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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리부트로 풀어놨더니 또 꼬인 ‘모탈 컴뱃’ 세계관

[사진 1] 돌아온 ‘페이탈리티’의 원조, ‘모탈 컴뱃 11’ (사진출처: 네더렐름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 돌아온 ‘페이탈리티’의 원조, ‘모탈 컴뱃 11’ (사진출처: 네더렐름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오는 4월, 격투 게임 마니아들이 환호할 만한 대작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로 격투게임 장르 대부 중 하나로 굳은 입지를 지닌 ‘모탈 컴뱃’ 시리즈 최신작 ‘모탈 컴뱃 11’이다. 1992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래 ‘페이탈리티’로 대표되는 높은 잔혹성으로 세간의 관심을 끈 ‘모탈 컴뱃’ 시리즈는, 이번 ‘모탈 컴뱃 11’에서도 뼈와 살이 분리되는 연출로 뭇 격투 게임 마니아들을 벌써부터 흥분시키고 있다.

보통 ‘모탈 컴뱃’ 하면 ‘페이탈리티’는 알아도 특유의 괴이한(?) 세계관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리즈는 격투 게임 치고는 꽤나 특이하게도 여러 차원과 시공을 넘나드는 복잡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발매된 첫 작품만 해도 소림 무술 토너먼트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스토리를 계속 이어오며 이제는 무술가들이 시공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수준에 이르렀다.

알고 보면 이미 여러 번 영화와 만화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컬트적 인기를 자랑하는 세계관의 ‘모탈 컴뱃’, 이번 주에는 무술 장르와 SF 판타지가 절묘하게 조합된 그 초차원적 세계관을 알아본다.

무술 영화에서 영감 얻었다, 우주 최강 소림 무술로 지구 구하는 ‘모탈 컴뱃’

지금은 우주를 구하는 신들의 전쟁이지만, 첫 작품은 무술 대회였다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지금은 우주를 구하는 신들의 전쟁이지만, 첫 작품은 무술 대회였다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오늘날 ‘모탈 컴뱃’은 피와 살이 튀기는 잔혹한 게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1992년 발매된 시리즈 첫 작품인 ‘모탈 컴뱃’은 잔혹함이 아닌 ‘격투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했다. 당시 게임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얼마나 더 사실적인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는가’였다. 이에 ‘모탈 컴뱃’ 시리즈의 기획자 에드 분은 실제 배우의 동작을 카메라로 찍어 게임에 응용할 생각을 했고, 이에 격투 영화들을 참고하여 첫 번째 ‘모탈 컴뱃’이 탄생한 것이다.

1991년 미국 게임 개발 및 유통업체 미드웨이는 게임 개발자 에드 분과 존 토비아스에게 당시 광풍을 불러온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대항마가 될 작품을 한 해 안으로 제작하라는 특명을 전했다. 이에 개발진은 당시 미국에서 인기가 높던 인술과 쿵푸 등 아시아 무술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는데, 여러 제안서 중 마지막에 채택된 소재가 바로 아시아 무술 대회였다.

초기 ‘모탈 컴뱃’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콘텐츠는 닌자 기술을 배운 미국인이 홍콩에서 열리는 불법 무술 대회에 참가한다는 영화 ‘투혼’이었다. 에드 분과 존 토비아스는 아예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장 클로드 반담을 게임 모델로 쓸 계획까지 세웠다. 물론 장 클로드 반담이 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며 기획 또한 수정됐지만, 이후로도 에드 분은 아시아 무술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게임을 제작해 나갔다.

‘모탈 컴뱃’에 큰 영감을 준 영화 ‘투혼’ (사진출처: Den of Geek)
▲ ‘모탈 컴뱃’에 큰 영감을 준 영화 ‘투혼’ (사진출처: Den of Geek)

무술 영화의 흔적이 스토리에 가장 짙게 남아있는 작품은 시리즈 첫 작품 ‘모탈 컴뱃 1’이다. ‘모탈 컴뱃 1’의 줄거리는 일견 단순해 보인다. 지구 어딘가에는 ‘섕 쑹’이라는 고대 마법사가 지배하는 ‘섕 쑹의 섬’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섕 쑹’은 ‘모탈 컴뱃 토너먼트’라는 무술 대회를 개최하는데, 콘셉트가 외딴 섬에서 마약상이 개최하는 무술 시합에 쿵푸 전사가 참가해 악당의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의 이소룡 주연 영화 ‘용쟁호투’와 꼭 닮은 모습이다.

