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 발표 현장
(사진제공: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2015년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그러나 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자율규제의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확률이 얼마인가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급별로 여러 아이템을 묶어서 공개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아이템의 확률이 얼마인가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 확률 정보가 있는 곳 역시 게임 자체, 공식 홈페이지, 공식 카페 등으로 각각 달라서 어디에 가면 확률을 볼 수 있는가가 분명하지 않았다.
자율규제가 시작된 지 햇수로 2년이 됐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제법이 3개나 발의된 배경에는 자율규제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다. 이에 게임업계는 다시 한 번 자율규제를 손봤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율규제의 큰 틀을 다시 잡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 중에는 소위 ‘전설급’으로 불리는 희귀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나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은 업체 이름 발표와 같은 기존보다 강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2월 15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을 발표했다. 저번에 만든 자율규제가 게임업계가 주도해서 마련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참여한 곳이 더 다양하다. 이번에 발표된 강화안은 지난 11월에 결성된 ‘자율규제 정책협의회’에서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협의회에는 소비자단체나 이용자 대표와 같은 ‘게이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성원도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청소년정책전문기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같은 게임 관련 유관기관, 게임개발자단체와 업계가 함께 참여했다. 기관과 게임업계, 소비자까지. 다양한 관계자가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자율규제는 어떠한 모습일까?
등급별 공개라면 ‘희귀 아이템’ 확률 별도 공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큰 틀에서 달라졌다. 핵심은 ‘확률 공개 방식’ 변화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자율규제에서 업체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개별 확률 공개’다. 말 그대로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된 모든 게임 아이템의 확률이 얼마인지 하나씩 공개하는 것이다.
▲ 이처럼 각 등급에 포함된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개별로 공개하는 것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는 등급별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등급별 공개’의 경우 기존에도 원하는 아이템의 확률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추가된 것이 바로 ‘희귀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따로 발표하는 것이다. 등급 공개를 선택한 게임업체는 반드시 ‘희귀 아이템’ 확률 정보를 따로 뽑아서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희귀 아이템’ 공개 방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첫 번째는 가격이다. 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 금액이 일정 이상에 도달하면 ‘희귀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게임사에서 정한 금액이 ‘10만 원’이라면 10만 원을 쓰면 이 아이템을 100%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유저에게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식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는 ‘희귀 아이템’에 대한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만약 ‘전설’ 등급에 게임 아이템 a,b,c가 있다면 아이템 3개의 획득 확률을 각각 발표한다. 마지막 세 번째 방식은 게임에 실제로 등장한 ‘희귀 아이템’의 개수를 공개하는 것이다. 만약 ‘전설’ 등급의 A라는 아이템이 게임 안에 9개가 풀렸다면 이 개수를 유저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는 것이다.
▲ 희귀 아이템 확률을 개별로 공개하거나
게임에 출현한 개수를 알리는 방식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정리하자면, 게임사는 ‘개별 확률 공개’와 ‘등급별 확률 공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등급별 확률 공개’를 선택하면 그 중 상위 등급 아이템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로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희귀 아이템의 확률을 발표하는 방식은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 확률 정보 자체 혹은 이 정보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 URL 등을
게임 안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굳이 ‘등급별 확률’을 남겨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규제 정책협의회 좌장을 맡았던 한양대학교 황성기 교수는 “개별 확률 공개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경우 개별 확률을 공개하면 사업비밀이나 노하우가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라며 “자율규제 방향성은 무조건 소비자의 편을 들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에 중심을 두되 최소한의 산업 보호를 같이 가져가자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확률 공개’와 ‘등급별 공개’를 모두 채택에 업체가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게끔 했다. 여기에 ‘등급별 공개’의 경우 ‘희귀 아이템 개별 공개’를 추가로 붙여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 발표를 맡은 한양대학교 황성기 교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체 게임으로의 확대와 미준수 업체 발표
자율규제 강화는 단순히 ‘확률 공개 방식’을 손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청소년 이용가 게임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번에는 성인 게임을 포함한 전체 게임으로 확대됐다. 다만 성인 게임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유예됐다. 이에 대해 황성기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전체 게임 적용’이 맞다. 다만 협의 과정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경우 온라인게임이 대부분인데, 모바일과 달리 기존 규제로 피해가 누적되어 있다는 판단 하에 일단 유예했다. 이후 자율규제 평가위원회에서 적용 여부를 재평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자율규제 적용 범위를 전 플랫폼, 모든 등급 게임으로 확대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벌금이나 과태료는 아니지만 ‘패널티’도 생긴다. 협회 회원사 중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는 ‘미준수 업체’ 목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즉,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는 게임사가 어디인가를 공개적으로 밝혀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황성기 교수는 “자율규제는 말 그대로 ‘자율’이기에 제재 수단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러한 유형의 규제에서 가장 확실한 패널티는 ‘미준수 업체 공개’다”라며 “변호사 협회와 같은 법정단체에서 자율규제를 진행할 때 패널티로 마련한 것이 ‘위반사실’ 공표다.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역시 미준수 업체 발표가 최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참여를 유도할 ‘준수업체 인센티브’는 어떨까? 이에 대해 협회 강신철 협회장은 “잘 준수한 기업에는 지스타 참가비 할인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업계나 협회 차원에서 줄 수 있는 ‘인센티브’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관기관과 함께 자율규제를 잘 지키는 업체에게 어떠한 이득을 줄 것인가에 대해 좀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강신철 협회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게임사가 지켜야 할 ‘금기사항’도 생겼다. 핵심은 ‘꽝’을 없애는 것,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 결과물 중 ‘유료 캐시’를 없애는 것, 게임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이템’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 중 ‘필수 아이템’에 대해 협회 김문환 연구원은 “만약 모바일게임에서 이 스테이지를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면 이 아이템은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 확률형 아이템을 팔 때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도 생겼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후관리 역시 관건으로 떠올랐다. 우선 협회는 게임업계에서 독립된 제 3의 기관에 모니터링을 의뢰한다. 즉, 게임사와 관계 없는 이 곳에서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공개한 확률대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에 15일에 발족된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통해 이행 현황을 감독하고, 자율규제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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