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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탄생시킨 ‘드라큘라 백작’은 흡혈을 통해 불사의 육체를 얻은 존재로 그려진다. 신을 등지고 어둠에 물들어 피를 탐하며 짐승을 수하로 부리는 모습은 후대 뱀파이어(Vampire, 흡혈귀) 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느 괴물과 달리 치명적이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지닌 뱀파이어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호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언데드 슬레이어’, ‘로그라이프’로 잘 알려진 소수정예 개발사 하이디어는 신작 ‘인간 혹은 뱀파이어’에서 뱀파이어가 지닌 불멸성에 주목했다. 반인 반흡혈귀 주인공은 동료를 물어 불사의 존재로 만들지, 아니면 인간성을 보존할지를 놓고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뱀파이어가 되면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지만, 더 이상 성장도 불가능하다.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독특한 기획과 견고한 만듦새를 인정 받아 2016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우수상이자 중국 게임어워드 우수 해외게임상,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 2위에 오르는 등 출시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과연 실제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지,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와 이정대 PD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하이디어 이정대 PD(좌)와 김동규 대표(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하이디어 및 두 사람의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김동규: 7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다 독립해 2012년 첫 작품 ‘언데드 슬레이어’를 선보였다. 당시 NHN과 퍼블리싱 계약이 성사되며 생각지도 않게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하이디어는 하이(Hi, 안녕)와 아이디어의 합성어인데, 내 메신저 ID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후 ‘로그라이프’와 ‘인간 혹은 뱀파이어’를 차례로 개발하며 인원이 조금씩 늘어나 현재는 7인이 함께 하고 있다.
이정대: 김동규 대표와는 재직 시절 함께 게임을 만든 동료다. 당시 회사가 폐업하며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는데, 나는 드라이어드란 개발사를 공동 창업해 ‘레기온즈’를 국내외 서비스하기도 했다. 하이디어에는 지난해부터 합류했으며, 기획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구상으로 시작했는데 게임이 점점 무거워져 고민이 많다.
言 신작 ‘인간 혹은 뱀파이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인간 혹은 뱀파이어' 최신 게임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하이디어)
이정대: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SRPG가 지닌 게임성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재해석한 게임이다. 작중 배경은 ‘낙원’이란 곳으로, 인간이 죽으면 가게 되는 일종의 사후 세계다. 인간의 영혼은 이곳에서 환생을 기다리는 한편, 전생의 기억을 되찾아 강력한 힘을 얻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영혼이 환생을 거부하고 낙원 밖으로 추방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설정이다.
추방당한 이들이 바로 환생하지 못하는 대신 죽지도 않는 불멸자, 즉 ‘뱀파이어’의 시초다. 스토리상 주인공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파이어로서 여러 동료와 함께 던전을 탐험하며 낙원의 종말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동료는 16개 직업의 약 60여 명이 존재하며, 넷이서 덱(파티)을 구성한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스킬과 사거리, 특징이 있어 어떻게 진영을 짜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전체적인 게임플레이는 로그라이크(Rogue-like) 장르와 대동소이하지만, 적과 조우했을 때 SRPG처럼 사각형 타일을 이동하며 턴제 전투를 펼치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괴물 외에도 강력한 보스와 보물상자, 성소 등 탐험할 거리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동료가 성장할수록 더 강력한 스킬을 익히고 이걸 주인공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이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덱에 어떤 동료가 합류했느냐에 따라 전략이 바뀐다 (사진출처: 하이디어)
김동규: 결국 게임의 목적은 최대한 오랫동안 동료를 살려서 던전 깊은 곳까지 탐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협적인 적들과 맞서다 보면 이렇게 애지중지 육성한 동료가 사망하기도 하는데, 이때 그냥 죽게 내버려둘지 뱀파이어로 만들지 선택할 수 있다. 뱀파이어가 된 동료는 더는 어떠한 육성도 불가능하고 그 상태 그대로 싸워나가게 된다.
言 죽지 않는 것 외에 뱀파이어로서의 특질이 있나? 십자가를 무서워한다거나
이정대: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차용하긴 했지만, 작중 세계에서는 단순한 괴물보다는 신에게 도전했다가 추방당한 마족에 가깝다. 그래서 마늘을 못 먹는다거나 햇빛에 불타지는 않는다. 십자가 또한 특정 종교를 연상케 하는 요소라 제거했다. 다만 뱀파이어라도 피가 모자라면 능력치가 하락하므로 주기적으로 흡혈을 하거나 관에서 쉬어줘야 한다.
言 동료를 되살리려면 육성을 포기해야 하는, 하드코어한 기획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
이정대: 동료를 포기할지 아니면 뱀파이어로 만들어 보존할지 결정하는 것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전략의 큰 줄기가 된다. 이외에도 동료를 어떻게 육성하고 어떤 스킬 위주로 덱을 조합할지 등 자유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유저의 선택이 향후 진행에 큰 영향를 끼칠 것이다.
또한 게임 외적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기획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도 RPG를 만들고픈 의지가 강했는데 그렇다고 흔한 형태로는 시장에서 경쟁이 될 리 없으니.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시스템을 안배하고 뱀파이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더해 구체화하다 보니 ‘인간 혹은 뱀파이어’가 나오게 됐다.
