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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광고는 이래도 게임은 명작 ‘태권도’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태권도'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8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태권도'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8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한국 게임의 역사에서, 1994년은 그야말로 초창기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PC게임은 손노리 팀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막 출시되며 가능성을 입증하기 시작한 신생아 단계였고, 모바일은 삐삐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니 논외입니다. 그나마 콘솔게임 업계에서는 87년 국내 최초의 상용화 게임 ‘신검의 전설’을 시작으로 매년 몇 개씩 국산 게임들이 출시되곤 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 대부분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는데요, 대다수가 일본이나 서양 등지 게임의 마이너판에 가까울 뿐 별다른 차별화 요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빼고 본다면, 게임성 면에서는 딱히 찾을 이유가 없는 게임이 대다수였죠.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한국만의 색채를 확실히 하며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게임성과 흥행까지 잡은 명작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태권도’도 그런 게임 중 하나입니다.

슈퍼패미콤으로 출시된 '태권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슈퍼패미콤으로 출시된 '태권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태권도 게임 광고입니다. 1994년 7월 15일 한국과 일본에 동시 발매됐다고 되어 있는데, 사실 일본에선 크게 유명하지 않았고 사실상 한국에서만 인기를 끈 한국 맞춤형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참고로 한국 정가는 9만 8,000원이었습니다.

일단 광고 자체만 보면 게임 화면이 하나도 없이, 태권도복을 입은 두 명의 캐릭터 그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인에 내세운 인물이 유명 캐릭터도 아니고, 광고만 봐서는 대체 어떤 게임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막연히 ‘태권도’니까 격투 게임이겠지… 정도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게임 설명도 ‘우리의 혼이 담긴 태권 무술 체험 가능’,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정신수련’, ‘한국어 음성/자막’, ‘다채로운 게임 모드(개인전, 단체전…)’ 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혼란을 줄 뿐입니다. 그나마 태권도복이 전면에 나와 있고 게임 제목이 커다랗게 쓰여 있어 게임 정체성은 확실히 전달해 주는 게 다행입니다.

사실 이 게임은 당시 유명했던 일본 게임 제작사 휴먼 엔터테인먼트와 현대전자가 함께 제작한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전자가 휴먼 사에 의뢰해 제작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지만, 일단 명목상으로는 양사 기술협력을 통한 합작품입니다. 휴먼 엔터테인먼트는 ‘클락 타워’ 시리즈를 포함해 ‘파이어 프로레슬링’, ‘포메이션 사커’, ‘트와일라잇 신드롬’ 등 다양한 명작 게임을 많이 제작하며 개발력으로 인정받은 회사였습니다. 그 유명한 B급 게임의 대부 스다 고이치가 게임 개발을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죠.

'태권도' 게임 화면 (사진출처: 유튜브 Balmung Kim 채널 갈무리)
▲ '태권도' 게임 화면 (사진출처: 유튜브 Balmung Kim 채널 갈무리)

그런 휴먼 엔터테민먼트 제작품이니만큼 ‘태권도’ 역시 게임성은 꽤나 훌륭했다는 평가입니다. 광고와는 달리 태권도의 동작들을 꽤나 세심하게 구현한 대전액션게임으로, 조작감과 타격감이 꽤나 좋고 국내 각 지역을 대표해 나온 8명의 캐릭터 차별화도 확실히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한국어 음성(대부분이 심판 구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기도 좋았는데요, 당시 IOC에서 태권도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결정하면서 태권도 붐이 불던 시기였기에 게임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죠.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으나, 아쉽게도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이 작품은 타 기기로의 이식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중반 들어 현대전자의 게임사업이 하향세에 접어든 후 IMF 외환위기로 아예 게임사업에서 철수한데다, 개발사인 휴먼 엔터테인먼트 역시 1999년 10월을 끝으로 도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에 후속작 역시 기대할 수 없게 됐죠. 여러모로 아쉬운 추억의 게임입니다.

*덤으로 보는 광고

'수호전사'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수호전사'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사실 위의 ‘태권도’ 광고가 게임 전달과 소개 측면에서 그리 좋지 않다고 하긴 했는데, 당시엔 이런 광고들이 꽤 흔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 구매층이 어린 나이고, 게임성보다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만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귀엽거나 멋있는 이미지 한 장만으로 게임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죠. 위에 보이는 ‘수호천사’ 광고도 그런 종류입니다. 왠지 초등학생이 그린 듯한 어설픈 캐릭터들이 의미 없이 서 있을 뿐,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이미지 광고는 2019년 게임업계에서도 은근히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과거엔 게임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캐릭터나 일러스트라도 올려 놨다면, 지금은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연예인들만 등장하는 게 차이점이죠. 그래도 2019년 들어 이런 연예인 마케팅 광고가 많이 감소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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