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를 꼽으라면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맛의 달인', 이토 준지 공포 만화 시리즈, '꼭두각시 서커스' 등이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위 만화들의 공통점은 그림체가 독특하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미형 만화체가 아니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런 만화 왜 보냐"라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체의 장벽을 넘으면 명작이라 불리는 세계가 펼쳐진다. 그림체 때문에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명작들이기에 주변인들에게 열심히 권하곤 하는데, 간혹 이 장벽을 넘어가면 '이 만화를 지금에야 알았다니!'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 요소로는 게임성, 장르, 난이도, 콘셉트 등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비주얼이다. 처음 본 캐릭터나 장면부터 비호감이라면 게임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비주얼적 진입장벽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갓겜의 세계가 펼쳐지는 아까운 명작들도 있다. 오늘은 그런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나름의 개성조차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들이다.
TOP 5. 크로스코드
2018년 출시된 2D 액션 RPG '크로스코드'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 일단 게임 자체를 게임엔진이 아니라 HTML5와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한데, 웹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을 액션 RPG에 도입해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 탓에 닌텐도 스위치 이식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어쨌든, 게임성 자체도 호평 일색이다. 분량도 방대하고 액션도 뛰어나다. 퍼즐 요소가 많은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스팀 유저평가 '매우 긍정적(92%)'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믿고 해봐도 좋다.
다만, 일러스트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크로스코드의 일러스트는 좋게 말하면 개성이 살아 있는 만화형 그림체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일명 '양키센스'라 불리는 북미풍 만화 그림체와 일본풍 망가 그림체가 뒤섞인 혼종에 가깝다. 대놓고 현실성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귀여운 것도 아닌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2D 도트에서의 불쾌한 골짜기가 이런 것이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조금만 참고 플레이하다 보면 금세 가스라이팅 당해서 캐릭터들을 귀엽게 느낄 수 있다는 평가도 많으니,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도록 하자.
TOP 4. 케모노 프렌즈 게임
서벌짱, 가방짱 등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IP 케모노 프렌즈. 애니메이션으로 빵 뜬 작품이지만, 그 전에 게임이 있었다. 넥슨에서 개발했던 동명의 모바일게임으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케모노 프렌즈의 생명은 여기서 끝났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은데, 사실 원작 게임도 스토리 면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좋다는 평을 받았다. 오히려 게임 스토리가 애니메이션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는 팬도 많은 상황.
그러나 이 게임의 치명적 단점은 연출이다. 일러스트가 양옆으로 움직여 부딪히는 것을 전투라 우기며 연출 면에서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페이트/그랜드 오더보다도 더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표정 일부가 변하는 것을 제외하면 복장 변화나 상태 등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야말로 스티커 몇 장 보여주며 대사를 읊는 웹소설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다. 전투에서의 움직임도 어색하기 짝이 없어, 귀여운 캐릭터만 보고 온 유저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애니메이션 흥행 이후 원작 게임을 다듬거나 그대로라도 다시 서비스 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워낙 처참하게 망했던 데다 애니메이션 2기 이후 케모노 프렌즈 IP의 수명 또한 다시금 다한 상태라 아마도 어려울 듯 하다.
TOP 3. 리그 오브 레전드(초기 버전)
때는 2010년 가을. 게임메카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던 본 기자에게 한 선배기자가 어떤 게임을 추천해줬다. 워3 카오스랑 비슷한 게임인데 되게 재밌다며 같이 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한국어 지원도 안 될 뿐더러, 그림도 영 어설프고 양키센스가 잔뜩 묻은 비호감이었다. 그때의 내 대답은 "이런 이상한 게임 안 해요!"였다. 그러나 1년 후, 본 기자는 그 게임을 반강제로 매일 접하게 됐다. 그 게임의 이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롤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극초창기의 롤은 말 그대로 일러스트가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AOS 장르 특성 상 수많은 캐릭터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를 골라 플레이하게 되는데, 도통 마음에 드는 이도 안 보일 뿐더러 전체적으로 칙칙한 캐릭터들의 얼굴에선 불쾌한 골짜기와 양키센스가 동시에 느껴졌다. 특히 트리스타나 등 요들 종족과 소라카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이런 일러스트를 보고 롤이라는 명작을 걷어찼던 선택을 후회하고는 있지만, 무서운 엄마 소라카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면 그때의 내가 충분히 이해는 된다.
TOP 2. 쓰르라미 울 적에(초기 버전)
만화와 애니메이션, 연극 등으로 뻗어나가며 높은 인기를 모은 '쓰르라미 울 적에'. 입체적으로 묘사된 미형 캐릭터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반전 등으로 2000년대 중후반을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IP다. 그 원작인 게임은 2002년 코믹마켓을 통해 처음 출시됐다. 동인 서클행사인 코믹마켓에서 게임이 출시됐다는 점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개발사인 07th Expansion이 전문 개발사가 아닌 가족과 친구 위주로 구성됐던 자그마한 동인 서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용기사07이 게임 디렉팅부터 시나리오, CG까지 거의 대부분의 창작을 홀로 담당했다 보니, 초기판의 경우 CG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 물론 원작 특유의 감성을 담은 매력적인 그림체라는 평도 있지만, 기묘한 인체비례와 주먹손 등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 '그림 발로 그렸냐'라는 평을 받곤 한다. 그래서인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먼저 접한 신규 게이머들은 원작보다는 향후 CG가 교체된 콘솔판이나 스팀판을 주로 플레이하기 마련이다. 다만, 원작 특유의 감성 역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있으므로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꼭 원작을 접해 보시길.
TOP 1. 활협전
무협 소설이나 영화, 게임의 주인공들은 죄다 선남선녀다. 간혹 전장에서 굴러먹다 온 쾌남형이나 어두운 과거를 지닌 살수형 얼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미형이거나 최소 평범한 얼굴을 지니긴 했다. 물론 모종의 이유로 얼굴이 완전히 망쳐져버린 주인공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경우 이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장대한 무공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활협전 주인공은 그 모든 것이 없다. 이 게임은 가진 것이라곤 정말 1도 없는 주인공이 협행을 행하며 강호를 종횡무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은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가 연상되는 육성부터, 혹자는 '발더스 게이트 3 급이다'라고 평가하는 시나리오의 자유도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게임의 최대 진입장벽은 주인공의 얼굴이다. 1인칭 게임도 아닌지라 주인공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데, 주인공의 외모가 너무나도 대놓고 극을 달리는 상상초월 추남형이다 보니 쉽사리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는 주인공 얼굴을 미남형으로 바꾸는 모드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 게임 내에서 외모로 인해 겪는 설움 등이 설득력을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다만 어떻게든 주인공 얼굴에 적응한다면, 그 이후엔 갓무협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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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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