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론은 18년동안 운영된
MMORPG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자라는 말이 있듯,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은 그 자체로 재미 보증수표다. 하지만, 오래된 게임인 만큼 새로 시작하기엔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데카론이 18주년을 맞아 점핑 캐릭터를 제공한다. 처음부터 높은 레벨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역사를 빠른 시간 내에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에 데카론을 한 번도 플레이 해 보지 않았던 기자는 점핑 뉴비로 데카론에 들어가 봤다. 과연 데카론은 최신 MMORPG과 비교했을 때 어떤 매력 포인트가
숨어 있을까?
익숙하고 정감가는 첫인상, 시작은
185레벨
데카론에 처음 접속했을 때 든 첫인상은 어딘가 익숙하고 정감가는 느낌이었다. 입구와
배경 디테일은 니혼 팔콤의 ‘이스’ 시리즈에서 본 것 같았고, 캐릭터는 고전 MMORPG ‘에버퀘스트’ 캐릭터가 고화질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비주얼적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현재 데카론의 서버는 헬리온, 아크, 세라피 3개인데, ‘온라인
게임은 1서버’라는 말에 따라 헬리온 서버에 둥지를 틀었다.
어떤 게임이라도 시작할 때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은 캐릭터 직업이다.
MMORPG 초보이자 데카론을 처음 플레이하는 본 기자는 신중한 고민 끝에 ‘세그날레’ 직업군을 선택했다. 탱커나 딜러는 난이도가 높아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무엇보다 자체 회복 기술이 있어 생존력이 높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아름다운 외형 역시 선택의 작은 이유가 됐다.
지난 10일부터 데카론은 서비스
18주년을 맞아 점핑 캐릭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처음부터 185라는 상당히 높은 레벨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거기다가 강화된 ‘정예 헬파이론 세트’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장비 걱정도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에 무료 탈 것도 주는데, 탈 것
속도가 매우 빨라 월드 이곳 저곳을 구경하기 수월했다.
점핑 캐릭터로 게임을 시작하면 ‘점핑 용사 지원 패키지’와 체력, 마나포션 9,999개가
주어진다. 패키지에는 파르카의 빙정, 코스튬, 펫, 전능의 성수, 악세서리, 강화된 전투 등이 담겨 있다. 모두 기간제 아이템이긴 하지만, 최소 15일부터 30일까지
기간이 넉넉하다는 점은 나름 괜찮았다. 파르카의 빙정과 강화된 전투는 모두 경험치 관련 아이템인데, 파르카의 빙정은 메인 퀘스트 경험치를 50% 늘려주고 강화된 전투의
경우 경험치를 무려 500%까지 추가로 준다.
받은 보상 중 가장 놀라운 아이템은 ‘전능의 성수’였다. 이 아이템은 내장된 편의 기능이 압도적이었다. 원격으로 상점, 우편, 중개소, 창고 등을 이용할 수 있었고, 무료로 모든 NPC에게 순간 이동할 수 있었다. 데카론은 오래된 게임인 만큼 낡고
불편한 시스템이 꽤 있는데, 이 기간제 아이템이 주는 편의기능은 그런 불편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데카론은 18년의 시간동안 쌓여온 시스템적인 깊이가 상당한 게임이다. 초보자라면 데카론만이 가진 독특한 게임 구조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점핑
이벤트는 그런 뉴비들에게 일종의 구명줄이 된다. 만약 게임을 1레벨부터
시작한다면 그 낯섦과 앞에 펼쳐진 방대한 갈 길을 보고 쉽게 포기할 수도 있지만, 강한 캐릭터로 시작하면
여러 콘텐츠도 체험해보며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유저들은 더 높은 레벨이긴 하지만, 적어도 PvE 위주 초반 플레이에선 마치 치트를 쓴 것 같은 유리함을
가지고 시작하니 꽤나 즐겁다.
조작과 전투, 자동전투의 직관성
데카론의 조작은 WASD키로 이동하고 숫자 키로 스킬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MMORPG와 비슷하다.
다만 스스로에게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게임과 다르게 ‘e’ 키를 누르고 하는 것이라
여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캐릭터 고유의 스킬과 전투 설명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조 자체는 쉽고 직관적인 편이다.
