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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분석 1부, 대상 게임 업체는?
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다. 1일부터 적용되는 회사는 직원 300명 이상인 곳이다. 여기에는 주요 게임사가 대부분 포함된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까지 소위 3N부터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게임빌, 컴투스, 웹젠, 펄어비스, 조이시티 등이 대상이다. 비상장사 중에도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블루홀, 그라비티가 직원 300명 이상이다.
또한 이번에는 대상이 아니라도 2021년이 되면 50인 미만 업체까지 모두 적용된다. 앞으로 3년 후에 게임사 대부분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되기 때문에 닥쳐서 준비하기보다 미리 대비를 해놓는 것이 앞으로 일을 진행하기에 낫다. 많게는 몇 년 단위로 진행되는 신작 개발 일정을 생각해도 빨리 준비해두는 것이 프로젝트 진행에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들을 얼마나 ‘주 52시간 근무제’에 준비되어 있을까? 일단 블루홀, 게임빌, 컴투스, 조이시티, 그라비티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게임빌은 “내부에서 막바지 조율 중이나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조이시티 역시 “아직 계도기간이고 전반적인 업계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라비티는 “현재 유연근무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지만 처벌 전에 시정할 기회를 주는 계도기간 6개월을 가져가는 만큼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하지만 1일 시행에 맞춰서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사도 상당수 있다.
▲ 아직 구체적인 부분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게임사 5곳 (사진제공: 각 게임사)
유연근로제 도입하는 게임사,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무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정부가 권장하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알아보자. ‘유연근무제’는 총 세 가지며 이 중 게임사가 쓸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2주 또는 3개월 동안 ‘1주일 평균 기본근무 40시간’을 지키되 필요한 주에 더 많이 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이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회사는 직원이 일한 총 근무시간만 관리하고, 언제 일을 할지, 출퇴근을 몇 시에 할지는 직원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 중 게임사가 선택한 것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다. 회사가 한 달 근무시간을 160시간으로 잡았다면, 직원은 이 시간만 채우면 출퇴근을 자유롭게 해도 되는 제도다.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웹젠,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네오위즈가 모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골랐다. 넷마블, 넥슨, 스마일게이트처럼 계열사가 많은 업체는 자사는 물론 직원 300명이 안 되는 계열사도 함께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돌입한다.
▲ 유연근로제 도입을 결정한 게임사 8곳 (사진제공: 각 게임사)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사마다 정한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코어타임’이 있다. 출퇴근은 자유롭게 하되 이 시간만큼은 같이 모여서 일을 해달라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코어타임’을 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부서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직원 공청회를 통해 개발, 퍼블리싱, 지원 등 다양한 계열사 사업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다만 펄어비스와 엔씨소프트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탄력적 시간근로제’도 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무시간 한도에서 한 주는 많이 일하고, 다른 주는 적게 일해서 평균 근로시간을 법 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1주 평균 40시간이고, 이번 주에 60시간을 했다면, 그 다음주는 20시간만 일하는 것이다. 그러면 둘을 합치면 80시간이며 1주 평균은 40시간이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주간에 일을 더 하되 평균 근무시간이 법 기준을 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탄력적 근무시간제’다.
그러나 두 회사가 집중한 곳은 다르다. 엔씨소프트는 일정이다. 통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지만, 신작 출시, 비공개 테스트, 공개서비스 등 중요 일정을 앞두고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탄력적 근무시간제’도 쓴다. 펄어비스는 직무에 따라 나눴다. 규칙적으로 교대 근무가 필요한 부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그렇지 않은 곳은 총 근무시간만 회사가 관리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카카오게임즈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한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존에도 월요일은 오전 10시 반 출근, 금요일은 5시 반 조기 퇴근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에 쉬는 '놀금' 제도를 도입하고,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해 점심시간을 운동, 휴식 등 직원 개인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적 혹은 선택적으로 압축되는 다른 게임사와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쓰는 유연근로제와 달리 일하는 시간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목적이 개인 업무 효율과 저녁이 있는 삶을 기조로 한 만큼,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25일에 사옥을 옮긴 카카오게임즈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은?