‘모탈 컴뱃’이 ‘용쟁호투’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악당의 음모가 훨씬 거대하다는 점이다. ‘섕 쑹’이 외딴 섬에서 ‘모탈 컴뱃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이유는 단순 여흥이 아니었다. 사실 이는 거대한 마법적 의식으로, 신들이 정한 법칙에 따라 연속으로 열 번 승리한 측은 대회가 개최된 차원을 병합할 수 있었다. ‘섕 쑹’의 목적은 지구를 자신이 온 외계 ‘아웃월드’와 합치는 것이었다. 게임 시작 시점에서 대회는 벌써 ‘섕 쑹’ 부하인 ‘고로’가 이미 아홉 번의 승리를 거머쥔 상태였다.

게임 ‘모탈 컴뱃’의 캐릭터는 지구 최강 전사들로, 이 ‘모탈 컴뱃 토너먼트’에 초대된 자들이다. 스토리상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모탈 컴뱃 토너먼트’에서는 지구의 젊은 소림승 ‘리우 캉’이 ‘고로’와 ‘섕 쑹’을 쓰러뜨리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아홉 번이나 지구 전사들을 꺾고 연승을 기록한 ‘고로’는 ‘리우 캉’에게 패배, 지구도 잠시나마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섕 쑹’은 ‘아웃월드’에 있던 자신의 주인 ‘샤오 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받아 지구를 노린다.

‘샤오 칸’에게 기회를 구걸하는 ‘섕 쑹’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샤오 칸’에게 기회를 구걸하는 ‘섕 쑹’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이듬해인 1993년 출시된 ‘모탈 컴뱃 2’는 여기서 이야기의 규모를 한층 더 키웠다. ‘아웃월드’의 황제 ‘샤오 칸’은 ‘섕 쑹’ 조언대로 지구 정복에 방해가 되는 영웅을 모조리 물리칠 계획을 세운다. 이는 바로 ‘아웃월드’에서 ‘모탈 컴뱃 토너먼트’를 개최해 지구의 가장 강한 영웅들을 초청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리하면 지구 영웅은 ‘아웃월드’의 침공 야욕을 영원히 꺾기 위해 이 위험한 초대에 응할 테니, 홈 필드 어드밴티지를 이용해 그들을 전부 없애버리면 됐다.

이러한 설정 덕에 ‘모탈 컴뱃 2’에는 전작보다 다양한 외계종족들이 등장했다. 팔이 네 개 달린 우락부락한 ‘고로’의 종족 ‘쇼칸’은 물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피에 굶주린 돌연변이 ‘타르카탄’,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긴 수명과 뛰어난 마법의 힘을 지닌 ‘에데니안’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맞서 지구 측에서도 전작의 용사 ‘리우 캉’을 필두로 벼락의 신 ‘라이덴’ 등이 다시 출전하는 데다, 고대부터 ‘모탈 컴뱃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전사의 후예 ‘쿵 라오’ 등 신 캐릭터가 추가됐다.

‘모탈 컴뱃 2’에서도 최종 승리는 지구 측 용사인 ‘리우 캉’이 쥐게 된다. ‘아웃월드’에서 벌어지는 대회였고 상대는 여러 차원을 정복한 절대자 ‘샤오 칸’이었으나, 이번에도 ‘리우 캉’은 우주 최강 소림 무술의 힘으로 ‘샤오 칸’을 패배시키고 다시 한 번 지구 침공 야욕을 좌절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 칸’은 지금까지 숨겨놓고 있던 비장의 계획을 실행해 마침내 지구를 침공하니 이 내용이 바로 ‘모탈 컴뱃 3’의 줄거리다.

