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 방송'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듭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라기 보단 혼자 게임하는게 적적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틀어놓는 경우도 있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보려고 비공개 방송도 해보기도 하는 등 일종의 취미에 가깝다고 해야할까요. 게임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한 향신료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게임, 방송, 녹화까지 하려고 하면 웬만한 CPU로는 화면이 뚝뚝 끊깁니다. 때문에 게임 방송을 생각하는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코어 수가 많은 AMD사 CPU를 애용합니다. 인텔에도 코어 많은 CPU가 없는 건 아니지만 12코어 이상 제품이 최소 100만원이 넘습니다. 단순 취미 생활로 고려하기엔 터무니 없는 가격이죠.
게임 방송 분야에서 잘나가는 AMD가 부러웠던 것일까요? 최근 인텔이 게임 방송에 최적화된 새로운 CPU를 출시했습니다. 바로 인텔 '코어 i9 캐스케이드레이크 X'입니다.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무려 절반 가까이 내린 기적의 라인업입니다. 과연 AMD에 주목하고 있던 예비 게임 방송인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게임메카가 직접 경험해 봤습니다.
나온지 오래됐는데 아는 사람은 적은 인텔 '코어 X 시리즈'
사실 인텔 '코어 X 시리즈'라는 CPU 라인업은 지난 2017년부터 존재했습니다. 인텔이 가진 강력한 CPU 성능을 게임 방송과 VR 영역까지 넓혀보자는 취지로 만들어 졌으며, 최대 18코어 36스레드까지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AMD보다 낮은 코어 수를 유지해 오던 인텔이 갑작스레 코어 수를 올린다는 소식에 높은 관심을 얻었죠.
하지만 그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환율에 부가세까지 합하면 가격이 약 300만 원에 육박했기 때문이죠. 그 정도면 적당한 게이밍 피시 하나 조립하고도 남는 거금입니다. 이 같은 낮은 가성비가 발목을 잡아 강점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세간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인텔 CPU 끝에 붙은 알파벳 K, F, H는 들은적은 있어도 X는 또 뭐냐는 게이머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아픈 추억을 가진 인텔이지만, 굴하지 않고 또 한번 코어 X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작년 10월 공개된 인텔 '코어 i9 캐스케이드레이크 X'입니다. 이전 세대와 같이 최대 18코어 36스레드를 지원하지만 부스트 클럭이 최대 4.8GHz로 한 단계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기존 최대 2,000달러(한화 약 232만 원)이던 가격이 1,000달러(한화 약 116만 원)로 무려 절반이 됐다는 것이죠.
18코어 32스레드, 인텔 최고 등급 CPU i9-10980XE
이번에 '캐스케이드레이크 X' 라인업으로 출시된 CPU는 i9-10900X, i9-10920X, i9-10940X, i9-10980XE 등 4종입니다. 게임메카가 체험해볼 것은 i9-10980XE입니다. 소개한 X 시리즈 중 최고 등급 CPU죠.
i9-10980XE는 18코어 36스레드, 최대 동작 속도 4.6GHz의 고성능을 자랑합니다. 인텔 터보 부스트 3.0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4.8GHz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게임으로 풀어 표현해보자면 '배틀그라운드' 3개를 동시에 실행하면서 각각 144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사실 일반적인 게이머에게 배틀그라운드 3개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성능은 그다지 메리트가 없습니다. i9-10980XE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은 게임 방송을 할 때입니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면서 남는 성능으로 인터넷 서핑, 음악 감상은 물론 방송 송출, 화면 녹화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최고 등급 CPU를 리뷰하기 위해 듀얼 모니터에 웹캠도 설치하고, 녹색 천을 뒷 배경에 배치해 크로마키도 설정하고, LED 조명도 배치해 간소하게나마 게임 방송 세트장 같은 모습으로 꾸며 봤습니다. 어떤가요, 그럴 듯 한가요?
실성능 테스트는 배틀그라운드와 OBS로 진행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최대 6코어 지원 게임입니다. 게임 플레이시 6코어가 일을 시작하면서 CPU 전체 성능의 약 14%를 사용합니다. 게임은 144프레임 수준으로 굉장히 쾌적했습니다.
이번에는 게임 방송을 시작해 봤습니다. 해상도는 1080p, 비트레이트는 6000K, 평균 프레임은 60FPS으로 설정했습니다. 추가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게임 돌리느라 열일 중인 그래픽카드가 힘들어 하지 않도록 x264 설정을 해 방송 송출에 걸리는 부담을 CPU로 돌렸습니다.
방송이 시작되자 나머지 코어가 일을 시작합니다. 전체 성능의 약 20%를 추가로 사용하네요. 여기에 영상 녹화까지 더 해봤습니다. 방송과 같이 전체 성능의 약 20%를 추가로 사용합니다. 이외 기타 다른 잡다한 프로그램을 더했더니 총 60% 정도를 사용하네요. 아직도 무려 40%가 여유 자원으로 남았습니다. 더 고사양인 게임을 하거나, 해상도를 높이거나 방송을 여러 플랫폼으로 동시 송출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겠죠?
확 와닿지 않는 분들을 위해 i7-9700K를 비교 대상으로 세워보겠습니다. i7-9700K는 게이밍 PC에 단골로 장착되는 하이엔드급 CPU입니다. 8코어 8스레드, 최대 동작 속도 4.9GHz로 i9-10980XE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코어가 더 적습니다.
i7-9700K는 코어가 적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 하나만 실행해도 CPU 전체 성능 70%가 사용됩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똑같이 144프레임 수준으로 동일하게 쾌적하지만, 남는 성능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보다 해상도를 높이거나 동시 녹화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원활한 게임 방송을 원한다면 많은 코어를 가진 CPU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원활한 게임 방송 환경 원한다면, i9-10980XE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다다익램(?), 다다익코(?)라는 말이 있습니다. 메모리(RAM)과 코어(CPU)는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죠. 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핑, 영화 감상, 영상 편집, 방송 등 취미 생활을 즐길 때 메모리와 CPU 코어가 많아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i9-10980XE는 최고의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의 취미 활동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에게 적합한 CPU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게임 방송을 할 때 높은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시가는 한화 약 116만원이며,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동작 속도는 같지만 코어 수가 적어 좀더 저렴한 i9-10940X(14코어, 한화 약 92만원)와 i9-10920X(12코어, 한화 약 81만원)로 타협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인텔 i9-10980XE가 최고의 게임 방송용 CPU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돈으로 송출용 컴퓨터, 캡쳐보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구매해 투컴 세팅을 할 수도 있고, 여전히 강세인 AMD CPU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인텔에게는 쓸만한 12코어 이상 제품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젠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인텔 제품을 좋아하고, 게임 방송에 관심있다면 i9-10980XE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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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안민균 기자입니다. VR 및 하드웨어 관련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ahnmg@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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