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지 한달이 넘자 드디어 2서버 음마교주도 레벨 20을 달성했다. 그리고 엘븐 나이트와 엘븐 스카우트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쓸모는 없지만 뽀대는 왕이라는 엘븐 나이트를 할 것인가 아니면 1:1 또는 솔로잉에서 효과를 발한다는 엘븐 스카우트를 할 것인가? 많은 추종자들의 조언은 당연히 ‘스카우트로 해라’ 였지만 내가왜 다크엘프, 인간, 오크, 로리로리 드워프를 나두고 엘프를 선택했는지 생각해봤다. 바로 ‘뽀대’라는 이름하에 엘프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뽀대라는 이름하에... |
▶멋진 배경에서 한장 찰칵~ |
그렇다면 당연히 뽀대의 왕 엘븐 나이트를 하는 것이 원래 목적에 부응하는 것. 그러다 보니 정신을 차린 순간 어느새 나이트 전직 조건인 에메랄드를 모으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뽀대를 위해서라면 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수중에는 러프러프를 강탈해 겨우 맞춘 청동 세트와 펄션뿐... 그 외에는 시간당 2만 아데나를 모아서 대부분 정령탄에 쏟아 부으니 아데나 모일 시간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정령탄 중독에 걸려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냥이 힘들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인지 유혹의 손길인지 한때 모 게임에서 속된말로 날렸던 일당들이 4서버에서 스카웃 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 일당은 한때 크로스 선샤인이라는 길드명으로 음마교의 적대길드(설정상...)였지만 그래도 같이 즐겁게 게임을 하던 사이라 4서버로 와서 같이 옛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그래! 이왕이면 파티플 옛영광을 재현하자라는 목표에 의기투합해 음마교주는 4서버로 이주를 결심했다. 저주서버 2서버여 이젠 안녕~
아니! 누가 음마교주를 쓰고 있는거야!
2서버에 처음 안착할
때 ‘음마교주’라는 이름을 아무도 안쓰고 있어서 서글펐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했었지만
4서버에 캐릭터를 만들려 보니 누군가 이미 음마교주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 이름을 선점당했기 때문에 4서버의
이주가 불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길 유명한 나이기에 이름을
바꿔서라도 4서버에 캐릭터를 만들고 차근히 키워나갈 준비를 했다(그놈의 기란풀셋
지원해준다는 약속만 아니었어도...).
첫 번째 캐릭터 명은 ‘관능소설’... 음마교주에 비교되는 멋진 이름이 아닌가. 하지만 이것도 3레벨까지 키우다 주변에서 천박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고 결국 “관능교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앞으로 파티를 맺게될 동료들이 그 이름으로 하면 같이 안다니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다시 캐릭터 생성창을 보고 말았다.
▶음마교주의 복제들 |
결국 낙점된 이름은 위풍당당한 ‘진음마교주’. 진(眞)이라는 뜻처럼 진짜 음마교주라는 뜻이다. 이제 모든게 완벽하니 약속한 아이템을 받으러 카달을 만나러... 아니... 카달을 엘프마을 세계수 앞으로 소환시켰다.
“자~ 빨리 기란 풀셋 줘!”
“...
저기... 기란 풀셋 살 돈으로 다른 파티원들 장비 맞췄는데...”
“...”
“그럼
지금 다들 레벨이 몇인데? 적당하면 대충 따라잡지 뭐”
“음..다크체리가
25, 내가 23.... 아 크로스탈만이랑 파티해서 하면 되겠다”
“크로스탈만은
레벨 몇인데?”
“지금 8이요~ ㅎㅎㅎ”
“...
그럼 적당한 장비나 맞춰줘 ㅠ.ㅠ”
“지금 돈이
없으니까 쿠쿠리 팔아서 맞춰줄께요~”
▶혼자서 열랩~ |
▶카달을 만나 무기를 받다 |
아아~ 이미 처음에 약속한 기란 풀셋은 저하늘 멀리 날아가 버렸고 결국 장검급 단검과 가죽시리즈 방어구선에서 타협을 보고 말았다. 그래도 쿠쿠리를 팔아서 맞춰준다는데 감동감동 또 감동(ㅜ.ㅜ). 그런데 이놈이 쿠쿠리를 어디서 얻었지?
“헤이! 그런데 그 쿠쿠리 어디서 얻었지?”
“ㅎㅎ
사냥중에 카오가 지나가서 한대 치니까 떨구던데요?”