지구를 놓고 벌어지는 무술가와 외계인의 대전을 다룬 ‘모탈 컴뱃 2’ (사진출처: Moby Games)
▲ 지구를 놓고 벌어지는 무술가와 외계인의 대전을 다룬 ‘모탈 컴뱃 2’ (사진출처: Moby Games)

1995년 출시된 ‘모탈 컴뱃 3’은 결국 지구가 ‘샤오 칸’과 ‘아웃월드’ 침략자들에게 정복된 미래를 다룬 아포칼립스 배경 게임이었다. 여기서 ‘샤오 칸’은 다소 복잡한 술수를 써서 지구를 침공한 것으로 묘사된다. 사실 그는 지구 이전에 ‘에데니아’라는 차원을 정복해 그곳의 여왕 ‘신델’을 강제로 아내로 맞았고, 정복자 ‘샤오 칸’을 증오했던 ‘신델’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샤오 칸’은 이 ‘신델’의 시체를 지구에서 부활시키고, 아내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지구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싶은 내용이지만, 어쨌거나 ‘샤오 칸’은 지구에서 되살아난 ‘신델’과의 결속을 통해 강림한다. 그 후 ‘샤오 칸’은 자신의 강대한 힘으로 지구인의 영혼을 강제로 뽑아내 자신의 힘으로 삼아서 더욱 막강한 존재로 거듭난다. 오직 지구 출신 신 ‘라이덴’의 보호를 받는 소수의 용사들과, 중국 닌자 조직 ‘린 쿠에이’가 만든 사이보그 닌자들만 ‘샤오 칸’의 광역 흡성대법에서 살아남는다. 이후 이들이 ‘샤오 칸’에 맞서 전투에 나선다는 것이 ‘모탈 컴뱃 3’의 이야기다.

‘모탈 컴뱃 3’ 결말에서 ‘아웃월드’의 황제 ‘샤오 칸’은 마침내 ‘리우 캉’에게 분노의 소림 무술을 맞고 패배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웃월드’와 하나가 되어가던 지구는 해방되며, 이전까지 ‘샤오 칸’의 철권 통치 아래 신음하던 ‘에데니아’도 얼떨결에 함께 구원 받는다. 이로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섕 쑹의 섬’에서 ‘모탈 컴뱃 토너먼트’를 여는 것으로 시작한 ‘모탈 컴뱃’ 이야기는, 마지막에 토너먼트고 뭐고 편법으로 지구에 온 ‘샤오 칸’이 응징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샤오 칸’은 아내 찾는다는 명분으로 지구로 통하는 차원문을 연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샤오 칸’은 아내 찾는다는 명분으로 지구로 통하는 차원문을 연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여담이지만,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게임 ‘모탈 컴뱃’ 시리즈는 이후 역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바로 1995년 개봉한 영화 ‘모탈 컴뱃’이다. 영화 ‘모탈 컴뱃’은 ‘아웃월드’ 괴물들이 지구를 침공할 자격을 얻기 위해서 ‘섕 쑹’을 중심으로 ‘모탈 컴뱃 토너먼트’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여기에 성적이 썩 나쁘지는 않았는지 1997년에는 게임 ‘모탈 컴뱃 2~3’ 이야기를 다룬 영화 ‘모탈 컴뱃 2’이 개봉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리부트 소식도 들리고 있다.

‘모탈 컴뱃 토너먼트’ 없는 ‘모탈 컴뱃’, 스토리는 우주로

‘모탈 컴뱃 3’에서도 세기말 켄타우르스가 지구를 질주하는 황당한 모습이 보였지만…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모탈 컴뱃 3’에서도 세기말 켄타우르스가 지구를 질주하는 황당한 모습이 보였지만…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앞서 언급했듯 ‘모탈 컴뱃’ 시리즈 첫 세 작품은 ‘투혼’이나 ‘용쟁호투’ 등 무술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실제 스토리나 연출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대중적인 문화적 기반을 둔 덕분에 게이머들도 ‘모탈 컴뱃’의 스토리를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릴로지’로 불리는 첫 세 작품 이후로 출시된 ‘모탈 컴뱃’ 시리즈는 차츰 ‘모탈 컴뱃 토너먼트’ 설정은 뒷전으로 밀어 두고, 우주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신들의 전쟁을 다루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발점은 1997년 발매된 게임 ‘모탈 컴뱃 4’였다. ‘모탈 컴뱃 4’는 스토리만 아니라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으로 제작되고 무기 사용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했으나, 당시 인기를 끌던 격투게임 ‘철권 3’이나 ‘버추어 파이터 3’에 비해 부족한 점을 보였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규모는 방대해진 반면 내용이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모탈 컴뱃 4’는 새로운 존재 ‘신녹’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사실 설정상 ‘신녹’은 태초부터 존재한 ‘엘더 갓’ 중 하나로 거의 전능에 가까운 힘을 지닌 신이다. 그러다 모종의 이유로 타락한 그는 여러 세계를 자신이 홀로 지배하기 위한 야욕을 드러냈고, 이에 다른 신들에게 저지 당해 저승 ‘네더렐름’에 봉인 당하는 처지가 됐다. ‘모탈 컴뱃 4’는 전작에서 패배한 황제 ‘샤오 칸’이 상처를 돌보는 사이, 새로운 악당인 마술사 ‘콴 치’가 ‘신녹’의 봉인을 해제하며 시작한다.

