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3 2018'을 통해 상세한 모습이 처음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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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3 2018’에서는 다양한 신작 정보가 소개됐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순 없겠지만, 무수한 신작 러쉬 속에서도 마침내 그 실체가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은 유독 돋보였다.
‘사이버펑크 2077’은 ‘위쳐’ 개발사 CD프로젝트레드 신작으로 일치감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존재가 첫 공개된 이후 올해까지 별다른 정보가 발표되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알려진 것은 TPRG ‘사이버펑크 2020’ 50년 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과 비선형 스토리를 기반으로 높은 자유도를 구현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5년 만에 ‘E3’를 통해 첫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게임이었다. 기계와 펑키 문화의 근미래 세계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오픈 월드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안의 모든 것이 플레이어와 상호 작용하며 살아 숨쉰다니. 5년 간의 기대가 빛바래지 않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음성 한글화까지 발표되며 국내 유저들의 기대는 한층 부풀어 있는 상태다.
이에, 게임메카는 ‘E3 2018’ 회장에서 CD프로젝트레드 관계자와 만남을 가졌다. 아직 플레이어블 데모가 나오지 않아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 보지는 못했지만,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진행된 개발자 시연을 통해 ‘사이버펑크 2077’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다.
▲ 베일에 쌓여 잇던 '사이버펑크 2077'은 어떤 게임일까?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신체를 강화한다? 미래형 레벨업은 이런 모습
시연을 시작하자 가장 먼저 캐릭터 설정 창이 떴다. 기본적으로 남/녀 성별과 상세한 외모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헤어스타일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펑키한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이밖에 이름과 같은 캐릭터 정보, 포인트 배분을 통한 초기 능력치 설정 등이 이어졌다. 시연에서는 힘, 기술 등의 능력치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 지 거의 보여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CD프로젝트레드 ‘사이버펑크 2077’ 퀘스트 디자이너인 패트릭 밀즈(Patrick Mills)를 만나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패트릭은 캐릭터 능력치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단계지만,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와 업그레이드 과정, 스킬과 무기 선택 과정에 있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 CD프로젝트레드 '사이버펑트 2077' 퀘스트 디자이너 패트릭 밀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직업은 세 가지를 볼 수 있었다. 전투에 특화된 ‘소울로’, 메카닉 기술을 다루는 ‘테키’, 적의 무기 등을 작동 중지시키는 해커와 비슷한 클래스 ‘네트러너’ 3종류다. 직업별로 배울 수 있는 스킬이 각기 다른데, 플레이에 따라 다른 직업 스킬 일부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시연에서는 직업을 ‘소울로’로 선택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배경은 2077년 미국의 ‘나이트 시티’라는 곳으로, 플레이어는 용병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기본적인 시점은 1인칭이지만, 일부 이벤트 장면에서는 3인칭으로 바뀌어 내 캐릭터를 비춰준다. 캐릭터를 이동하며 적을 해치우는 미션을 수행하는데, 단순 이동에서부터 엄폐, 슬라이딩 등 다양한 모션이 공개됐다.
이러한 모션은 스킬 습득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시연 과정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패트릭의 설명에 의하면 ‘소울로’는 향후 습득을 통해 벽 타고 달리기, 더블 점프 등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스킬들은 전투 외 탐색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다고.
▲ 엄폐, 슬라이딩, 벽 타고 달리기, 이단 점프 등 다양한 모션이 게임에 활기를 더해 준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전투는 의외로 익숙했다. 권총을 들고 총격전을 벌이는데, 권총 주제에 오토 라이플 수준의 연사가 가능했다는 점 정도가 근미래적 세계관을 반영할 뿐이다. 패트릭은 “게임 속 세계는 현실의 미래가 아니라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미래로, 현실의 이러한 무기가 이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진화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나중에는 현실에 없는 완전히 미래적인 무기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숙하다고 해서 전투가 평범하다는 것은 아니다. 벽이나 기둥, 장애물 등 대부분이 파괴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으며, 1인칭 시점이라 그런지 타격감이나 피격감도 상당 수준이었다. 특히, 게임 도중에는 자신의 신체를 전투에 적합하도록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결 전투가 쉬워진다.
▲ 의외로 총기류는 익숙한 모습이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전투가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미래 세계가 펼쳐졌다. 귀 뒤에 케이블을 연결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바이오 머신, 신체 곳곳에 자연스럽게 이식돼 있는 기계 장치들, 하늘을 나는 공중부양 후송차, 동네 가게에서 문신이나 시술을 받듯 자연스럽게 신체 곳곳에 기계를 심어 업그레이드 하는 장면, 뉴욕과 홍콩 뒷골목을 반반 섞어 놓은 듯한 펑키적인 분위기, 사람과 권투 경기를 펼치는 안드로이드 등 현대 문화와 미래 세계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체 업그레이드가 인상깊었는데, 이번 시연에서는 손바닥에 웨폰 그립을 장착하고 기계 안구를 빼서 강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안구를 강화하면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람이나 차량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고성능 줌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위해 안구를 뺀 장면에서 카메라가 안구를 따라다니는 점이 웃음을 자아냈다. 손바닥에 장착하는 웨폰 그립은 총알이 몇 개 남았는지 자동으로 확인해 주고, 대미지 상승과 반동 약화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패트릭은 “시연에서 보여진 것 외에도 다양한 업그레이드 아이템이 많으며, 신체에 장착하는 파츠 외 점퍼 등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라며 “개발 중이라 확답할 수는 없지만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 하는 데도 이러한 아이템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래세계는 몸에 기계 하나 둘 박아넣는 걸 타투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걸까, 미래 도시 탐방에 시간 가는 줄 몰라
게임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미래 도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행위 그 자체였다. 2077년 ‘나이트 시티’는 얼핏 우리가 사는 세계와도 비슷해 보인다. 차량은 대부분 땅으로 다니고, 신호등과 광고판이 번쩍거리고, 사람들은 바쁘게 돌아다닌다. 사회의 커다란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부상 열차가 활성화됐고, 곳곳에 사이버틱한 조명이 반짝이고, 로봇팔과 인공 안구가 상용화 되어 있는 등 미래틱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실 ‘미래’라고 하면 완전히 딴 세상 얘기 같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적지 않은데, ‘사이버펑크 2077’은 이러한 진입장벽을 최소화하면서 근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을 자연스레 일깨운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 미래 세계를 이렇게 몰입도 높게 그려내다니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기본적으로 게임은 오픈 월드를 1인칭으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상호 작용을 하고 퀘스트를 받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속 많은 부분이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했는데, 무기를 집어들고, 자켓을 입고,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인사하고, 가게로 들어가 물건을 사고, 차량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행인들은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그 중에는 마우스를 갖다 대면 이름과 정보가 표시되는 NPC도 있었다.
