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보상은 너무나도 알찼다.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의 게임성을 갖고 돌아온 것이다. 오로지 멋 하나만을 추구하는 연출은 여전했으며, 전작에서 발전하다 못해 월등하게 뛰어난 콤보 시스템과 어마어마하게 다채로워진 액션의 볼륨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도 상당히 신선했고, 편의성도 눈에 띄게 높아진, 그야말로 10년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스타일리쉬 액션 끝판왕이 완벽하게 재림한 셈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탄탄하다 못해 넘치도록 많아진 분량이다. 일단 각 스테이지가 모두 자신만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느껴질만큼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 심지어 거의 대부분의 스테이지에서 보스전을 경험할 수 있다. 백트래킹 기법을 활용하거나 보스 하나를 두 번에서 세 번까지 활용해 분량을 채워 넣었던 전작들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스테이지 자체의 분위기나 기믹도 다채로워졌다. 폐허가 된 '레드 그레이브'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구간은 피가 빨려서 껍질만 남은 희생자들을 통해 '바이오하자드'같은 스산함을 전해준다. 마계수 클리포트의 내부나 뿌리, 정상을 배경으로 한 스테이지는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구간이나 이빨처럼 생긴 관문 등 전반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탐험하는 듯 하다. 곳곳에 시크릿 미션이나 블루오브, 퍼플오브 조각들이 숨겨져 있어 이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플레이타임도 상당히 풍성하다.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장 낮은 난이도로 보스만 클리어한다면 8시간에서 10시간 사이에 엔딩을 볼 수 있으나, 컷신을 주의깊게 감상하고, 게임 내 숨겨진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플레이 한다면, 느긋한 마음으로 15시간 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서 진행하는 구간의 경우 각 캐릭터별로 진행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서 사실상 다른 스테이지를 즐긴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을 전부 즐긴다고 치면 깊이있는 전투를 추구하지 않아도 1회차 엔딩을 보는 데에만 20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발전시킨 액션
단순히 분량만 늘어났다면 쉽게 발전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본질은 다양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펼치는 다양한 콤보액션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본작의 액션은 감히 전작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
단순하면서도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이며 전작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네로는 다양한 무기와 스타일을 지닌 단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획일화된 플레이 경향을 보인다는 단점이 확고했다. 그러나 본작에선 8종에 달하는 의수 '데빌 브레이커'를 적재적소에 교환해가며 싸울 수 있다보니 액션이 눈에 띄게 다채로워졌다. 특히 의수를 차지해서 사용하는 '브레이크 에이지'의 한 방 타격감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장착하고 있는 의수에 따라 전투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네로에게도 엄연히 스타일이 생긴 셈이다.
종합해보면 전작에서 기존 캐릭터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은 보완하면서도 기존의 장점은 더욱 극대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새로운 캐릭터는 아예 전에 없던 매력을 들고 나왔다. 특히 V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매력과 조작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 밖에도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액션 게임 본연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고 있다.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절묘한 레벨디자인은 여전하며, 그래픽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RE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컷신과 인게임 연출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인데, 이 부분이 '데빌 메이 크라이'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도 잘 부합된다. 특히, 마지막 남은 적을 물리칠 때 플레이어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과 줌인으로 클로즈업 하는 부분은 어지간한 컷신 못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더불어 편의성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동안 해당 스테이지를 직접 찾아가야만 다시 플레이할 수 있던 시크릿 미션은 메인 메뉴에서 들어가 볼 수 있으며, '보이드'라는 연습공간이 있어 마음껏 콤보를 연습할 수도 있다.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았던 전작들을 생각해 이동경로에 레드오브가 있어 길을 잘못드는 일도 없는 편이다. 소모품 아이템이 블루오브와 퍼플오브로 간소화 된 점도 분명히 반가운 부분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마음대로 골라서 플레이 할 수 없다는 점도 경우에 따라선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V를 플레이 하기 위해선 초반 3 스테이지를 무조건 네로로 진행해야 하며, 단테를 플레이 하려면 더 많은 스테이지를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 해야 한다.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경우라면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어설프다 못해 낮은 완성도의 번역 수준이나 전작을 플레이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유머나 대사들도 상대적으로 불친절하다고 느껴졌다.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11년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완벽한 액션게임이었다. 익스트림 컴뱃 장르의 시조격 시리즈인 만큼 그 특유의 타이트한 호흡과 액션의 깊이는 오랜 기간 묵어낸 명가의 김치처럼 남다른 맛을 자랑했으며, 본작에 새롭게 추가된 것들도 게임에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 그야말로 11년이란 시간을 기다린 팬들에게 보내는 축전이자 시리즈의 완성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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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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