새로운 악당 ‘신녹(좌)’과 ‘콴 치(우)’의 등장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새로운 악당 ‘신녹(좌)’과 ‘콴 치(우)’의 등장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타락한 신답게 ‘신녹’은 봉인이 풀리자마자 ‘네더렐름’의 지배자가 돼 지구를 침공하다. 이번에는 ‘모탈 컴뱃 토너먼트’도 열리지 않는데, 이는 ‘신녹’ 그 자신이 신이며 다른 신들과 적대 관계인 탓에 굳이 복잡한 규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신녹’은 어마어마한 힘을 선보여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오고, 자신을 막으러 온 지구의 신들조차 일부 쓰러뜨린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잠시 ‘신녹’이 약화된 사이 이번에도 소림 무술의 달인 ‘리우 캉’이 나타나 그를 물리친다.

그러나 이 승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모탈 컴뱃: 데들리 얼라이언스’에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녹’은 패배했으나 그 수하 ‘콴 치’는 살아남아서 ‘네더렐름’을 탈출하던 중 ‘샤오 칸’ 이전에 ‘아웃월드’를 지배하던 폭군 ‘드래곤 킹’의 묘를 우연히 찾게 됐다. 이 무덤에는 무수한 언데드 전사들의 육신이 잠들어 있었는데, 이를 조사한 ‘콴 치’는 죽은 전사의 혼을 이 육신에 빙의 시키면 불멸의 병사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콴 치’는 다른 마술사 ‘섕 쑹’을 찾아 거래를 제안한다. 함께 ‘드래곤 킹’의 군대를 되살리고 세상을 정복 하자는 이야기였다. 이해관계가 일치한 덕에 두 마술사는 ‘데들리 얼라이언스’라는 연합을 이루고,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동영상에서 시리즈 전통의 악당인 ‘샤오 칸’과 주인공 ‘리우 캉’을 죽인다. 이 중 ‘샤오 칸’은 나중에 알고 보니 대역이었던 사실이 드러나지만, 대대로 지구를 지켜온 ‘리우 캉’은 게임 시작과 함께 처참하게 목이 꺾여 사망하는 모습으로 퇴장한다.

인트로 영상에서 허망하게 목이 꺾이는 ‘리우 캉’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인트로 영상에서 허망하게 목이 꺾이는 ‘리우 캉’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또 다른 전통의 주인공인 지구 출신 뇌신 ‘라이덴’은 뜻있는 전사들을 모아 ‘데들리 얼라이언스’에 대항하나, 결국 모두 사망하고 두 마술사에 홀로 맞서야 하는 참담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뜬금 없이 전작 주인공들이 악당 콤비의 기습에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전개가 된 것이다. 이로서 ‘모탈 컴뱃: 데들리 얼라이언스’는 시리즈 최초로 악당들이 선한 주인공을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씩 죽여 승리를 거머쥐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4년에 출시된 후속작인 ‘모탈 컴뱃: 디셉션’은 ‘모탈 컴뱃: 데들리 얼라이언스’보다 한층 더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됐다. 사악한 마술사 ‘콴 치’와 ‘섕 쑹’은 수적 우세를 무기 삼아 마침내 뇌신 ‘라이덴’을 패배 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모든 적이 사라지자 ‘드래곤 킹’의 군대를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고대의 폭군 ‘드래곤 킹’이 돌아온 것이다.

