아수라님? 말 한마리만 주세요. ㅡ.ㅡ;; 자칭 고랩 이면서 말을 구걸하던 나는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퀘스트를 처리하기 위한 몸빵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말(누누히 강조하지만 진짜 말이 아니라 공룡이다)을 얻기 위한 퀘스트는 ‘언데드 저주 퀘스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왜 언데드, 저주라는 괴상한 이름이 붙었을까? 이왕이면 ‘휘날리는 말갈기의 아타우르’ 같은 이름으로 퀘스트를 명명하면 얼마나 알기 쉬운가. 이런 의문은 일단 몸빵 아수라님이 생겼다는 기쁨에 안드로메다 성운 저편에 잠시 밀쳐두고 버룬밭 남쪽(베샤안 남쪽, 성소 근처)에 자리 잡은 언데드 저주 퀘스트 지역으로 아수라님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그럼 잠깐 여기서 언데드 저주 퀘스트의 배경을 알아 보기로 하자
베샤안 언데드 지역에 도착하니 음침한 분위기와(온통 검정색으로 뒤덮인 도시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땅) 흉측하게 생긴 해골이 말을 타고 방금 도착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몬스터가 노려봐 봤자 뭘 어쩌겠냐고 생각하고 있었으며(아수라 님이 있는데 뭘 걱정 할게 있는가) 더군다나 스스로 말을 구해서
탈 수 있게 된다는 흥분에 휩싸여있어서 전혀 무섭지 않았다(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 |
일단 몬스터를 잡아야 퀘스트를 받을 수 있기에 몸빵인 아수라님만 믿고 인첸트 걸어놓은 활시위를 힘차게 당겼다. ‘핑~’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화살은 300 데미지의 크리티컬이 나왔고 당연히 큰 대자로 뻗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 타켓을 노리는데 뻗기는커녕 나한테 힘차게 돌진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아수라님!!! 빨리 몸빵 해주세요!!!!!” 아수라님은 50 레벨답게 다가오는 몬스터를 향해 돌진해서 하나둘씩 처리하기 시작했고 나는 부지런히 쫓아다니면서 남은 떡고물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까 나를 노려보던 그 해골바가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순간 뭔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이 지나간 뒤 나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그 친근한 메시지를 또다시 만나보게 되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죽어서 경험치를 날리는 것보다 겨우 아수라님이 몸빵을 해주고 있는데 이러면 오늘 같은 행운이 아까 안드로메다 성운에 남겨둔 걱정과 터치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긴장하면서 부활해보니 다시 버룬밭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눈앞에 안드로메다가 보였다...
일단 다시 언데드 지역으로 가서 아수라님과 합류하는 것이 퀘스트 부여보다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수라님에게 메시지를 날려 어디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물귀신 작전을 날렸다. ‘/펠 아수라님 바로 갈께요,,버룬밭에 있어용~... ㅋㅋ’ 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면서 아까 아수라님이 넘겨준 말을 타고 남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쉴새없이 날아가는 크리티컬 샷, 하다못해 불화살도 날리면서 몬스터의 시체를 넘고 아수라님의 뒤를 따라다니다가 드디어 퀘스트 창이 반짝반짝 하면서 중후한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퀘스트 리시브~’
여기서 ‘언데드 저주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를 한번 살펴보자. 지금까지는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 퀘스트를 부여받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먼저 잡아야 할 몬스터는 스켈레톤 캐벌리 5마리로 아까 언데드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노려본 바로 그 몬스터다. 몬스터 레벨은 무려 39레벨로 체력 10,500, 활력 10,500을 자랑하고 있다.