고전 MMORPG임에도 자동전투(전투
도우미)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독특했다. 데카론의 자동사냥은
원하는 스킬을 등록하고 스킬 순서와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에서 동료 AI를 조절하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자동’ 버튼만 누르면 스킬을 난사하는 최근 스마트폰 게임보다 더
세세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다. 처음에는 ‘PC MMORPG에
자동이라니’라며 호기롭게 기능을 활용하지 않았지만, ‘카론의
화로’ 중간보스에게 맞아 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반면, 가장 적응이 되지 않았던 부분은 전투 외적인 그래픽 요소였다. 스킬 효과는 처음에는 너무 구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플레이
하다 보니 빠르게 익숙해졌다. 끝까지 적응이 어려웠던 것은 캐릭터의 장비와 날개 장식, 펫 등의 화려한 형광빛이었는데, 게임을 하는 내내 눈에 쨍함이 느껴지고
화면이 빛에 가려져 불편했다. 다만, 최신 게임들에도 이런
비주얼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취향 차이일 수도 있겠다.
초보에게 많은 도움 주는 가이드
데카론이 18년간 쌓아온 콘텐츠는 매우 방대하다. 초보 유저라면 아무리 점핑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도저히 어디서 시작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기자는 일단 무턱대고 메인 퀘스트부터 수행했는데, 메인 퀘스트를 2시간 정도 수행한 후 경험치 바가 0.1%밖에 오르지 않았을 때
본격적으로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기존 유저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긴 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얻긴 어려웠다.
이 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데카론 홈페이지의 점핑 캐릭터 가이드였다. 보통
게임을 할 때 튜토리얼이나 가이드를 꼼꼼하게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유는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카론은 가이드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처음 점핑 가이드를 켜 보니, ‘엠블럼’이라는 아이템을 얻는 법이 먼저 나왔다. 장비창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아이템은 점핑 캐릭터 생성 시에 주어졌지만, 엠블럼 칸은 비어있었다.
그래서 가이드에 따라 NPC에게 말을 걸어 아이템을 획득했다. 그런데 착용하려고 보니 ‘마이스터’가
되어야 착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왔다.
그래서 다시 점핑 가이드에서 마이스터가 무엇인지를 찾아보니, 게임의 DK 서버에서만 갈 수 있는 미테라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종의 2차
전직이었다. 이후 가이드를 쫓아 퀘스트를 수행해 치유에 집중한 ‘힐링
핸즈’로 전직할 수 있었다. 만약 가이드가 이런 과정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마이스터는 무엇이며, 왜 마이스터 스킬은 배울 수 없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게임 같으면 우연히 만나는 친절한 올드 유저들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이것저것 검색해 가며 길을 찾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데카론의 가이드는 지금까지 플레이해본
게임의 개발자 가이드 중 가장 친절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재미있었던 인던 경험
아쉽게도 10일 입문한 터라 아직
MMORPG의 꽃인 파티플레이는 체험하지 못했다. 게임에는 특정 시간마다 열리는 파티 이벤트, 파티 던전 등 파티 요소가 많았는데,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주변에 민폐가 될까 도전하지 못했다. 대신 혼자 들어갈 수 있는 인스턴트 던전(인던)은 여러 번 체험해봤다.
가장 많이 해본 인던은 ‘카론의 화로’였는데, 파티로 진입해야 하지만 솔로도 가능했다. 자체 회복이 가능한 세그날레를 선택한 것이 다행이었는데, 인던 시스템이
상당히 무시무시했기 떄문이다. 일정 숫자의 적을 죽여야 다음 단계로 가는데, 적이 ‘독’ 상태이상을
걸거나 중간보스가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패턴을 사용하는 등 위험한 순간이 자주 생겼다. 아쉽게도 혼자서
최종보스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지만, 인던은 시스템이 상당히 잘 짜여 긴장감이 높고, 그만큼 성취감도 느껴지는 콘텐츠였다.
게임을 진행 중 고수 플레이어에게 예고 없이 공격받은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아무래도 PK가 불가능한 서버라 그랬던 것 같은데,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입장에서 PK가 적은 부분은 오히려 좋았다. 과거
다른 MMORPG를 할 때 고렙 캐릭터에게 자주 죽어본 만큼, PK 가능
서버를 나눈 부분은 초보자 배려 차원으로 느껴졌다.
데카론온 첫인상은 상당히 낯설지만,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게임이다. 지금 현재 점핑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18년 게임의 역사를
압축해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옛 MMORPG의 정취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혹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 한 젊은 게이머라면 한 번쯤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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