이에 두 사악한 마법사 ‘콴 치’와 ‘섕 쑹’은 물론 적이었던 ‘라이덴’까지 힘을 합해 ‘드래곤 킹’에 맞서나, 세 명의 합심한 공격도 ‘드래곤 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에 ‘라이덴’은 자신의 모든 힘을 해방시켜서 자폭하는 것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했으나, 이마저도 ‘드래곤 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주인공들을 몰살시킨 악당 콤비 ‘콴 치’와 ‘섕 쑹’, 그리고 최후의 선한 주인공 ‘라이덴’마저 신작 시작 동영상에서 몰살 당했다.

‘드래곤 킹’ 막겠다고 원수 셋이 힘을 합치지만, 셋 다 인트로 영상에서 허무하게 사망한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드래곤 킹’ 막겠다고 원수 셋이 힘을 합치지만, 셋 다 인트로 영상에서 허무하게 사망한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충격적인 전개를 위해 인기 캐릭터들을 죽이고 정 수틀리면 부활시키는 식의 스토리가 계속되자 ‘모탈 컴뱃’ 스토리는 점점 억지스럽게 변해갔다. 그 절정은 2006년에 발매된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모탈 컴뱃: 아마게돈’이었다. 이 작품은 기존에 나온 모든 캐릭터가 등장해 세계관 최강의 전사를 가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전사가 궁극의 힘을 넣는다는 내용의 줄거리를 다루었다. 이미 죽은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든 되살리거나, 하다못해 좀비로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추진한 시리즈 올스타 매치 ‘모탈 컴뱃: 아마게돈’의 결말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많은 게이머들은 궁금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작품에서는 제대로 된 결말을 알 수 없었다. 캐릭터마다 엔딩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 중 어떤 캐릭터의 엔딩이 공식 설정에서 채택된 ‘정사’로 남을지는 후속작이 나와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다음에 나온 작품에서도 결말은 알 수 없게 되었다. 차기 작품으로 뜬금없이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가 나온 것이다.

외전격 작품인 줄 알았으나 정식 ‘모탈 컴뱃’ 시리즈로 편입된 여덟 번째 작품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는 ‘슈퍼맨’ 등으로 유명한 DC 코믹스 크로스오버였다. 그래도 나름 스토리는 있어서 ‘모탈 컴뱃’의 우주와 DC 코믹스 우주가 서로 침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각 작품의 영웅들이 자기 고향을 지키기 위해 서로 싸운다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전작과의 연관성이 불명확하고, ‘아마게돈’에서 벌여 놓은 스토리 판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했다.

인기 캐릭터 ‘캣우먼’도 ‘페이탈리티’ 앞에서는 가차없이 화형이다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인기 캐릭터 ‘캣우먼’도 ‘페이탈리티’ 앞에서는 가차없이 화형이다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애석하게도 ‘모탈 컴뱃’ 시리즈는 ‘모탈 컴뱃 3’ 이후 서서히 침체기를 겪어왔고, 이는 ‘모탈 컴뱃: 아마게돈’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비록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가 생각 외로 선전하긴 했지만, 이 또한 미드웨이의 파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미드웨이는 2009년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90년대를 풍미한 격투게임 ‘모탈 컴뱃’도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뜻밖의 구원자가 등장했다.

‘앗 꿈이었나!’ 리부트 같은 후속작 ‘모탈 컴뱃(2011)’

역대 캐릭터가 총출동해 서로 죽고 죽은 ‘모탈 컴뱃: 아마게돈’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역대 캐릭터가 총출동해 서로 죽고 죽은 ‘모탈 컴뱃: 아마게돈’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모탈 컴뱃’ 시리즈가 미드웨이와 함께 위기에 처했을 때 손길을 뻗은 것은 바로 굴지의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워너브라더스는 꽤 오래 전부터 ‘모탈 컴뱃’과 연을 맺고 있었다. 영화 ‘모탈 컴뱃’ 시리즈를 배급한 회사인 뉴 라인 시네마는 1996년 타임워너라는 회사에 합병됐는데, 타임 워너는 워너브라더스 모회사였다. 여기에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로 한 번 더 관계를 맺으며 게임을 함께 개발한 역사도 있었다.

마침 워너브라더스는 게임산업으로 진출할 계획을 오랫동안 품어왔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중소 게임개발업체를 적극 인수해왔다. 그들이 미드웨이가 파산하는 것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워너브라더스는 게임 산업을 담당하는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모탈 컴뱃’을 비롯한 IP를 전부 인수했고, 에드 분 등 주요 개발자를 영입해 스튜디오까지 만들어주었다. 스튜디오 이름은 ‘네더렐름’, 게임 ‘모탈 컴뱃’의 주요 무대 중 하나였다.

