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ㅊㅊ] 의외로 찾기 힘들죠, 한국어 지원 추리게임 4선

여러 유명 추리게임을 즐기고 난 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게임을 찾다 보면 항상 슬퍼집니다. 어렵사리 취향에 맞는 추리게임을 발견해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들어준다는 말이 있던가요, 한국어를 지원하면서도 추리게임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작품이 간혹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겜ㅊㅊ]에서는 언어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어 공식 지원 추리게임’ 4종을 소개합니다.

검은방, 회색도시 등을 선보인 진승호 디렉터의 ‘베리드 스타즈’가 첫 번째 추천 게임입니다. 서바이벌 오디션에 생존과 추리를 결합한 타이틀인데요, 공연무대가 무너지며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등장인물의 의심스러운 정황, SNS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외부 정보 등에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갈등과 숨겨진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원치 않은 사고로 다른 인물에게 의도치 않은 트라우마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주변 상황과 인물간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점차 종착지로 향하고, 플레이어가 해온 추리와 인물과의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분기에 따라 엔딩으로 갈수록 추리 요소가 줄어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복잡하지 않은 선택지와 한국어 더빙으로 몰입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희대의 작품이라 평가된 ‘디스코 엘리시움’입니다. 압도적인 텍스트 분량, 어렵고 난해한 단어, 정치, 사상, 철학 등 다양한 면을 담고 있는 전례 없는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래서인지 게임 목표가 쇠락한 도시 ‘레바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간과되기도 합니다.

사실 추리물로서의 디스코 엘리시움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데요,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되짚어 올라가며 드러나는 관계나 흐름이 플레이어가 설정한 특성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주인공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일의 경중과 선악이 다르게 판단되기에, 동일한 사건이라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은 추리와 함께 다회차 플레이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줍니다.

리갈 던전은 텍스트 어드벤처와 수사물을 절묘하게 결합한 게임입니다. 다양한 사건과 관계된 수사서류를 읽고, 법과 판례를 기준으로 삼아 최종 의견을 작성하며 실적을 쌓아가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것보다는 자료를 읽고 수집해 추리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명심해야 할 것은 목표가 언제나 진실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말만 보더라도 리갈 던전은 ‘경찰’이 주인공인 다른 추리게임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갈 던전은 플레이어에게 진실이 아닌 ‘검거실적’을 요구하는 게임이거든요. 즉, 추리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실적을 위해 이를 외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숨겨진 진실을 찾는 것을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고하는 경험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앞서 추천드린 게임보다 주제나 난이도에 대한 부담이 낮은 게임을 찾으신다면 비주얼 노벨에 추리를 더한 게임은 어떠신가요?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H5DEV’가 개발한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사이비 종교와 오컬트, 추리를 더한 게임입니다. 악마숭배자가 사는 섬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통해 다섯 히로인 중 ‘인간이 아닌 존재’를 배제하고, 유일한 인간을 찾아내 함께 탈출하는 것이 목표죠.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과의 호감도를 올리거나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연애도 즐길 수 있습니다.

추리 난이도는 오늘 소개된 다른 게임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연애 게임이나 비주얼 노벨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울러 비주얼 노벨과 추리에 오컬트적인 소재를 섞어서 보기 드문 신선한 재미를 줬고, 히로인 성우들 연기력이 준수해서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