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에 출격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이하 세나 키우기)는 구글 매출 2위까지 오르며 ‘키우기 게임’에 반향을 일으켰다. 간단한 플레이로 캐릭터를 끝없이 키워가는 ‘키우기 게임’은, 과거엔 규모가 작은 게임사에서 빠르게 개발해 초기 수익을 얻거나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게임을 선보이기 전 버티는 역할로 기용됐다. 그러나 세나 키우기는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이 작년 3분기를 책임질 대표작으로 앞세웠고, 성과가 온전히 반영된 작년 4분기에 넷마블은 7분기 연속 적자를 끊었다.
아울러 작년부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몰려나오는 MMORPG 물결에 대한 피로감이 감지됐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키우기 게임’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주위를 환기할만한 통로로 인식됐다. 실제로 세나 키우기가 흥행한 후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여러 게임사에서 경쟁적으로 ‘키우기 게임’을 출시했고, 공식 발표는 없으나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키우기’를 준비 중이라는 국내 매체 보도도 있었다. 그렇다면 세나 키우기 이후 국내에 집중적으로 출시된 ‘키우기 게임’ 현황은 어떨까?
중견 게임사가 메인을 차지한 ‘키우기 게임’
일단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면, ‘키우기 게임’은 광고제거 상품, 신규 캐릭터나 장비가 포함되는 확률형 아이템 출시 등이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MMORPG에 비해 업데이트 여부에 따라 매출 변동폭이 더 크다. 아울러 세나 키우기와 같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었으나, 매출적인 측면에서 MMORPG와 달리 서브 게임으로 포지셔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세나 키우기가 출시된 작년 9월 이후 국내 핵심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두각을 드러낸 게임은 위메이드커넥트의 ‘서먼헌터 키우기(올해 기준 최고 58위)’, 컴투스홀딩스의 ‘소울 스트라이크(올해 기준 최고 18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그랑사가 키우기(올해 기준 최고 23위)’ 등으로 압축된다. 매출 순위와 함께 출시 이후 구글 무료 인기 순위에서도 출시 직후 TOP5에 들며 시장 관심을 끌어 모았다.
앞서 이야기한 게임사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중견 게임사들이다. 반면 올해만 따져도 ‘키우기 게임’ 4종을 출시한 슈퍼플래닛(마법소녀 키우기, 대마법사 키우기, 까부리: 조선퇴마사 키우기, 배틀메이지 키우기)와 3종을 내놓은 모비릭스(데몬 헌터 키우기, 루시퍼 키우기, 이세계 헌터 키우기)처럼 다작으로 승부한 소규모 게임사 작품들은 구글 매출에서 상위 100위 내에 단 하나도 올려가지 못했다.
아울러 작년 10월에 출시된 ‘천상비X소가주 키우기’는 약 4개월 만인 2월 13일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출시된 이세계 헌터 키우기와 레드키우기(클래게임즈)는 각각 출시 한 달 만인 2월 22일과 4개월 만인 5월 9일 이후 신규 콘텐츠 추가 없이 방치되고 있다. 신작을 찾아 이리저리 이동하는 경향이 강한 ‘키우기 게임’에서 새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신규 유저 모객은 물론 복귀 유저를 끌어들이는 힘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키우기 게임에서 핵심 카드로 떠오른 컬래버레이션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부분은 ‘키우기 게임’ 역시 다른 인기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복귀를 유도하는 흐름이 흐름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서먼헌터 키우기는 올해 4월에 갓 오브 하이스쿨 컬래버레이션 업데이트를 토대로 구글 무료 인기 1위까지 자리한 바 있으며, 이 흐름을 잇기 위해 위메이드커넥트는 관계사인 위메이드플레이 대표작 애니팡 컬래버레이션을 예고한 상태다.
이어서 컴투스홀딩스 역시 소울 스트라이크에 제노니아 컬래버레이션을 업데이트한 직후 직후 구글 인기 3위까지 올랐고, 5월 말에 선보인 서머너즈 워 컬레버레이션 직후 인기 6위까지 기록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그랑사가 키우기 역시 6월에 선보인 장송의 프리렌 컬래버레이션 직후 구글 매출 80위에서 30위대로 복귀했고, 인기 순위는 2위까지 치솟았다.
다만, 보통 컬래버레이션는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기에 업데이트 효과가 사라지면 매출과 인기 순위 모두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공통적인 흐름을 보였다. 넘쳐나는 키우기 게임 물결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중요한 카드로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기에, 성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소재를 바꿔가며 주기적으로 협업을 이어나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MMORPG와 같은 길로 접어든 키우기 게임
‘키우기 게임’은 국내 모바일게임 트랜드가 수집형 RPG, 액션 RPG, MMORPG로 넘어오며 각 장르가 거쳤던 경로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초기에는 소규모 게임사가 두각을 드러내다가 히트작 하나를 기점으로 삼아 점점 더 규모가 큰 게임사가 동시다발로 뛰어든다. 그로 인해 시장 경쟁은 급격히 치열해진다. 결국 ‘빠르게 서비스해 성과를 본다’는 강점은 희석되고, 가용할 자원 여력이 있는 게임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이 ‘키우기 게임’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키우기 게임’이 앞세운 큰 틀은 게임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 하나 혹은 여럿을 두고 자동 혹은 비접속 플레이로 경험치 등 자원을 축적해 상위 콘텐츠를 돌파해나가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 혹은 장비를 뽑는 확률형 아이템, 인앱광고와 광고제거 정액제, 배틀패스와 같은 패스 등을 주요 상품으로 삼는다. 더불어 적극적 과금 유도를 위한 BM 구조는 MMORPG와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키우기 게임을 즐겨온 유저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구조가 된 셈이다.
게임성을 너무 크게 바꾸는 것은 대중성에 어필하는 ‘키우기 게임’이라는 장르에 맞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낯설어서 집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큰 틀은 유지하되 소재와 세밀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반과 계획을 토대로 차근차근 콘텐츠를 쌓아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한 상태이기에 게임사가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고, 여력이 없다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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