워너브라더스가 에드 분과 네더렐름 스튜디오에 맡긴 임무는 지극히 단순했다. 이름 그대로 지옥(네더렐름)에 들어간 ‘모탈 컴뱃’ IP를 되살리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네더렐름 스튜디오는 설립된 지 고작 1년만인 2011년 ‘모탈 컴뱃(2011)’을 발매했다. 그런데 이 작품 스토리가 조금 특이했다. 캐릭터가 한 명 빼고 모두 죽는다는 괴이한 스토리로 악명 높은 ‘모탈 컴뱃: 아마게돈’ 스토리를 독특한 방법으로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캐릭터가 둘 빼고 모두 죽은 상황에서 시작되는 ‘모탈 컴뱃(2011)’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캐릭터가 둘 빼고 모두 죽은 상황에서 시작되는 ‘모탈 컴뱃(2011)’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내용인즉 이렇다. ‘모탈 컴뱃(2011)’은 ‘모탈 컴뱃: 아마게돈’이 종료된 시점에서 계속된다. 정말로 ‘모탈 컴뱃’ 시리즈에 등장한 역대 모든 캐릭터가 장기자랑을 하며 사망한 가운데, 시체로 둘러싸인 피라미드 위에 단 두 명이 서 있다. 바로 ‘라이덴’과 ‘샤오 칸’이다. 그러나 이미 승부는 난 상황. ‘샤오 칸’은 이미 절대적인 힘을 손에 넣었고, 한 발 늦은 ‘라이덴’은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샤오 칸’은 ‘라이덴’의 숨통을 끊기 위해 망치를 치켜든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라이덴’은 마지막 온 힘을 다해서 과거의 자신에게 경고를 보낸다. 경고의 내용은 ‘그는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이 한 문장의 메시지는 시공을 뚫고 과거로 날아가, 시리즈 첫 작품인 ‘모탈 컴뱃 1’ 시점 ‘섕 쑹’의 섬에 있던 ‘라이덴’ 자신의 뇌리에 울리게 된다. ‘모탈 컴뱃(2011)’은 이렇게 과거의 ‘라이덴’이 미래의 자신이 보낸 경고를 듣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리부트 아닌 리부트로 다시 시작했다. 어찌 보면 조금 황당한 스토리다.

아무튼, 덕분에 ‘모탈 컴뱃(2011)’의 ‘라이덴’은 ‘모탈 컴뱃: 아마게돈’까지 벌어질 사건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다. 그는 숙적인 ‘샤오 칸’이 ‘모탈 컴뱃 3’ 시점에서 ‘모탈 컴뱃 토너먼트’를 치르지 않고 지구를 병합하게 그대로 두기로 결심한다. 그리하면 규칙을 어긴 ‘샤오 칸’을 벌하기 위해 ‘엘더 갓’이 강림할 것이고, 그래야만 ‘샤오 칸’이 완전히 파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이덴’은 죽기 직전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 역사를 바꾸는 치트를 쓴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라이덴’은 죽기 직전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 역사를 바꾸는 치트를 쓴다 (사진: 게임 내 영상 갈무리)

하지만 ‘라이덴’이 미래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할 때마다 매번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샤오 칸’의 지구 병합 계획을 방치하다 보니 동료가 하나씩 죽어 나가게 된 것이다. 심지어 ‘라이덴’은 분노한 ‘리우 캉’이 악당 ‘샤오 칸’을 물리칠 수 없도록 막다가 실수로 ‘리우 캉’을 자기 손으로 죽이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달라진 역사에서 ‘리우 캉’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한 캐릭터는 사망하고, 그 중 일부는 죽은 자의 혼을 다루는 악당 마술사 ‘콴 치’의 노예로 되살아나게 된다.

