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없없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MBC에서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미래에 일어날 현실 속 사건들을 모두 예언했다는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장면을 담으며 나타난 우연의 일치지만, 현실에 뭔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상황을 연상시키는 무한도전 장면들이 꼭 하나씩 나온다는 점은 보는 입장에서 상당히 재미있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예언을 찾아볼 수 있다. 길게는 수 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 전에 나온 게임인데, 미래에 벌어진 사건들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들 말이다. 물론 수많은 게임이 나왔으니 그 중 몇 개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에 가깝지만, 그런 무미건조한 해석보다는 '이건 예언이다! XX게임 만세!' 라며 환호하는 편이 더 즐겁지 않을까? 오늘은 그런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 한국 공군 유닛 '보라매'
2000년작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에는 한국군 특수 공군 유닛으로 '보라매'가 등장한다. 연합군 유닛 해리어를 대체하는데, 가격은 같으면서 속도 빼고 모든 스펙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어 매우 유용한 유닛이다. 그로부터 21년 후인 2021년, 대한민국 공군의 자체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 KF-X의 정식 명칭이 보라매로 확정되며, 미래 예언에 성공했다.
참고로, C&C 레드얼럿 2 보라매의 영문판 이름은 블랙 이글이고,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한국어판 명칭을 공모한 바 있다. 당시 공모된 이름은 '통일호'였는데, 당시 최하위급 완행 열차 명칭이었던데다 공군 유닛에 붙기엔 너무 안 어울린다는 항의를 받고 보라매로 변경된 역사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실 예언도 하고 멋진 새 이름도 얻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TOP 4. 절체절명도시 3, 2011년 3월 대지진이 발생한다
2009년 PSP로 발매된 재난게임 절체절명도시 3. 도시 한복판에 커다란 지진이 닥치고, 그 곳에서 살아남는 것을 주제로 한다. 사실 이 같은 소재는 시리즈 전체에 걸쳐 꾸준히 써먹고 있기에 딱히 새롭진 않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배경이 출시 시점에서 2년 후인 2011년 3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2011년 3월. 일본에서는 일본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났다.
도호쿠 대지진은 단순 지진 뿐 아니라 초대형 쓰나미까지 몰고와 2만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엔의 재산 피해,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까지 초래했다. 오히려 게임 속 재난이 가벼워 보일 정도. 게임의 잘못은 아니지만, 절체절명도시 3편은 현실 속 재난을 예견했다며 부정적 유명세를 탔다. 결국 유통사는 시중에 판매돼 있던 1~3편의 전량 리콜을 실시했고, 4편 개발을 중지하는 등 상당한 고난을 겪었다.
TOP 3. 커맨드 앤 컨커 제너럴, 중동 테러조직과 미국과 중국이 어쩌구...
앞서 레드얼럿 2의 보라매 예언을 소개한 바 있는데, 사실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의 최고 예언서는 2003년 출시된 웨스트우드의 마지막 작품인 커맨드 앤 컨커 제너럴이다. 이 작품은 국내외 게이머들에게 요한계시록이나 노스트라다무스급 취급을 받고 있는데, 무기나 기체 예언 뿐 아니라 세계적인 정세 흐름까지도 상당수 예측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게임 속 테러집단 GLA는 이후 준동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S)를 거의 완벽히 묘사했으며, 그들의 만행이나 막장 외교, 대외적 활동, 테러 일정, 이들을 놓고 벌이는 미국이나 중국 등의 반응은 혹시 미래를 들여다 보고 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여기에 당시 일반화되지 않았음은 물론 개념조차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무인기 시스템이 상당히 현실과 비슷하게 묘사돼 있으며, 그 대부분이 2024년 현재 실현됐거나 실현 예정이다. 군사적 예언으로는 Top 1을 차지했겠지만, 아쉽게도 아래에 소개될 인상깊은 이들에 밀려 3위에 그친 것에 애도를.
TOP 2. 한메타자교사 베네치아, 2020년 해수면 상승에 바이러스까지
멀고 먼 옛날, 대한민국 국민학생과 X-세대 청소년들에게 최첨단 장비인 가정용 콤퓨-타 사용을 위한 타자연습에 큰 기여를 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엔씨 설립 전 만들었던 한메타자교사가 그것이다. 키보드 자판을 익히고, 단어와 단문, 장문 등을 따라 쓰며 타자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중 '베네치아'라는 게임 메뉴가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단어를 빠르게 쳐서 없애는 타자연습 게임으로, 제대로 된 PC게임 접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꽤나 재미있는 놀거리로 자리잡았다.
이 베네치아에는 나름 배경 스토리가 존재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보면 굉장히 놀랄 만한 부분이 많다. 베네치아의 배경은 2020년, 바닷물에 의한 침식과 부식으로 베네치아가 물에 잠겼다. 그리고 하늘에서 바이러스 군단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진행됐다. 지구온난화와 침식·부식으로 인해 베네치아는 물에 잠겨가고 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현실을 100% 예언한 사례가 아닐 수 없겠다.
TOP 1. 폴아웃 3, 링컨 동상의 목이 잘리리라
전세계에 걸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초등학교에 설치된 에이브러햄 링컨 동상이 녹아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동상이라고는 했지만 금속이 아니라 밀랍으로 만들었기에 뜨거운 기온에 녹아버린 것인데, 밀랍의 녹는 점이 60도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더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해당 동상은 처음엔 상체 부분이 뒤로 넘어졌다가, 이내 목이 떨어져나가며 목 없는 링컨이 되었다. 이 소식은 지구 온난화를 상징하는 이슈로 전세계에 보도되며 관심을 모았다.
이를 예언한 게임이 있다. 바로 2008년 출시된 폴아웃 3다. 게임 속에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이 반파된 상태로 등장하는데, 내부에 있는 링컨 동상은 머리가 사라진 상태다. 현실 속 밀랍 동상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으로, 게임 속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뉴스를 보고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을 완벽하게 예언한 폴아웃 3가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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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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