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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킹덤 컴: 딜리버런스 2(Kingdom Come: Deliverance 2)야. 15세기 중세 유럽에 대한 고증이 잘 지켜진 게임이지. 투구도 그냥 쓰는 것이 아닌 두건 같은 머리 보호구를 쓰고 나서야 쓸 수 있고, 물약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를 정확한 시간만큼 끓이고, 갈고, 증류해야 해. 이런 면들이 자칫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세하게 구현이 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야.
오프닝은 주인공이 중요한 편지를 배달하는 역할을 맡고, 그 편지를 도적에게 강탈당하고, 절벽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고, 마을 외딴곳에 사는 실력 있는 약초상에게 치료를 받아 살아나고, 우여곡절 끝에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는 성에 도착을 했으나, 거지 같은 행색 탓에 문전박대 당하고, 마을에서 소란을 일으키다가 광장에서 칼을 차는 형벌을 받게 되지. 아 복잡하다.
“중세 시대 마을 광장에서 차꼬(pillory)를 차고 있는 소녀를 그려줘”

투명 마술?
아래쪽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짜잔~ 같은 건가?
“다시, 튜닉을 입은 소녀가 차꼬를 차는 형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몸통까지 잘 그려!"

일단 배달물을 되찾아야 하지만, 사막의 총잡이도 아니고 드래곤의 영혼도 없고 괴물과 싸우는 개조인간도 아닌 그저 중세 평민인 주인공이라 힘들군.
일단 주변 탐색이다. 주인 없는 무덤이 갑자기 생겼다는 소문이 있으니 그 무덤을 파보자.
"파묘!"

저 조그만 삽으로 파느라 고생 많았다. 코리안 트레디셔널 호미가 있었으면 좀 더 수월했으려나?
묘지를 판 것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으며, 무덤 안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 것은 주인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불로소득이 계속 있지는 않을 터, 정당한 노동을 통해 안정된 수입과 능력치 상승을 차근차근 진행하자.
당장 할 수 있는 건 물약을 만들어서 상점에 파는 것이지.
“허리를 숙여가며 캐모마일과 세이지를 채집한다”

그렇게까지 엎드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풀 하나 캘 때마다 아주 제대로 운동 되겠어.
길거리에 핀 잡초가 돈이 되는 이유는, 그것을 캐는 것이 너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겠지.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는데, 마을 밖으로 나가면 도적들이 많기 때문이다!”

두건이 참 인상적이군. 펭귄인가? 인상을 숨기려고 쓰는 두건이 인상을 돋보이게 하다니.
도적을 죽이지 않으면 이쪽이 죽는다! 그리고 도적을 죽이면 도적의 장비는 모두 내 것!
“도적과 피비린내 나는 사투!”

상하좌우 공격 시스템과 휘두르는 팔의 위치에 따라서 공격을 이어가는 콤보는 마운트 앤 블레이드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에 나름 적응이 쉬웠어.
그러나 갑옷 입은 부위는 대미지가 잘 안 들어간다거나 맞을수록 최대 스태미나가 같이 줄어서 공격 기회가 주는 등의 시스템은 전투 난도를 상당히 키우네.
“혈투가 끝나고 출혈은 붕대를 감아서 치료한다”

옷을 찢어서 붕대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출혈 상태 이상이라니? 도적이 붕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아무튼 치료가 끝나는 대로 도적이 남긴 피투성이가 된 누빔 셔츠와 누빔 바지를 주워 입자. 이제 마을로 돌아가서 채집한 재료로 연금술을 시작한다.
“먼저 솥에 포도주를 담고 케모마일을 넣는다.”