▲ 로그라이크와 SRPG를 조합해 독특한 게임성을 창출했다 (사진출처: 하이디어)
言 메인 스토리를 쫓아 던전을 탐험하는 것 외에 다른 콘텐츠도 있나
이정대: 출시 시점에는 챕터 단위로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와 골드 등의 재화가 많이 나오는 특별 던전, 그리고 PvP 정도다. 친구와 함께 보스 레이드에 참여하거나 클랜전을 벌이는 콘텐츠도 기획 중이지만 당장은 안 들어간다. PvP의 경우 비동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오직 뱀파이어가 된 동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言 ‘인간 혹은 뱀파이어’ 개발에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이정대: 굉장히 많은 곳에서 영향을 받았다.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각종 게임과 애니메이션, 소설을 참고했다. 각종 로그라이크도 많이 즐겼는데 ‘다키스트 던전’이 기억에 남는다. SRPG로는 ‘파이어 엠블렘’, ‘슈퍼로봇대전’, ‘창세기전’을 주로 봤고 이런 검증된 게임성을 모바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 악명 높은 '다키스트던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사진출처: 레드훅 스튜디오)
言 게임은 언제쯤 출시되며, 수익구조는 어떻게 될까
김동규: 벌써 일정을 한번 어긴 터라 조심스럽지만 늦어도 올해 1분기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 같다. 수익구조는 기본 플레이는 무료에 인앱결제가 들어가는 방식. 동료가 죽었을 때 과금으로 부활시키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혜자 게임이란 소릴 들을 수 있도록 가벼운 상품으로 구성했다.
言 ‘언데드 슬레이어’는 좀비인데 이번에는 뱀파이어다. 소재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
김동규: 일단 개인 취향이 그쪽이기도 하고. ‘언데드 슬레이어’는 뭐든 마구 썰어버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사람을 자르기는 잔인하니까 대신 좀비로 풀어낸 것이다. 세계관을 삼국지로 잡은 것은 누구나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기 때문이고, 주인공이 ‘하후돈’이 된 것은 나만의 차별화였다. 보통 삼국지 게임이라면 촉나라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주인공이지 않나.
비단 ‘언데드 슬레이어’뿐만 아니라 ‘로그라이프’와 ‘인간 혹은 뱀파이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딱 들었을 때 관심이 가면서도 남들이 너무 많이 시도하진 않은 그런 소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게임의 주가 되는 캐릭터와 디자인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자극적이면서 적당히 차별화되는 것이 나름대로의 노하우 아닐까.
▲ 삼국지를 좀비물로 각색해 차별화한 '언데드 슬레이어' (사진출처: 하이디어)
言 소규모 개발로 벌써 세 번째 작품인데, 소수정예의 일장일단을 꼽는다면
김동규: 요새 업계 양극화가 심화되며 대기업 아니면 아예 1, 2인 팀이 많다. 그런데 우린 소규모이긴 한데 아주 적지는 않은 애매한 크기다. 다루는 게임을 봐도 소규모 팀은 클리커나, 3매치 퍼즐 같은 것을 주로 만드는데 우린 서버 기반 RPG와 액션게임을 만든다. 대기업에 비하면 작지만 또 다루는 게임에 비하면 인원이 부족한 형국. 업계 전체를 뒤져봐도 이런 개발사는 찾기 힘들다는, 독특하다는 뿌듯함이 있다. 장점은 그게 전부다(웃음).
言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함께 하다 보면 재미있는 개발비화가 있을 법하다
김동규: 함께 게임을 개발했던 동료들이 여기로 헤쳐 모인 것 자체가 재미있다. 이게 막 창업하니까 모여라!해서 불러온 것도 아니고 게임 하나 낼 때마다 조금씩 합류해 여기까지 왔다. 개중에는 펄어비스 ‘검은사막’ 만들던 친구도 있는데 다들 능력 있는 인재들이 잘 다니던 회사 박차고 도와주러 와줬다. 뭐랄까, 분위기가 공포의 외인구단스럽다.
▲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옛 동료들이 모여들었다는 하이디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새롭게 소규모 개발에 뛰어드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김동규: 지금 소규모 개발하는 분들이 워낙 잘하다 보니 반대로 내가 조언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시장은 계속해서 변하니까 더 트렌디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하는 이들에게 감히 누가 훈수를 둘 수 있을까. 그저 ‘우리 때는 보릿고개도 겪었다’ 같은 구닥다리 소릴 조금 하자면 계속 참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겠다.
言 게임창조오디션과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등에서 입상했다. 노하우가 무엇인가
이정대: 누구에게나 기회는 분명 있기 때문에 그걸 부지런히 알아보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 도중에는 이런 행사를 챙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걸 감내할만한 부지런함이 필수다. 또한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특색 있는 디자인 덕분에 첫인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즉 부지런한 참여와 강렬한 첫인상이 핵심이다.
▲ 입상을 위한 노하우로 부지런함과 좋은 첫인상을 꼽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하이디어에게 있어 독립개발(인디)란 어떤 의미인가
김동규: 사실 우리가 인디인지도 잘 모르겠다. 보통 인디라 함은 수익성과는 유리된 꿈을 많이 얘기하는데, 개발자라고 평생 꿈만 꾸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가 당연히 돈을 벌고 구성원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나는 언제나 게임 개발을 내 취미라 여긴다. 취미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받쳐줘야 한다. 계속 게임을 만들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으로 다시금 더 만들고 싶고 더 좋은 게임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言 끝으로 하이디어의 향후 목표와 포부를 듣고 싶다
김동규: ‘믿고 하는’ 하이디어가 되는 것.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함으로서 유저들에게 ‘이 회사 게임은 뻔하지 않더라’, ‘꽤 할만하더라’라는 평가를 얻고 싶다. 나아가 언젠가는 다들 ‘어? 그 게임 나도 알아’하며 주위에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앞서 수익성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막 ‘창렬’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덜 벌어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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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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