‘라이덴’은 미래의 자신이 경고한 대로 ‘샤오 칸’이 지구를 병합하도록 방치했고, 이러한 방침은 결과적으로 ‘엘더 갓’들의 간섭을 불러왔다. 덕분에 ‘엘더 갓’들의 지원을 얻은 ‘라이덴’은 자신의 손으로 숙적 ‘샤오 칸’을 완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구 출신 동료들은 지구가 ‘아웃월드’와 병합되게 두어야 한다는 ‘라이덴’에 반발했고, 이러한 반목으로 죽은 동료들이 복수심에 미친 언데드가 되어 돌아오는 상황 속에 ‘라이덴’은 차츰 깊은 광기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 뒤를 이어 2015년 발매된 ‘모탈 컴뱃 X’는 한층 더 나아간 막장을 보여주었다. ‘모탈 컴뱃 X’는 ‘신녹’이 봉인에서 해방된 ‘모탈 컴뱃 4’ 시점을 다룬다. 그런데 그 결말은 ‘모탈 컴뱃 4’와 판이하게 다르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신녹’은 ‘리우 캉’에 패배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달라진 역사에서 ‘리우 캉’은 이미 ‘라이덴’이 역사를 바꾸기 위해 살해했기에, 막을 이가 없어진 ‘신녹’은 더욱 큰 재앙을 불러온다.

복수심에 불타는 언데드가 되어 돌아온 ‘모탈 컴뱃 X’의 ‘리우 캉’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복수심에 불타는 언데드가 되어 돌아온 ‘모탈 컴뱃 X’의 ‘리우 캉’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이처럼 선의로 세운 계획이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파국을 낳자 ‘라이덴’은 완전히 맛이 가고 만다. 결국 그는 ‘신녹’에 의해 오염된 영혼을 전생 시키는 물 ‘전생수’를 정화하던 중 ‘신녹’의 사악한 힘까지 흡수하게 되며, 그 여파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를 ‘선제반격’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능동적으로 다른 세계를 침공해서 잠재적인 적들을 뿌리 뽑아야 지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탈 컴뱃 X’는 어두운 모습이 되어 시뻘건 번개를 뿜어내는 ‘라이덴’이 ‘신녹’의 머리를 잘라 저승 ‘네더렐름’의 언데드가 된 옛 동료들 앞에 던지며 경고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최악의 결과를 부르는 전개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에 겁먹을 옛 동료들이 아니니, 전작의 영웅 ‘리우 캉’을 비롯한 여러 세계의 강자들이 죄다 죽어 언데드가 된 상태로 ‘라이덴’에 복수할 것만 꿈꾸고 있다. ‘라이덴’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는 집착이 새로운 재앙을 낳은 셈이다.

다만 ‘모탈 컴뱃 X’에는 꼬일 대로 꼬인 스토리를 정리할 단서가 하나 남겨졌다. 엔딩 중 정체불명의 여성이 나타나 제멋대로 역사를 바꾼 ‘라이덴’에 맞서 우주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자가 시간의 ‘엘더 갓’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IGN의 에드 분 인터뷰에 따르면 이 존재가 플레이어 캐릭터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최종 보스로 등장한다고 언급된 만큼, 차후 발매될 ‘모탈 컴뱃 11’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이동을 넘어선 시간이동, 스토리 정리 잘 될까?

‘라이덴’이 무너뜨린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타난 ‘크로니카’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 ‘라이덴’이 무너뜨린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타난 ‘크로니카’ (사진출처: ‘모탈 컴뱃’ 위키)

오는 4월 24일 발매될 ‘모탈 컴뱃 11’은 이처럼 ‘모탈 컴뱃(2011)’부터 시작된 ‘라이덴’의 미래 조작 사건을 마무리 짓거나, 최소한 어느 정도 정리하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모탈 컴뱃 X’ 엔딩에 등장한 여성은 우주의 질서를 복원하고자 하는 존재 ‘크로니카’이며, 그와 그의 하수인들이 등장하여 ‘라이덴’에 대적한다. 여기에 평행세계에서 온 듯한 전작 캐릭터들이 언데드가 된 또 다른 자신과 싸우는 영상도 공개돼 흥미를 더한다.

과연 네더렐름 스튜디오는 또 다시 혼란으로 치달은 ‘모탈 컴뱃’의 스토리를 원만하게 정리하고, ‘모탈 컴뱃: 아마게돈’의 전철을 피해갈 수 있을까? 기존에도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우주적 규모의 이야기를 다룬 ‘모탈 컴뱃’ 시리즈지만, 과연 여러 평행 세계가 교차하고 시간대가 뒤죽박죽 섞이는 복잡한 이야기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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