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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김형태 데뷔작 될 뻔 했던 ‘어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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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어컬텔러'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어컬텔러'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6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얼마 전, 시프트업 신작 2종이 발표됐습니다. 라이브 2D 기술을 한껏 적용한 모바일 신작 ‘프로젝트 니케’와 PC와 콘솔로 제작 중인 ‘프로젝트 이브’였죠. 아무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렸던 김형태 대표의 차기작인 만큼 특유의 일러스트를 기대했는데, 이번엔 김형태 대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김형태 대표 하면 많은 분들이 소프트맥스 ‘창세기전’ 시리즈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이 작품을 통해 김형태라는 이름이 게임업계에 알려졌고, 이후 ‘마그나카르타’와 ‘블레이드앤소울’, ‘데스티니 차일드’로 이어지는 김형태 연대기가 시작됐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김형태 대표의 데뷔작이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데뷔작이 될 뻔 했던 작품이죠. 오늘 소개할 ‘랩써디언 어컬텔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게임업계에 첫 발을 디딘 김형태의 '랩써디언 어컬텔러' 아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게임업계에 첫 발을 디딘 김형태의 '랩써디언 어컬텔러' 아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6월호에 실린 광고입니다. 당시 패키지 게임 유통사로 이름을 알렸던 만트라의 자체 개발작인 ‘랩써디언 어컬텔러’인데요, 김형태 대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 첫 게임이기도 합니다. 1997년 당시 한국 나이로 갓 스무 살이었던 김형태 대표는 만화가로서의 꿈을 접고 대학 휴학 후 병역특례로 만트라에 입사했습니다. 여기서 처음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입된 작품이 바로 위의 ‘랩써디언 어컬텔러’ 입니다.

주인공과 악역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메인에 등장해 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나 투박한 터치입니다만 김형태 대표 특유의 느낌은 잘 살아 있습니다. 특히 컬러링 작업의 경우 지금 기준으로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데요, 실제로 김형태 대표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매킨토시와 초기형 포토샵, 페인터 등을 이용한 디지털 컬러링 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게임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스크린샷을 볼 수 있는 광고 2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게임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스크린샷을 볼 수 있는 광고 2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장을 보면 대략적인 게임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문구를 보면 만트라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랩써디언’ 이라는 IP를 시리즈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해 도스로 개발 중인 게임을 윈도우로 변환하고 그래픽을 고해상도로 변경하는 등 꽤나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개된 스크린샷만 보면 98년 발매된 소프트맥스의 ‘서풍의 광시곡’보다는 퀄리티가 낮아 보이긴 합니다만, 손노리의 ‘포가튼 사가’와 비교하면 크게 나쁘진 않은 수준입니다. 당시 시대를 감안하면 중간 정도 되는 그래픽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다음 달 잡지에 실린 '랩써디언 어컬텔러' 또 다른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다음 달 잡지에 실린 '랩써디언 어컬텔러' 또 다른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만트라는 다음 달인 1998년 7월, ‘랩써디언 어컬텔러’의 새로운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번 광고에는 전 달에 등장한 주인공 추정 캐릭터 외에도 두 명의 신규 캐릭터가 더 선보여져 있는데요, 특히나 오른쪽 캐릭터는 김형태 대표 특유 여성 캐릭터의 근육 묘사와 곡선미가 잘 살아 있습니다. 광고에 직접적으로 ‘발매 임박!!’이라는 멘트를 넣은 것만 봐도, 당시로서 게임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케 해 줍니다.

그러나 이 광고를 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만트라는 순식간에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이전까지도 IMF와 하이콤 부도 사태에 휘말려 꽤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자사가 유통을 맡은 ‘프린세스 메이커 3’ 베타가 사전에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결국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부도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만트라 부도로 완성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이던 ‘랩써디언 어컬텔러’는 그야말로 공중분해 됐고, 김형태의 게임업계 데뷔작도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후 김형태는 병역특례 문제로 차압 딱지가 붙은 사무실에서 근근히 버티며 3D 기술과 그림 연습을 하다, 친구 소개로 소프트맥스가 작업 중이던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 엔딩과 서브 캐릭터 일러스트 외주를 맡아 솜씨를 뽐냈고, 이를 토대로 소프트맥스에 입사해 본격적인 아트 디렉터로서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만약 ‘랩써디언 어컬텔러’가 정식 출시됐고 만트라가 계속 유지됐다면 김형태 대표의 대표작 라인업도 사뭇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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