“...”
“...”
노가다의 진수. 그러나 경험자 앞에서는...
이미
전직을 한번 해봤던 경험자라서 레벨 14까지는 너무나 쉽고 빨리 올라갔다. 검퀘스트
2개도 순식간에 해결해 어느정도 돈을 벌었고(물론 개인상점 벌이는 시간 아까워서
일반 상점행...) 장비도 레벨 20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는 샤이닝나이프와 가죽세트(나중에
뼈셋으로 교체)를 받아 승승장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직을 뭘로 할까 생각하던
중 일당들이 하는 말이...
“스카웃 해왔으니 스카웃(스카우터) 해야죠
ㅋㅋㅋ”
“엘븐 스카우터라... 뽀대는 안나지만
하지 뭐”
▶스카우터의 일점사! 리레인 배꼽 맞추기~ |
사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파티원중 엘븐 스카웃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파티원중 여성 캐릭터가 진음마교주 하나뿐이라는 이유가 더 큰 것 같은 기분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차피 음마교주의 추종자(?)들도 스카우터를 추천했으니 나쁠 건 없겠지.
레벨 15가 되자 드디어 정체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렙업이 지루해지기 시작해지고 오크만 잡아서는 더 이상 레벨이 힘들어지고 조금 고레벨 몬스터를 잡아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레벨 15가 되자마자 엘리멘탈 힐을 배우고 다크 서큐버스 밭으로 떠나 캠핑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정령탄 4,000개를 마련해 20레벨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작심 3시간이라고... 어이없게 3시간 만에 마을로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곰 사냥은 이제 질린다~ |
▶엉덩이 보러 가자~ |
바로 땅에 누워 버린 것이다. 레벨 15일 당시 옅은 빨간색으로 표시되던 다크 서큐버스를 잡으면 경험치 599를 주었고 1%씩 꼬박꼬박 채워주기 때문에 2마리 잡고 피탐하면 금방 레벨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건만... 한번 누워버림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 억울했던 것은 경험치도 아니고 정령탄을 소모한 것도 아닌 피탐하면서 시간때우기로 빌린 소설책 2권이었다(ㅠ.ㅠ). 사실 죽은 이유도 피탐 시간동안 책 보느라 한눈판 사이에 당한 일이었다.
진음마교주 황무지로 가다
이렇게
레벨 19에 다다를 즈음 카달일당에게 귓말이 들어왔다.
“지금 레벨이?”
“당당한
19!”
“... 일주일 지났는데 아직도 19? 즐!”
“...”
“같이
파티하면서 사냥해요 그럼 빨리 키울테니”
“지금
위치가 어딘데?”
“개미던전인데 우리가 황무지로
나갈께요. 황무지로 와요~”
“오케이~”
현재 진음마교주의 위치는 다크서큐버스 밭. 황무지와는 위쪽 끝에서 아래쪽 끝이라는 엄청난 거리차이가 있었다. 가는 도중에 몬스터를 만나서 당할 위험도 있고 해서 안전한 물속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하고 황무지로 출발했다. 현재 리니지 2에서는 숨게이지가 있어 물속에 들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망하지만 왠지 모르게 엘프는 본토에서는 숨게이지가 안생긴다(물론 나중에는 판단미스로 죽을 뻔 했다).
▶최단 지름길은 물속! |
▶종종 다른 캐릭터들도 볼 수 있다 |
엘프 마을부터 플로란 마을까지 물속을 통해 이동후 황무지로 돌입하는 코스를 잡은 진음마교주 어차피 물속이라 몬스터도 없고 길도 거의 일직선이라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지루한 이동시간을 버티기만 하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적어도 크루마 탑 주변을 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루한 이동시간 덕분에 또 소설책을 읽고 있던 중 플로란 마을근처에 오자 캐릭터위에 하늘색 바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게 아닌가. 저게 뭐지 하고 신경을 끈 사이 헤드폰으로 희한한 신음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신음소리도 야하군...이라면서 눈길이 모니터로 돌아가는 순간 깨닫고 말았다. 하늘색 게이지가 바로 숨 게이지라는 것을...