패트릭은 “이러한 정보는 게임 내에서 눈에 스캐너를 설치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며 “정보 출력은 상대 능력치나 상태, 관계 등에 따라 발동하는데, 그 기준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름과 정보가 표시된다고 해서 반드시 퀘스트와 연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대화를 진행하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대사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개가 변한다고 한다. 이번 시연에서도 몇 가지 대화를 진행했고, 시가를 받아 필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부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CD프로젝트레드의 전작 ‘위쳐’ 시리즈처럼 세계와 상호 작용하며 수많은 결과를 낳는 방식이다.
▲ 각종 퀘스트에서 어떤 대화와 행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로 달라진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게임 도중에는 차량을 타는 장면도 나오는데, 1인칭과 3인칭을 선택할 수 있었다. 1인칭은 정말 레이싱 게임 같은 느낌을, 3인칭은 주변을 좀 더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도중에 차량 총격전이 나왔는데, 차량을 조종하는 사람 없이도 길을 잘 찾아간 것을 보면 현재 개발 중인 자동운전이 상용화 된 듯하다.
참고로, 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길가에 주차돼 있는 차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GTA’ 시리즈처럼 이런 차들을 자유롭게 훔쳐 탈 수 있는 것일까? 패트릭의 대답은 ‘Yes’였다. 그는 “아직 자세한 것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차량 탈취 및 행인 치기 등 각종 범법적인 행위가 가능하다”라며 “게임 내 모든 행위는 선악을 쉽게 결정내릴 수 없다. 좋은 일을 하려다가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캐릭터가 내리는 모든 선택들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GTA' 시리즈처럼 차량 절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짧은 시연이었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매력적인 세계관과 기본적인 게임성을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세계면 살아볼만할까? 아니면 잠시도 살고 싶지 않을까? 그 결과는 정식 출시 후 좀 더 게임을 해 보고 내려야 할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다려질 뿐이다. 2077년에도 살아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게임으로라도 즐길 수 있으니 다행이다.
다음은 ‘사이버펑크 2077’과 관련해 패트릭과 나눈 추가 질문들이다.
전투 외 일상적인 콘텐츠도 있는가?
패트릭 밀즈: ’위쳐’ 시리즈에도 비전투 콘텐츠가 많았으니 ‘사이버펑크 2077’도 비슷하게 갈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퀘스트를 진행한다던가, 무언가를 찾는다던가
▲ 매력적인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멀티플레이 모드도 존재하는가?
패트릭 밀즈: 지금은 메인 모드인 싱글 플레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멀티플레이도 연구 중이긴 하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2077년 ‘나이트 시티’ 모습은 꽤나 인상 깊었다. 미국 외 다른 지역도 이렇게 펑키한 분위기인가?
패트릭 밀즈: 세계관 내에 ‘나이트 시티’ 같은 도시가 여럿 존재한다. 게임 내에서 다른 시티로 갈 순 없지만, 시내에도 구역이 6개가 있고 구역마다 각기 테마가 달라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게임은 '나이트 시티' 안에서만 진행되지만, 충분히 넓을 것이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나이트 시티’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는가? ‘위쳐’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패트릭 밀즈: 아무래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맵이 아니다 보니 크긴 크지만 제한돼 있긴 하다. 크기가 크긴 한데 정확히 어느 정도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입체적인 건물도 많고, 그 건물 내에도 제각기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작 ‘위쳐’ 시리즈는 맵이 평면적이었고 들어갈 수 있는 건물도 한정돼 있었는데, ‘사이버펑크 2077’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비행 차량이 등장했는데, 이것도 직접 운전이 가능한가?
패트릭 밀즈: 비행 차량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직접 운전할 수는 없다. 다만 탈 수는 있다.
▲ 맵도 넓지만, 그 안에 입체적인 건물과 구조물, 지상/지하도들이 섞여 있어 체감 넓이는 훨씬 넓을 것이다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전체적인 퀘스트 수는 얼마나 예상하고 있는가?
패트릭 밀즈: 아마도 ‘위쳐 3’랑 비슷한 규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패트릭 밀즈: 한국에서 많은 기대를 보내주고 있다니, 고마운 마음이다. 그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한국 유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CD프로젝트레드 패트릭 밀즈 디렉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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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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