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는 게임 규제가 포함된 '청소년 근시 예방 계획'을 발표했다 (자료출처: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게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소년 근시 예방을 위해 게임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에는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판호’ 발급은 물론 현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수도 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청소년 근시 예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게임을 맡고 있는 국가신문출판서를 비롯해 교육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체육총국, 재무부,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 등 8개 부서가 참여한다. 부처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판호에, 서비스하는 게임 수까지 제한하겠다
발표된 내용에는 각 부서가 맡을 역할이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국가신문출판서가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수와 새로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통제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적정한 연령대의 게임을 즐기도록 안내하라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셧다운제처럼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과 함께 새로 출시되는 게임 수,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되는 전체 게임 수까지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각 가정에서는 청소년 근시를 예방하기 위해 학습 목적이 아니라면 전자기기를 한 번에 15분, 하루에 1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현지 방문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미취학 아동에게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거나, 초등학교 1,2학년에게는 쓰기 숙제를 내주지 말 것, 학교와 가정에서 매일, 매주 정기적으로 근시 예방을 위한 눈 운동과 야외활동을 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초, 중, 고등학교별로 1학기에 진행할 시험 횟수도 정해놓고 있다. 가령 초등학교 1, 2학년은 한 학기에 1번만 시험을 칠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눈과 책과의 거리는 30cm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표현 다수를 동원해 청소년에게 눈을 건강하게 보호하는 생활습관이 들도록 교육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청소년이 눈을 과도하게 쓰는 모든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0.5%씩 청소년 근시 비율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특히 근시 발병률이 높은 지역은 매년 1% 이상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게임 최대 시장, 중국 막히면 어쩌나?
▲ 차이나조이 2018 텐센트 부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청소년 시력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야외활동을 늘리고, 과하게 눈을 쓰는 것을 줄인다고 해서 모든 근시를 예방할 수는 없다. 근시가 발생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며, 잘못된 생활습관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콘텐츠 산업 중 규제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지목된 것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게임 하나밖에는 없다.
또한 현재 중국 정부는 해외는 물론 자국기업에도 판호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 게임사로 손꼽히는 텐센트 마화텅 대표는 지난 15일(현지 기준) 진행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모바일게임 인허가(판호)가 일시 중단됐다. 신작 15종에 대한 인허가를 받았지만 대기 중인 게임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제 판호가 다시 나올지 짐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근시 예방’을 목적으로 게임에 어떠한 규제를 가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직 없다. 게임 총량과 판호 제한, 청소년 게임 시간 규제라는 방향은 있지만 중국 시장에 몇 종의 게임을 둘 것인지, 청소년에 허용할 게임 시간은 몇 시간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발표된 것이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불거진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기조에, 관련 제도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업계 전체에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중국은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국심천콘텐츠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게임 유저는 올해 1분기에 4억 7,500만 명에 달했으며,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만 424억 8,000만 위안, 한화로 7조에 육박한다. 이러한 중국 시장이 정부 규제로 인해 문호가 닫히면 중국 진출을 목표로 한 게임사는 물론, 중국 비중이 높은 곳도 위기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던전앤파이터’ 중국 성과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넥슨은 8월 31일 현재 전 거래일보다 2.39% 하락한 1,388엔에 거래 중이다. 넥슨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두각을 드러낸 캡콤 역시 4% 떨어진 2,574엔에 머물고 있다.
국내 게임 상장사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판호를 기다리는 중인 펄어비스와 넷마블은 각각 1.96% 2.5% 하락했으며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미르의 전설’ IP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위메이드도 1.69% 떨어졌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액토즈소프트, 액션스퀘어, 데브시스터즈 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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