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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방송국 폐국과 선수 진로 불안, 원인은 '종목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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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e스포츠 산업은 성장하고 있으나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 e스포츠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결론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했고, 2019년에도 전년보다 22.8% 성장했으나 뒤를 받쳐줄 인프라는 축소됐고, 선수들이 느끼는 앞으로의 진로 불안도 해소되지 못했다. 겉으로 보면 산업 규모는 컸으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반이 약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2020년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강남 넥슨 아레나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2013년에 문을 연 넥슨 아레나는 피파 온라인 4와 같은 넥슨 종목 대회가 주로 열렸으나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2와 같은 다른 종목사 리그도 진행됐다. 특히 개관 당시 수도권 e스포츠 경기장 공백을 채워준 곳이라 평가됐다. 폐쇄에 대해 넥슨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새로운 경기장을 마련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 폐관 전 5월에 넥슨 아레나에서 열렸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슈퍼매치 (사진제공: 넥슨)

또 다른 이슈는 OGN과 함께 e스포츠 TV 방송 한 축을 맡아온 스포TV 게임즈 폐국이다. 지난 3월 스포TV 게임즈는 연예 채널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e스포츠는 물론 게임 방송이 모두 사라졌다. 방송 제작을 맡던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을 내보내고 있으나 게임 예능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더 이상 e스포츠 방송사로 활동하지 않는다.

국내 e스포츠계가 직면한 문제는 방송국, 경기장과 같은 인프라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추어 선수는 물른 프로게이머, 코치진까지 진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2020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로 선수 39.9%, 아마추어 선수 48%가 ‘불투명한 향후 진로’를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았다. 코치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응답자 중 84.5%가 계약직이고, 46.6%가 적은 보수, 34.5%가 고용 불안정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 불투명한 향후 진로가 선수 생활에 대한 애로사항 1위로 꼽혔다 (자료출처: 2020 e스포츠 실태조사)

실제로 e스포츠 선수 다수가 고등학생이고, 대부분이 20대 중반에 은퇴한다. 프로 선수 평균 주중 연습시간은 약 11시간이며, 시간 대부분을 선수 활동에 쓰기에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은퇴 후 e스포츠 업계에 남지 못한다면 다음 진로를 준비하기까지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선수들이 은퇴 후 진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개인방송 진행자이며, 응답자 중 70%가 향후 진로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e스포츠 산업이 전체적으로 커지려면 종목 다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밝혔듯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성장 중이다. 그럼에도 왜 기존에 운영되던 경기장과 방송국이 사라지고 관련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 근본적인 이야기지만 국내 e스포츠에서 고질적인 단점으로 손꼽힌 ‘종목 부족’으로 모든 문제가 귀결된다. e스포츠 초창기부터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스타크래프트 하나에 쏠림이 심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등장한 후에도 단일 종목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실제로 2020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는 각 종목에 대한 시청 비율도 있는데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40.4%에서 59.8%로 늘어난 반면 신흥 종목으로 주목 받았던 배틀그라운드는 44.6%에서 32.4%로 내려앉았다. 2년 전 배틀그라운드로 촉발된 ‘e스포츠 종목 다변화’는 2020년에도 의미 있는 성과가 없다.

▲ 2018년과 2020년 e스포츠 종목 시청비율 비교 (자료출처: 2020 e스포츠 실태조사)

앞서 이야기한 인프라 축소와 선수 진로 불안은 여러 종목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대회도 활발하게 개최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러 종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리그가 열린다면 이를 진행하기 위한 경기장과 방송국은 필수며, 방송 제작을 맡을 인력도 필요해진다. 유일한 e스포츠 방송국이라 할 수 있는 OGN 방송편성을 보면 e스포츠보다 게임 예능 비중이 높고, 대회도 재방송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꾸준히 대회 콘텐츠를 제작할 종목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수와 코치 측면에서도 종목이 많아지면 향후 진로가 안정될 수 있다. 선수의 경우 비슷한 종목으로 전향할 수 있고, 코치는 해당 종목에서 선수로 활동하지 않았어도 경력을 살려서 입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종목이 경쟁하며 고르게 성장하는 구도가 구축된다면 선수 입장에서도 은퇴 이후에 더 안정적으로 다음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게임단 차원에서도 신규 종목 창설 의향이 줄고, 추가종목 아마추어 선수 육성도 64.3%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료출처 2020 e스포츠 실태조사) 

지금처럼 종목 하나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e스포츠 산업 성장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한 종목이 소화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전국 곳곳에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세우는 정부에서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지난 11월에 부산 경기장이 문을 열었고, 광주와 대전에도 하나씩 준비 중이다. 여기에 문체부는 경기장 2곳을 더 짓겠다며 내년도 관련 예산을 배정했고, 상임위 심의를 거쳐 30억 원이 의결됐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진지하게 고민해볼 부분은 경기장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이냐다. 경기장만 있다고 해서 대회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회가 없다면 세금을 들여 설립한 e스포츠 경기장이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유력하지만,라이엇게임즈가 종로에 10년 간 1,000억을 투자하겠다며 전용 경기장을 마련한 상황에서 LCK 주요 경기가 지방 경기장으로 분산되리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 지난 11월에 열린 부산 e스포츠 경기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시장 규모 차이로 인해 국내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는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이 덜하다. 해당 지역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도타 2, 워크래프트 3,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등 여러 장르 종목 다수가 팬들을 끌어 모으며 프로 경기가 열리고 있고, 격투 게임의 경우 대표 리그라 할 수 있는 EVO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역시 e스포츠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며 여러 종목을 동시에 육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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