그 다음은 임파워 버룬 이모탈 10마리(-.-;). 이놈은 38레벨로 나와 동랩이다. 그러나 한 마리 잡기도 힘들 정도로 체력 10,800, 활력 10,800의 무시무시함을 자랑한다. 게다가 저 뚱뚱함에서 알 수 있듯이 무지막지한 괴력을 자랑한다는 것도 잊으면 또다시 정겨운 메시지를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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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언데드 세레네 모스맨 10마리로 이 녀석은 레벨 36, 체력 7,200, 활력 7,200으로 가장 만만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
외모는 정말 ET처럼 생겨서 무심코 손가락을 마주대려 한다면 영화처럼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아닌 부활장소에서 목적지로 신나게 달려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식빵같이 생긴 ET의
머리~ |
어쨌든 이놈들을 다 혼자 잡는다면 나보다 몬스터들이 더 즐거운 플레이가 될 것은 안봐도 뻔하지만 내 옆에는 이들 몬스터와 비교될 만한 아수라님이 계시지 않은가! 처음 봤을 때 본인조차도 임파워 버룬 이모탈의 환생으로 착각하고 무조건 도망부터 치려고 했던 기억이 날만큼 50레벨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마치 몬스터가 몬스터를 때려잡듯 눈에 보이는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난 뒤에서 활이나 쏘면서 언데드 지역을 산책하고 다닐 만큼 안전하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퀘스트를 진행하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아수라라는 몬스터가
아니라.. |
하지만 갑자기 왼쪽 체력창 밑에 조그만 아이콘이 뜨고(저주 아이콘 이라고 찍힌 해골무늬) 나의 온몸이 무언가 감염된 듯이 흉측하게 물들어 버렸다. 그러더니 ‘당신은 시한부 인생입니다’로 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4:40. 언데드 생물이 사용하는 쇠약하게 하는 독입니다. 이 저주에 걸리면 5분 이내에 끔찍하게 죽게 됩니다. 해독약을 마시는 것이 죽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라니... 이건 마치 만화 북두신권에서 주인공이 적을 이곳저곳 찌른 뒤 하는 대사인 ‘너는 이미 죽어있다. 1, 2, 3....’을 지금 내 자신이 당해버린 셈이 되었다. 여기서 죽으면 다시 버룬 밭에서 뛰어와야 생각하니 끔직하다 못해 깜찍해져 버렸다.
최대한 깜찍한 모습으로 아수라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아수라님~~~ 나 도…도...독 걸렸데요 >_<”
“걱정 말아요(0.0;) 해독약 먹으면 되니까 제가 잡는 몬스터들 다
뒤져보세요. 여기서 감염액과 언데드 독을 찾아보세요”
위기일발!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분 정도 남았다. 이 짧은 시간안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시체를 뒤지는 것. 혼신의 힘을 다해 몬스터 시체를 이리저리 뒤지면서 겨우 감염액과 언데드 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이제 1분여... 이 아이템들은 단지 원료일 뿐 해독제가 아니기 때문에 재빨리 크래프트해서 해독제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이 사이 카운트다운은 계속되고 10여초 남은 상황에서 겨우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위기일발, 구사일생!
이게 바로 해독약을 만드는 퀘스트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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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앞길에 걸림돌은 없다. 앞에는 빵빵한 몸빵인 아수라님이 계시고 해독제도 만들어 가지고있으니 나는 반지제왕에 나오는 레골라스처럼 마구잡이로 활을 쏴대기 시작했다. 물론 뒤에서 아수라님이 사냥중인 몬스터에게만...
멋지게 화살을 날리는
스타라이트 |
드디어 마지막 몬스터를 죽이는 순간 퀘스트 완료창이 떴을 때 느낀 희열은 지금까지 레벨업을 해오면서 느꼈던 그 어느 것보다 행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말을 타기 위한 준비작업. 난 습관적으로 크래프트창을 열고 퀘스트 레시피를 찾았다(모든 퀘스트 완료 크래프트는 이곳에서 되더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여기서 퀘스트 완료 후 받은 ‘세라 아타우르 문양 안장’을 만들기 위한 창이 준비되어 있었다. 난 그 동안 모아놓았던 재료들로 해독약을 만들고 퀘스트 완료 후 얻은 자주색 레더 하이드 그리고 감염된 안장을 재료로 말 타는 안장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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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안장을 만들게
되었다 |
드디어 ‘휘날리는 말갈기의 아타우르’퀘스트...가 아니라 언데트 저주 퀘스트를 완료한 나는 멋진 모습으로 말을 타고있는 모습으로 대륙을 누빌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도와주신(혼자서 퀘스트를 다하신...) 아수라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보라~ 이 늠름한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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