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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왕 엄백호는 어떻게 삼국지 게임의 스타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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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세가는 토탈 워: 삼국에 추가되는 신규 군주 하나를 공개했다. 실제 역사는 물론 소설에서도 일개 도적 취급을 받았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국지 팬들은 진정한 왕의 귀환이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스로를 ‘동오 덕왕(東吳 德王)’이라 부르는 마성의 군주 엄백호(嚴白虎)다.

삼국지 팬들 사이에서 엄백호의 인기는 조조, 유비, 손씨 일가 못지 않다. 정사 삼국지(이하 정사)는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이하 연의)에서도 조연 취급을 받았던 그가 내로라하는 군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게임 덕분이다. 1800년 넘게 숨겨져 있던 그의 매력이 게임을 통해 전파된 것이다. 과연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임 속 엄백호의 매력은 무엇일까?

▲ 삼국지 게임의 스타가 된 엄백호 (사진출처: 스팀)

절묘하게 어우러진 별명과 외모

본격적인 매력 분석에 앞서 지난 1800년간 엄백호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아보자. 살아생전 엄백호는 오군(현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을 근거지로 무리 1만여 명을 이끌던 군벌이었다. 동네에서는 힘깨나 쓰는 인물이었는지 스스로를 ‘덕왕’이라 칭했지만, 손책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하면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손책의 평가처럼, 도적 무리 우두머리로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됐다.

사후 도교의 하급 신선으로도 모셔지긴 했지만, 엄백호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이는 먼 미래를 내다본 엄백호의 작명 센스와 삼국지 마니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가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엄백호는 스스로를 ‘동오 덕왕’이라 불렀는데, ‘오나라의 덕망 높은 왕’이라는 나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칭호는 2000년대 중반부터 퍼지기 시작한 국내 인터넷 은어 ‘오덕후’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엮이게 된다. ‘오덕후’는 만화, 애니 등 서브컬처 애호가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어처럼 바꾼 것이다. 결국 동오덕왕 엄백호는 ‘오타쿠 중의 오타쿠’를 의미하는 ‘오덕왕’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의 삼국지 마니아로부터 새 별명을 얻게 된 엄백호. 때마침 삼국지 소재 게임 중 큰 인기를 끌었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9편과 10편에서 별명에 어울리는 외모로 등장한다.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심술 난 표정을 지은 그의 초상화를 보면, 마치 오랫동안 기다린 애니메이션 굿즈를 구매하지 못해 화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오덕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가느다란 ‘카이저수염’까지, 국내 삼국지 마니아들 사이에선 게임에서만큼은 ‘오덕왕’ 엄백호가 진정한 주인공임을 인정하게 됐다.

▲ 별명과 외모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사진: 유튜브 '안가이tv' 영상 갈무리)

높은 난이도, 그래도 불가능하지 않은 천하통일

다크소울,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오리와 도깨비불 등은 높은 난이도로 악명이 자자한 게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별명과 외모 외에 엄백호의 또 다른 인기 비결 역시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국지 시리즈의 군주들은 장수 서너 명 정도는 휘하에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엄백호에게 충성을 바치는 인물은 친동생 엄여뿐이다. 게다가 매력 능력치가 낮아 재야에 있는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기도 어렵다. 

내정에 치중해 국력을 기르려고 해도 정치와 지력이 낮아 쉽지 않다. 그나마 볼만한 무력과 통솔을 내세워 영토를 넓히려고 하면, 주변에 있는 왕랑 세력에게 막히거나 도적과 반란 세력에게 패배해 슬픈 엔딩을 보게 된다. 

▲ '엄백호로 천하통일'은 인기 콘텐츠다 (사진: 유튜브 페이지 갈무리)

시리즈마다 수명, 악명, 명성 등 부가 능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엄백호로 천하통일을 달성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 그나마 근거지인 ‘오’와 그 주변이 시리즈 전통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데다가, 조조, 원소 등 큰 세력과도 거리가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이처럼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천하통일을 위해 많은 삼국지 시리즈 팬들이 엄백호를 선택해 게임을 즐겼다.

이전에 없던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엄백호는 꽤 비중 있는 인물로 묘사됐다. 일례로 넥슨이 서비스하는 ‘삼국지조조전 ONLINE’에서는 최하 등급인 D급 무장으로 등장하면서, 전용 음성과 로딩화면 일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엄백호전’이라는 서브 스토리 퀘스트와 전용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 속 엄백호는 '오덕왕'이란 별명과 그에 어울리는 외모, 그리고 높은 난이도로 10년 이상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런 엄백호가 토탈 워: 삼국에서 흰 호랑이 가죽을 어깨에 두른 야성미 넘치는 외모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연 달라진 엄백호도 삼국지 마니아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이전에 없던 카리스마까지 갖춘 엄백호 (사진출처: 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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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워: 삼국 2019년 5월 23일
플랫폼
PC
장르
전략시뮬
제작사
크리에이티브어셈블리
게임소개
‘토탈 워: 삼국’는 크리에이티브어셈블리의 간판 타이틀 ‘토탈 워’ 시리즈 작품으로, 기존작들과는 다르게 중국 ‘삼국지’를 소재로 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서기 190년 중국을 무대로, 황제를 손아귀에 넣은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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