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00년 4월 22일 문을 연 게임메카가 어느덧 21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간 수많은 뉴스와 리뷰, 공략, 특집 등을 내보낸 게임메카는 수 년 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다.
SNS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간혹 본의 아니게(?)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담당자의 실수나 중의적 표현, ‘겜알못’ 요소 등이 인터넷 밈으로 퍼져나간 적도 있고, 약속을 지킨 것 하나만으로 칭찬을 받기도 했다. 오늘은 게임메카 SNS를 불타오르게 한 대사건 TOP 5를 꼽아보았다.
TOP 5. “친구는 공짜” 그래서 친구는 왜 안 주죠?
지난 3월 말 출시된 잇 테이크 투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부부가 되어 역경을 헤쳐나가는 협동 게임이다. 스팀 유저평가와 게임 매체 리뷰 등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대세 게임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 게임은 2인 플레이가 필수이기 때문에, 게임을 사면 다른 유저 1명을 무료로 초대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 패스’를 지원한다.
그래서, 게임메카는 이 게임을 알리는 기사로 <친구는 공짜, 간만의 EA 핫 신작 '잇 테이크 투'>를 게재했다. 제목을 풀어 쓰면 ‘(내가 게임을 구매하면) 친구는 공짜(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인데, 지면에 맞게 줄였더니 마치 “게임을 사면 친구를 공짜로 줍니다” 로도 해석할 수 있는 중의적 표현이 되었다. 이에 많은 SNS 유저들이 “왜 게임 샀는데 친구 안 주냐ㅠ”, “친구 내놔”, “친구비 안 내도 친구가 공짜라니 개이득” 같은 댓글을 달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친구에 고파 있는지 알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TOP 4. 델타룬 엠바고, 약속 지켰습니다
2018년 11월, 언더테일 후속작인 ‘델타룬’이 공개됐다. 뭐, 이 기사를 쓰고 있는 2021년 4월에도 1챕터만 담은 무료 버전만 나왔을 뿐 개발 소식이 거의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게임은 공개도 다소 특이하게 했다. 10월 30일 밤부터 토비 폭스 공식 트위터를 통해 뭔가를 암시하는 분위기를 비추더니, 31일 밤에는 데모 버전이 올라와 있는 공식 사이트를 열었다. 여기까진 평범하다. 문제는 토비 폭스가 “보안 유지를 위해 24시간 동안 신작에 대한 공적 언급을 삼가해 달라”고 덧붙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31일부터 다수 매체에서 “언더테일 신작 델타룬이 공개됐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인터넷이라는 공적 공간에 모두가 접근 가능하도록 정보를 푼 것 자체가 보안 유지와는 백만 광년 떨어진 행위이기에, 토비 폭스의 당부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무언의 약속이란 게 있으니 기사 게재 시간을 지키자’라는 매체들이 있었고, 게임메카 역시 이에 동참해 하루 늦게 기사를 올렸다. 이에 대해 SNS 유저들은 RT 및 인용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뉴스는 신속과 정확이 생명이지만, 가끔은 속도를 포기하는 것이 옳을 때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사건이었다.
TOP 3. ‘파판알못’이라 죄송합니다
2020년 9월, 파이널 판타지 16이 공개됐다. ‘파판컷’이라 부르던 특유의 헤어스타일은 살짝 차분해졌고, 실시간 액션으로 추정되는 전투 장면도 화제를 모았다. 이와 함께 캐릭터 및 몬스터들의 모습도 살짝 비춰졌는데, 그 가운데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등장하는 몬스터 ‘몰볼(말보로)’도 있었다. 수많은 촉수와 큰 입을 가지고 냄새나는 입김을 내뿜는 악명 높은 몬스터로, 다수의 시리즈에 등장한 바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7 리메이크밖에 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필이면 해당 작품에는 몰볼이 나오지 않았으며, 또또 하필이면 기사 검수를 텍스트만으로 했고, 또또또 하필이면 파판에 정통한 기자들이 그날 따라 다른 일로 바빴다는 점이다. 여러 우연들이 겹친 끝에 몰볼은 ‘크툴루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몬스터’로 소개됐고, ‘파판알못’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말았다. 다행히 사과 댓글을 올리자 마음 넓은 SNS 이웃분들이 ‘실수할 수도 있지’라며 용서해 줬지만, 과오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해당 기사는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 놓았다.
TOP 2. 오버워치 “요즘 화제의 게이이죠!”
빠르게 타이핑을 치다 보면 오타가 나는 경우가 있다. 게임이라는 단어도 ‘겡미’, ‘게ㅣㅁ’ 등 다양한 오타가 나는데, 그 중 치명적인 오타가 바로 ‘ㅁ’ 받침이 탈락한 ‘게이’다. 다른 오타들은 딱 봐도 잘못 쳤다는 게 티가 나지만, 이 오타의 경우 다른 뜻이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래서 특히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출시된 오버워치의 700만 장 판매 기사를 SNS에 내보내며 “요즘 화제의 게이이죠!”라고 써버린 것. 당연히 SNS에서는 곧바로 해당 글이 박제됐고, 게임메카 SNS 담당자가 해당 사태를 알았을 땐 이미 축제(를 빙자한 놀림)가 한창이었다. 참고로 먼 훗날, 솔져76의 성 정체성이 밝혀지며 이 글은 성지 취급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TOP 1. 러브라이버를 프로듀서라 칭한 죄, 그랜절로 사죄합니다
2019년 4월, 러브라이브 선샤인 서울공연 티켓이 오픈됐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러브라이브를 해본 적은 없지만 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SNS 담당자는 소개 문구를 적었다. “럽라 프로듀서 님들 긴장하셔야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이게 왜 잘못됐냐고? 프로듀서라는 말은 러브라이브의 라이벌인 아이돌마스터 플레이어를 뜻하는 말이며, 러브라이브 유저들은 러브라이버라 지칭한다. 옛날 아이돌에 비유하자면 젝스키스 팬클럽에 “클럽 H.O.T. 분들 긴장하셔야 겠습니다. 젝스키스 티켓팅이 열렸거든요!” 라고 말한 셈이다.
당연히 러브라이브 팬덤에서는 난리가 났고, 딱히 러브라이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태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과문 한 줄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로 불타오른 분위기. 결국 해당 SNS 담당자는 러브라이버들을 향해 ‘그랜절’을 시전했다! 그랜절의 효과는 굉장했다! 활활 타오르던 불이 꺼지고, ‘이쯤이면 인정이지’, ‘다음부턴 조심하라구’ 같은 훈훈한 용서의 말들이 나왔다! 잊지 말자. 진심을 담은 그랜절은 언제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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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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