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국산 VR 액션게임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이 출시됐다. 간만에 제대로 된 VR 신작이 출시됐다는 것도 기쁘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에서 제작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중세 유럽풍 세계를 배경으로 ‘블랙스톤’이라는 성에 재화를 훔치기 위해 잠입한 도둑 ‘로건’의 이야기를 다뤘다. 경비병을 피해 숨고, 필요하면 암살하는 짜릿한 잠입액션을 VR로 실감나게 선사한다. 말만 들었을 땐 VR 버전 어쌔신크리드, 아니 좀도둑크리드라는 느낌이 강하다. 과연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어떤 게임일까? 게임메카가 직접 플레이해봤다.
숨바꼭질의 원초적인 재미 잘 살렸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정말 정직하다. 플레이어는 타이틀 그대로 ‘로건’이라는 도둑(씨프)이 성 안에 잠입(인 더 캐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VR로 즐기게 된다. 게임은 간단하다. 성을 지키는 경비병을 피해 곳곳에 놓여 있는 재화를 훔치는 것이다. 재화는 컨트롤러를 가져다 트리거를 쥐면 마치 실제로 손으로 쥐듯이 들어올릴 수 있다. 훔친 재화는 돈으로 환산되며, 돈은 스테이지 클리어 후 점수 역할을 한다.
경비병은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한다. 맡고 있는 경비 구간을 빙빙 돌며 순찰하는데, 플레이어를 발견하거나, 특정 소리를 들었을 경우 몸에 빨간 테두리가 생기며 경계 태세를 취한다. 이 경우 근처 벽이나 장식물 뒤에 재빠르게 숨어야 한다.
경비병 시야가 생각보다 많이 좁아서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대놓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면 잘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VR 헤드셋을 통해 전달되는 점점 커지는 발소리, 바로 앞을 지나가는 경비병의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새 현실에서도 적극적으로 몸을 숙이거나 기울이며 숨게 되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다.
노말 난이도 기준 별도로 경비병 위치를 표시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귀를 기울여 대화, 발걸음, 문 여닫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듣고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허겁지겁 재화를 훔치고 있는데 예고 없이 경비병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아슬아슬하게 숨는데 성공하는 짜릿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VR을 통해 실감 나게 전달되기 때문에 숨바꼭질의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간간히 경비병을 암살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오는데, 그런 장소에는 주변에 각목이나 도자기, 촛대 등 손에 들고 내려칠 만한 흉기가 놓여져 있다. 컨트롤러를 든 손을 뻗어 조용히 흉기를 집어 들고 경비병 뒤로 다가갈 때, 들키진 않을까 하고 싸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뒤통수를 가격할 때 한꺼번에 밀려오는 쾌감은 말로 이룰 수 없다. 단, 현실에서 본인 앞에 무언가 있진 않은가 꼭 확인하고 손을 휘두르자. 쾌감이 현실 모니터 타격감으로 바뀔 수 있다.
도둑질할 재화는 생각보다 눈에 잘 띄며, 상당히 많이 놓여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눈에 보여도 귀찮아서 주우러 가기 싫을 정도다. 재화는 많이 모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게임 클리어 여부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꽤 아슬아슬하게 경비병을 따돌려야 하는 장면일 경우 알면서도 지나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업적 해금을 원한다면 다소 귀찮더라도 구석구석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재화는 먹지 않아도 큰 영향이 없으나, 스테이지마다 고정적으로 세 가지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보물은 각각 반지, 빗, 메달 모양을 하고 있으며, 황금색으로 빛나는 일반 재화와 다르게 무지개색으로 빛난다. 모두 모으면 업적을 달성할 수 있고, 새로운 모드를 해금할 수 있다.
