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약 20여 년 전, 일본에서 메이드 카페라는 신규 문화가 등장했다. 당시 인기를 누리던 미연시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를 필두로 메이드 캐릭터 붐이 일면서, 이를 현실에서 느껴보고자 하는 이들을 겨냥한 카페였다. 이 곳에서는 메이드복을 입은 점원들이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이라며 맞이해 준다거나, 음식에 대고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는 등 일반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항마력이 부족한 사람은 손발이 오글거릴 수밖에 없지만, 점차 일본 고유의 이색 문화로서 널리 알려져 국내 등 해외에까지 일부 메이드 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태생이 게임이다 보니, 지금도 다양한 게임 내에서 메이드 카페를 직/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은 미소녀 캐릭터가 메이드복을 입고 주인님(혹은 친구)을 맞이해 주는 밝고 따뜻한 장소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는 법! 이른바 [절망편]으로 불리는 메이드 카페도 종종 등장한다. 오늘은 꿈도 희망도 없는, 게임 속 메이드 카페를 소개해 볼까 한다. 아, 참고로 일본엔 손님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메이드 카페 절망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니 혹시라도 갈 일 있다면 조심하시길.
TOP 5. 역전재판 3, 비싸고 맛없는 요리를 파는 메이드 카페 '트레비앙'
역전재판 3의 세 번째 에피소드 '역전의 레시피'는 레스토랑이 배경인 살인사건이다. 메이드 카페에서 청산가리가 든 커피를 마시고 사망한 피해자, 그리고 '가짜 나루호도'에게 엉터리 변호를 받아 범인으로 몰린 전 경찰관이자 현 메이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도중 수많은 '가짜'들이 등장하며 혼란을 선사하는 와중 제대로 된 정황을 파악해야 하는 에피소드다.
배경이 되는 '트레비앙'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메이드 카페가 아니라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어딜 봐도 메이드 카페다. 종업원들은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핑크핑크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며, 소녀풍 인테리어로 꾸며진 내부 풍경만 봐도 평범한 식당은 절대 아니다. 여기에 '웨이트리스 오타쿠'로 불리는 단골 손님, 비싼 가격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맛없는 음식까지. 여러 모로 현실적이면서 살짝 부정적인 메이드 카페의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여기에 살인사건까지 터지고 애먼 종업원을 범인으로 몰았으니... 베이커 가가 아니라면 장사는 접어야 할 듯 하다.
TOP 4. 프린세스 메이커 4, 취한 손님들의 성추행을 견뎌야 하는 '메이드 주점'
프린세스 메이커 4에는 시리즈 전통의 술집 아르바이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특수주점이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메이드 주점이다. 참고로 프린세스 메이커 4에는 진짜 '메이드' 아르바이트도 있는데, 차이점이라면 예법 수치다. 진짜 귀족 가문에 들어가는 메이드는 예법이 필요하지만, 메이드 흉내만 내는 메이드 주점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매력과 기품 정도만 갖추면 된다.
사실 메이드 주점은 이 기사에 소개된 다른 곳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업보가 증가하고 지력과 프라이드, 양심 등이 하락하는 것을 보면 종업원에게 있어 딱히 좋은 직장처럼 보이진 않는다. 여기에 열중하다 보면 메이드 주점 점장이 되는 엔딩을 맞이하게 되는데, 여기서 묘사되는 가게 풍경은 술 취한 손님이 엉덩이를 만지고 메이드가 웃는 얼굴로 한 방 걷어차는 등 혼돈의 카오스다. 괜히 현실 메이드 카페들에서 주류를 안 파는 게 아니구나 싶다.
TOP 3. 메이드 인 카페, 끝내 오픈하지 못한 채 먼지만 쌓인 '화이트 프릴'
화사한 미소녀 메이드들이 환하게 맞아주는 곳. 그 수도 무려 40 명 이상. 옛날 사장님이 영업을 잘 못 해서 빚이 잔뜩 쌓였지만, 의기 넘치는 아들이 뒤를 이어받아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는 곳. 한적한 곳에 위치한 단독 건물로, 볕도 잘 들고 깔끔한 관리 상태가 인상적인 곳. 바로 '잉여 주인님 타이쿤'으로 알려진 게임 '메이드 인 카페' 속 '화이트 프릴'이다.
설명만 들으면 좋은 곳 같은데, 왜 이 목록에 섞여 있는 지 의문이라고? 사실, 저 메이드 카페는 정식 오픈을 하지 못 한 채 닫힌 지 오래다. 201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펀딩까지 마쳤지만, 결국 자금 부족으로 출시에 이르지 못한 채 개발 중지가 선언됐기 때문이다. 메이드들의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어야 할 카페가 기다리던 팬들의 눈물만 고인 채 닫혀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TOP 2. 리그 오브 레전드, 진상 손님의 피가 튀는 '귀염둥이 카페'
작년 말, 리그 오브 레전드에 메이드 카페가 열렸다. 카페 주인 딸로 젤리곰을 데리고 다니는 애니, 메이드 제빵사 시비르, 사탕과 케이크를 자르는 응대 전문가 그웬, 빵에 기분 좋아지는 마법을 불어넣는 소라카, 차 따르는 집사 블라디미르, 찻주전자 그 자체인 바드까지. 메이드와 집사, 맛 좋은 차와 디저트로 가득 찬 이 곳이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메이드 카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여기 메이드들은 하나 같이 보통이 아니다. 애니가 배고프다고 짜증 내면 거대 젤리곰이 이를 달래기 위해 손님이건 뭐건 무시하고 카페 전체를 뒤지고, 진상 손님이 나타나면 '손님 방어 전문가' 시비르가 접시를 던지고, 그웬이 사탕 자르는 가위로... 아무튼, 꽤나 유혈이 낭자하기 쉬운 구조다. 만약 당신이 그들 눈에 진상 손님으로 비춰진다면? 애도를 빈다.
TOP 1. 앳 홈 파칭코, 메이드에 낚여서 패가망신 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연 40만 명이 방문한다는 일본 아키하바라의 성지급 메이드 카페, 앳 홈(@ home). 7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어마어마한 곳으로 아마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드 카페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도 이 곳에 가 보신 신사분이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곳이 게임에 등장했다. 얼핏 봐서는 희망편 같지만, 절망 1위로 꼽은 이유는 그 게임이 바로 '빠칭코' 이기 때문이다.
2015년 발매된 이 빠칭코 게임은 실제 카페에서 일하는 인기 메이드들이 게임기에 그려져 있다. 플레이어는 마음에 드는 메이드를 선택한 후, 그녀의 서비스와 함께 대박을 노린다는 설정이다. 잭팟이 나올 경우 메이드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고. 참고로 저런 마케팅에 넘어가 빠칭코에 빠진다면, 메이드 카페 갈 돈조차 남기지 못한 채 절망적인 엔딩을 맞이할 확률이 매우 높다. 명심하자. 빠칭코는 가게가 돈을 버는 구조며,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은 도박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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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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