그렇다면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이슈로 떠오르는 ‘신규 인력 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는 업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선 인력 채용에 집중하는 게임사가 있다. 넷마블은 “작년 넷마블 전 계열사 국내 채용만 1,300명 수준이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웹젠은 “24시간 인력이 필요한 모니터링(서버/보안 등)과 같은 직무는 외주용역이나 충원을 통해 업무를 분배했다”라고 설명했다.
인력 충원이 없어도 괜찮다는 곳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기존에도 업무량에 따라 인력을 적절히 채용해왔으므로 추가 채용에 대한 특이사항은 없다”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업체도 있다. 네오위즈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조사해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넥슨 역시 “향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며 판단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게임사와 직원, 52시간 근무제에 아쉬운 점은?
7월부터 시작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정확한 가이드도 없고, 업종 특성도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지난 8일에 열린 ‘콘텐츠분야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업계 입장에서 아쉬운 점을 전달했다. 정부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신작 및 중요 업데이트를 앞두고 길게 일해야 하는 게임업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승우 국장은 “현재 유연근로제는 게임 분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탄력적 시간근로제는 2주, 3개월이 아니라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은 최대 1년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단위로 총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8일에 열린 ‘콘텐츠분야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업계 관계자 역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현재 최대 3개월)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현재 최대 1개월)이 늘어나면 현실적인 제도 반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서버 장애 대응 등의 특수한 상황에는 예외적으로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 방안도 적극 논의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기간에 일을 몰아서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손꼽혔다. 대표적인 부분은 ‘프리랜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직원 수에 따라 도입시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직원에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일용직까지 포함된다. 애매한 부분은 ‘프리랜서’다. 게임업체에서도 원화가를 프리랜서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프리랜서’는 법원 판단에 따라 직원일수도, 직원이 아닌 것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처럼 애매한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를 세워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아쉬운 점이 없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야근을 해도 이를 회사에 올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은 전하고 똑같은데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이 불법이 되며 이를 넘겨서 일한 초과 근로는 서류상으로 남길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 추가 수당, 하다못해 예전에는 나왔던 교통비, 식대도 받을 길이 없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52시간을 다 채운 경우 급한 일이 생기면 회사에서 일하지 못하고 집에서 일하는 상황도 종종 생기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수당은 수당대로 받지 못하고 일은 일대로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저녁 있는 삶’이 정부 정책이라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후 52시간을 넘긴 추가 근무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회사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포괄임금제 폐지
▲ 지난 3월에 올라온 게임업계 '포괄임금제' 폐지 요청 국민청원 (사진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와 함께 포괄임금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게임사 대부분은 ‘1주일에 이 정도 시간을 추가로 일한다’를 가정하고 임금을 결정하는 ‘포괄임금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추가시간’보다 많이 일해도 주어지는 월급은 똑같다는 것이다. 일은 더했는데 이에 대한 수당은 받지 못하는 이른바 ‘공짜야근’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각 회사가 총 근무시간만 관리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자리를 잡으면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을 넘긴, 추가로 일한 시간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가도 짚어봐야 한다.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으면 일한 시간은 기존하고 똑같은데 돈은 못 받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는 꼭 ‘52시간’을 채우라는 것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며, 가급적 야근을 줄여보자는 것이 법 취지다. 이러한 목적을 살리고 싶다면 포괄임금제가 아니라 추가 근로에 대해 법에 정한대로 수당을 지급하는 ‘시간외수당’을 정착시켜야 직원은 추가 근로에 대한 수당도 받고, 회사에는 불필요한 야근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현재 대형 게임사 중 ‘포괄임금제’가 아닌 곳은 펄어비스가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초부터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승인된 추가 근무에 대해서만 시간외수당을 법정 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게임업계 야근 원흉인 포괄임금제를 없애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워라벨’을 위한 과정이지 목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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