빠져드는 스토리, ‘좀도둑크리드’ 아닌 ‘명탐정 로건’이었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이 재미있는 것은 숨바꼭질만이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펼쳐지는 도둑 ‘로건’과 여기사 ‘빅토리아’가 펼치는 탐정극이 꽤나 볼만하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블랙스톤’ 성의 영주 ‘콘라드’는 어느 날 집무실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여기서 영주 ‘콘라드’ 살해 사건 용의자로 여기사 ‘빅토리아’가 지목되는데, ‘빅토리아’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도망치는 도중 우연히 만난 도둑 ‘로건’에게 진범을 밝힐 증거를 훔쳐달라고 의뢰한다.
‘로건’은 도둑치곤 능력이 비범하다. 컨트롤러를 들어올려 손으로 눈을 가리면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며 ‘도둑의 눈’을 발동시킬 수 있다. ‘도둑의 눈’은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 어떤 물건을 훔쳐야 하는지 안내해준다. ‘더 위쳐’ 시리즈의 ‘위쳐 센스’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재미있는 것은 ‘로건’의 뛰어난 추리 능력이다. ‘도둑의 눈’으로 각종 단서를 발견한 ‘로건’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을 추리하기 시작한다. 이 단서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단서를 만든 인물의 행동은 어땠을까? 등 ‘로건’의 생각이 독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해지는데, 꽤 흥미진진하다. ‘로건’이 추리해 낸 내용은 화면에 푸른색 홀로그램으로 남아 다음 단계로 넘어갈 단서로 활용된다.
기대한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던 ‘로건’ VR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어린 시절 즐겨 했던 숨바꼭질과 같은, 팽팽하면서도 짜릿한 경험을 가상현실을 통해 잘 구현해낸 게임이다. 만지고, 잡고, 휘두르는 등 손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등 일반적인 VR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기본은 다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제 막 VR에 입문한 게이머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게임에 상호작용 요소가 너무 단순하고 적다. 훔칠 수 있는 재화는 매번 같은 모양, 같은 방법으로 습득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중반쯤 가면 찾는 재미를 느낀다기보단 점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찾게 된다. 재화 이외 만질 수 있는 오브젝트도 얼마 없고, NPC와 상호작용도 부족하다. 따라서 VR 숙련자에게는 그다지 게임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재화 수를 좀 줄이고 한번을 훔쳐도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절도 기믹을 추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비병을 암살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 암살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면 암살할 수 없고, 반대로 암살하지 않으려 해도 무조건 암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많은 잠입액션류 게임이 그래왔듯, 순전히 잠입만으로 클리어하는 방식, 암살을 통해 화끈한 플레이를 즐기는 방식 등 여러 선택지를 제공했으면 보다 다채로운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조작이 제한돼 있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몫 한다. 당장이라도 들킬 것 같은 급박한 상황, 현실의 나는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은데 캐릭터가 좀도둑이라서 그런지 컨트롤러를 눌러 이동하면 살금살금 걷기만 하고 뛰질 않는다. 시점 전환도 불편하다. 버튼을 누르면 마치 각도기로 잰 것처럼 정해진 만큼 시점이 돌아간다.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만약 자연스럽고 재빠르게 움직임을 구현하고 싶다면 현실에서 그만큼 움직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 기준 그런 움직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방은 보통 없다. 결과적으로 생각대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으니 괴리감이 생겨 멀미가 발생한다. 대략 40~50분 정도 게임을 하고 나면 멀미 때문에 쉬어야 하는 수준이다.
가장 실망했던 것은 뜬금없이 ‘무전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로건’과 ‘빅토리아’는 서로 떨어진 곳에서 대화할 때 ‘무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무거운 강철 갑옷을 입은 경비병이 등장하고, 총과 미사일이 아닌, 검을 휘두르며 싸운다. 통화 수단적인 무언가가 꼭 필요했다면, ‘로건’이 ‘도둑의 눈’이라는 마법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이상 ‘텔레파시’ 같은 판타지 요소를 조금 섞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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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안민균 기자입니다. VR 및 하드웨어 관련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ahnmg@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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