▶허억! 숨게이지가!!! |
▶겨우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
남은 숨게이지는 약 2cm. 주변은 가파른 언덕이라 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로그인을 다시 하자니 서버가 혼잡이라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래서 많은 법사들이 한때 말섬에서 본토로 올때 쓰던 방법인 힐 연타(물론 파이터라 엘리멘탈 힐...)로 겨우 물 밖에 나올 수 있었다. 이때 MP와 HP모두 소모해버렸고 잠시 휴식을 가지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때 야시시한 숨소리가 아니었다면 또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숨소리를 기획한 개발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드디어 만난 다크체리. 흑흑흑...
겨우겨우
황무지에 도착한 진음마교주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황무지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건만 황무지 입구는 보이질 않고 절벽만 보이는 것이다. 분명 저 아래가
황무지는 틀림 없는데...
“헤이 카달~ 황무지 입구에 도착했으니 마중나와~”
“오키~
지금 갈께요~”
잠시후
“교주님 지금 어디? 입구에 아무도 없는데요?”
“... 남쪽...플로란
마을 근처 입구 아냐?”
“...”
“...”
“... 설마... 글루딘 마을 근처
입구였어??”
“황무지 입구가 거기 말고 또 있어요?”
▶잘못 왔다... |
▶오크 영웅과 맞짱뜨면서 왔는데... |
결국... 난 엉뚱한 곳으로 찾아오고 만 것이다. 할 수 없이 귀환주문서를 이용해 글루딘 마을로 온 뒤 진짜 황무지 입구에서 마중나온 다크 체리를 만날 수 있었다. 황무지에서 모인 인원은 진음마교주, 카달, 크로스탈만, 다크체리, 열혈디토 5명. 아직 진음마교주는 올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5명이 모이니 너무나 쉽게 사냥이 가능한 것이다. 일개미는 물론이고 기타 등등등 몬스터를 잡고 나서는 너무 쉽다는 것이다. 난 죽을뻔 했는데도...
▶오오 다크 체리~~ |
▶드디어 파티원을 만나다 |
그러나 유일의 여성캐릭터이기 때문인지(본인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 크로스 탈만은 흑기사를 자청했고 다크체리는 자신이 입던 강화가죽 시리즈를 벗어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체리는 잠시 빌려서 여자엘프가 입으면 어떤 모습인가 궁금했을 뿐이고 확인한 순간 돌려받았다. 설...설마... 여자가 입던 옷을 입기 위해서 저런 짓을 했단 말인가(쿠쿵!).
▶흑기사를 자청하는 크로스탈만 |
▶설마! 여자가 입던 옷을? |
“둘다 변태...” 카달의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어쨌든 황무지에서 더 이상 수확이 없자 우리는 투렉오크 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렙 잘 오르기로 유명한 장소라 몬스터들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았는데 파티플레이의 절묘한 밸런스가 진짜 오묘했다. 카달은 오라클로 버프와 힐을 담당했고 어쌔신인 다크체리는 몬스터를 루팅하는 역할을, 오크인 열혈 디토는 몸빵, 인간 전사인 크로스탈만과 엘프인 진음마교주는 데미지 딜러(사실 진음마교주는 데미지 딜러 역할도 못했지만...).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하고 예전에 호흡을 맞춘 전력이 있는지라 말 안해도 알아서 척척 자기 할일을 해주는 것이다. 오오 이 얼마나 멋진 팀 플레이인가!
▶포위공격! |
▶전진공격! |
그러나 딴 팀의 플레이를 보고는 조금 황당했는데 3마리만 몬스터가 덤벼도 다구리 당해 눕기 때문에 몹몰이가 없을꺼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무려 투렉오크 몹몰이를 보고 만 것이다. 정말... 온라인 게이머들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설마 저걸 다 잡을 수 있었다니...
어쨌든 덕분에 무난히 레벨 20에 도달했고 진음마교주는 전직퀘스트를 하러 파티를 이탈했다. 나머지 인원은 레벨 30을 향해 떠났고...(언제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의 목표는 2차전직이 가능한 40레벨까지 먼저 도달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졍했다. 과연 음마교주는 언제 레벨 30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저 뒤에 보이는 몹몰이... |
▶파티 이탈~ |
... 현재 음마교주의 레벨은 21이다(8월 29일 오전 11시 40분). 지금까지 소모한 정령탄은 1레벨업당 약 3,000개. 피탐하면서 읽은 소설책은 12권.. 마신 음료수는 약 23리터.. 정작 중요한 것은 피같은 여름휴가를 아덴영지에서 보냈다는 것이다(ㅠ.ㅠ). 작년 여름에도 도둑에서 어쌔신으로 전직하는데 여름휴가를 썼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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