끈적하고 붉은 액체… 저거 뭐야 무서워. 혹시 도적을 솥에 넣고 끓였니?
참고로 도적의 목에 현상금 같은 게 있을까 해서 시신을 둘러메고 마을로 가다가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 기겁하길래 버렸는데… 나 모르는 새 주워왔나?
“일단 세수하자. 마을에 큰 물통이 있어서 거기서 세수가 가능하다”

세수가 얼굴에서 물이 나오는 거라고 배웠냐! 그전에 손으로 물을 뜨는 행위는 별개의 동작이야?
세수도 하면서 옷에 묻은 피도 닦고 몸에 묻은 오물도 닦았으니 오늘은 이만 자자.
“근처 창고에 누울 수 있을 장소를 찾았다. 거기서 잔다”

씻기, 밥 먹기, 잠자기...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챙겨줘야 하는 요소가 많구나.
마을에 사용할 수 있는 여관도 없어서 빈 잠자리 찾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누가 잠을 깨우는데…”

여기서 자면 불법이라고? 그럼 어디서 자라는 거야? 누추한 자리던데 좀 잘 수 있는 거 아냐?
뭐? 돈을 내라고?
"돈이 없어"

돈이 없으면 차꼬를 또 차게 된다.
더러워서 이 마을을 뜬다!
"인심 더러운 이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자!"

중세 시골 텃세는 창고 구석에서 잠도 못 자게 하는구만! 내가 더러워서 간다!
"산 넘고 강을 건너 다른 마을로 이동"

길을 가는 중에 도적을 만나고, 약초밭에서 약초를 캐고, 도적을 만나고, 캠프에서 음식을 훔쳐먹고, 지나가던 시민과 주먹싸움하고, 도적 떼를 만난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도적에게서 건틀릿, 사슬 갑옷을 얻었다!”

죽이고 보니 장비가 고급인 도적이 있어서 장비가 엄청나게 좋아졌는데? 도적에게서 얻은 돈과 장비로 이 마을에선 넉넉하게 지낼 수 있겠어.
그나저나 중세 치안 너무 심하지 않아? 지나가다가 만만한 사람이 보이면 평범한 사람도 도적이 되는 건가?
“이 마을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자”

철을 데우고, 골고루 두들기고, 데우고, 두들기고, 데우고, 식히면 검이 완성!
참고로 도적을 잡으면 이런 과정 없이 완제품을 얻을 수 있지. 그러니까, 대장장이 기술은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는 구하기 힘든 명품 무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야겠어.
이제 돈이 충분히 모였으니, 장비도 수리하고 목숨을 구해준 약초상에게 빚을 갚으러 가자.
“가는 길에 사슴 사냥터에서 활로 사슴을 사냥한다"

왜 활 시위가 아니고 사슴 엉덩이를 꼬집어 당기는 거냐? 버그야?
혹시 활(bow)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뜻이 있어서 어떤 활인지 보조 단어가 필요해?
“활과 화살을 들고 사슴을 조준!”

토끼와 늑대를 제외한 동물은 왕의 소유라서 사냥이 불법이라는 알람은 무시한다. 사슴에 명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기에 이름 써 둔 것도 아닌데 좀 잡아먹을 수 있지. 안 걸리면 합법이야.
걸리면 저 뒤에 다리가 5개인 돌연변이 괴물을 잡았다고 하지 뭐.
......근데 저거 사슴 맞긴 맞아?
"이제 약초상에게 가서 빌린 돈을 갚자"

여러 얘기를 나눈 끝에, 약초상이 마을에서 떨어져 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누명을 씌우고 마을 밖으로 쫓아내고도 지금도 약초상 가족을 괴롭히고 있는 놈들이 있다니…
이 원한은 피로 갚아야지.
“...라는 찰나, 마을로 잠입하는 중에 경비병에게 들켰다!”

경비가 눈에 불을 켜고 다니네!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경비병이 잡은 이유는?
1. 밤에 횃불을 안 들고 다녔다.
2. 물건을 훔쳤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3. 추가로 뒤져서 나온 사슴 고기.
"세 가지 범죄 합쳐서 벌금을 내라고? 빚 갚고 와서 돈이 없는데?"

뭔 물건을 훔쳤다는 거야? 삽? 도굴? 은 접시? 뭐든 목격자 없는 거 확인했다고!
뭐 조금만 행동하면 차꼬 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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