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국가를 불문하고 전설이나 설화는 퍽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이전부터 입으로 내려져오던 구전설화는 이전에는 소설이 되고, 그림이 되더니 시대가 지날수록 영상물을 거쳐 이제 게임에 도달했죠. 이제는 각국의 신화나 설화를 다루는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고, 뱀파이어나 좀비 등 그 속에 있는 괴물들도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괴물이나 설화 또한 마찬가지죠.
약 1년 전, [겜ㅊㅊ]에서는 여름을 맞아 ‘K-귀신 나오는 스팀 공포게임 5선’이라는 타이틀로 여름에 걸맞는 게임을 모아 추천해드렸는데요. 그냥 귀신들만 둘러 짚고 넘어간 것이 아쉬워, 이번에는 ‘한국설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된 ‘한국설화’ 기반 인디게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지 함께 만나보러 가시죠. 참고로 이번에 추천해드릴 게임에는 공포스러운 장면이 거의 없으니, 떨리는 손으로 스크롤을 내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1. 사망여각
처음으로 소개해드릴 게임은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전 저승사자와 하룻밤을 묵어가는 여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사망여각’입니다. ‘메트로베니아’ 스타일의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아름’이 되어 각기 다른 8개의 지역으로 이루어진 저승세계를 탐험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변질된 망령을 처치하고, 도망치는 영혼을 구출하며 혼란에 빠진 저승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요.
설화 ‘바리공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어낸 사망여각은 개발사 루트리스 스튜디오가 '어린 친구들에게 우리나라 설화와 전래동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게임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게임에서는 ‘바리공주 이야기’ 외에도 ‘강림차사 설화’나 ‘장화홍련전’ 같은 다양한 설화 및 동화가 등장하죠. 외에도 곳곳에 위트있는 이스터 에그나 설화적 요소를 넣어두었다고 하니, 너무 높은 난이도는 부담스러우면서도 전통설화가 가진 신묘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 염라환생기: 동백전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염라환생기: 동백전(이하 염라환생기)’ 또한 메트로베니아 스타일을 가진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같은 저승의 모습을 그린 사망여각이 ‘바리데기 설화’를 중심에 두고 저승을 그렸다면, ‘염라환생기’는 옛 사람들이 생각한 저승 이야기를 모티브로 신화를 재구성한 작품에 가깝죠.
플레이어는 고양이로 변할 수 있는 지하세계의 반요 퇴마사 ‘동백’이 되어, 직장상사인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아 아이를 찾는 임무를 떠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마을이나 다양한 던전을 돌아다니게 되며, 낯선 요괴들이나 던전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만나볼 수 있게 되죠. 이 비밀들을 모아갈수록 동백은 점차 혼란스러운 상황에 휘말리지만, 그럼에도 검과 총 한 자루를 들고 끝까지 걸어나가게 됩니다. 과연 동백은 그 누구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을 알 수 있게 될까요?
3. 린
다음은 먹의 번짐을 아름답게 표현한 ‘린’입니다. 구미호가 그린 동양화 속에 빨려 들어간 소녀 '린'과 사연을 가진 ‘구미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퍼즐게임이죠. ‘린’이 요괴에게서 도망치며 무사히 미로를 빠져나갈 때마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귀여운 종이인형극을 보는 듯한 연출이나 동양화를 둘러보는 듯한 연출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감정선을 한 겹 더 올려주는 배경음악도 일품이죠.
다만 스토리를 끝까지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처음 게임의 퍼즐을 만나게 될 때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금방 깰 수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거든요. 하지만 단순한 모양의 미로 퍼즐에 점차 규칙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생각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머리를 싸매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도 매 판마다 플레이 호흡이 길지는 않은 편이니, 다른 게임의 매칭을 진행하는 동안 잠깐씩 즐기기는 정말 괜찮은 게임입니다.
4. 청구야담: 팔도견문록
조선을 배경으로 한 추리게임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이하 청구야담)’이 오늘의 마지막 추천 게임입니다.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코스닷츠가 만들어낸 도사와 군관의 버디 수사물이죠. 한반도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이 출몰하는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스토리가 각기 다른 괴물, 사건, 배경을 주인공 삼아 준비되어 있죠. 게임은 스토리를 진행하며 주변을 탐문하고 수사해 증거를 모아 범인을 찾는 간결한 진행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스닷츠는 게임 스토리의 바탕에 각 지역마다 내려오는 전통 설화를 도입했습니다. 청주 지네장터 전설에서 지네 괴물의 모티브를 얻었고, 경북 여우골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여우 괴물을 만드는 등, 지방 곳곳에 스며있던 옛 설화를 모티브로 삼아 청구야담 스토리를 작성했죠. 그래서인지 게임 속 평범한 인물들의 삶과 긴밀하게 얽힌 요괴들을 보고 있자면, 설화가 가진 교훈과 당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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