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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하자드 6, 공포는 사라지고 버튼 액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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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바이오하자드 6' 발매 이후 불타올랐다, 나쁜 의미로

올해 일본 게임의 화두는 버튼 액션(QTE시스템)이다. 여기서 말하는 버튼 액션은 게임 진행 도중 화면에 표시되는 특정 버튼을 게이머가 타이밍에 맞춰 입력하는(또는 연타) 시스템을 뜻한다. 게임 내 버튼 액션의 목적은 이야기를 더욱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일반론인데, 몇몇 게임은 ‘이 장면을 굳이 버튼 액션으로 만들어야 했나?’ 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버튼 액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난 4일 PS3, Xbox360으로 국내 정식 출시된 캡콤의 서바이벌 호러게임 ‘바이오하자드 6’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버튼 액션은 과거부터 쭉 이어져 왔으나, 문제는 버튼 액션의 ‘비중’이다.

실질적인 플레이와 버튼 액션의 비중은 ‘반반’

‘바이오하자드 6’ 속 이벤트 영상에서는 버튼 액션이 대부분 등장한다. 게이머가 알맞은 타이밍에 맞춰 해당 버튼을 입력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고, 만약 잘못 입력하거나 놓친다면 게임 오버를 피할 수 없다.


▲ 게임의 분위기는 전작보다 어두워졌다


▲ 너무 어렵지 않게 구현해 놓은 퍼즐 요소


▲ 하지만 게임 플레이와 버튼 액션의 비율은 무려 5:5

이 같은 버튼 액션 비중은 갈수록 늘어났다. 전작이 플레이와 버튼 액션의 비율이 7:3 정도인데 반해 이번 신작은 5:5에 육박한다. 이는 눈만 깜빡이며 영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게이머 성향에 따라 이 시간이 즐거울 수도 또는 곤욕일 수도 있다. 특히 단순 입력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버튼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수십 초 가까이 연타 액션이 등장하기도 한다. 몰려오는 좀비 무리에 어떻게 살아남는가보다 일일이 무슨 버튼이 나오는 지 신경이 더 쓰일 정도다.


▲ 이벤트 영상에서는 반드시 버튼 액션이 튀어나온다


▲ 게이머에 따라 반기는 쪽과 뜬금없다는 입장으로 나뉠 것이다


▲ 때로는 장시간 연타를 강요하기도...!

중복 없는 지형과 몬스터 배치, 나쁘지 않다

‘바이오하자드 6’는 7명에 달하는 각 주인공을 플레이 하게 된다.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은 있지만, 다행히 스테이지가 중복되지 않도록 구성돼 지루함을 덜었다. 게임의 무대는 중국 번화가를 비롯해 눈으로 덮인 설산, 비행 중인 군용 헬기 안, 공동 묘지 등 다양하다. 또한 지역에 따라 바닥으로 빠지거나 특정 위치까지 접근하면 함정이 발동하는 등, 이동하는 내내 발 아래도 신경 쓰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했다.


▲ 이와 함께 난이도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면서 재미도 ↑


▲ 또한, 주인공 마다 휴대하는 무기도 구분해 놓았다

여기에 적으로 등장하는 크리처 역시 중복되지 않는다. 각 스테이지에 따라 무기를 던지거나 휘두르는 좀비부터, 동류(좀비)를 자신에 위치로 끌어 모으는 좀비, 음파를 내뱉으며 이동하는 도마뱀 형상의 크리처, 여기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개구리까지, 역대 가장 많은 크리처 종류를 자랑하면서도 중복되지 않도록 잘 배치시켜 놓았다.


▲ 스테이지에 따라 점점 강력해지는 크리처


▲ 여기에 각 주인공마다 크리처 중복이 없을 만큼 그 수도 다양하다

주인공 수가 늘어남에 따라 플레이 타임도 대폭 늘어났다. 총 플레이 시간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 20시간으로, 역대 넘버링 시리즈 중 가장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부가 요소로 즐길 수 있는 용병 모드나 온라인을 통한 최대 4인까지 즐길 수 있는 협동 모드 등, 전작보다 강화된 요소가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공포는 없고, 액션의 쾌감만 상향

관련기사: [리뷰] 바이오하자드 6 체험판, 전작보다 ‘공포’가 살아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공포’ 요소를 담았다는 개발 비화 설명과 달리 본 게임의 ‘공포’는 점점 퇴색했다. 엄연히 ‘공포’라는 장르를 토대로 이어온 시리즈이거늘, 이번 신작은 완전한 액션 TPS에 가깝다. 새롭게 추가된 슬라이딩과 벽을 활용한 엄폐 액션은 밀려드는 적에 맞서 생존하기 위함이 아닌 역동적인 자세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액션의 쾌감만 키웠다.

이 뿐 아니라 과거 고정된 시야와 한정된 탄약에서 압박해오는 생존의 맛은, 부족함이 거의 없는 탄약과 강화된 체술 액션으로 오히려 적을 제압하는 방향으로 역전됐다. 여차 할 때는 회피 액션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공격해오는 찰나 버튼 액션으로 발동할 수 있는 카운터 공격으로 제압할 수도 있다. 한정된 생존 전략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원했지만, 게임은 너무 많은 생존 수단을 제공해 오히려 공포가 퇴색되는 결과만 낳았다.


▲ 과거 고정된 시야와 한정된 탄약에서 압박해오는 생존의 맛은
역동적인 자세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액션의 쾌감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이번 신작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을 자동으로 조준해 빠르게 사격하는 ‘퀵 샷’이 추가됐다. 체술 액션을 사용할 때 사용되는 P.C. 게이지를 대신 소모하는 이 사격 액션은, 발매 전에만 해도 매 시리즈마다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시점 전환 문제를 개선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에게만 사격을 가한다는 점이 함정이었다. 사방에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다수의 적 중 이 ‘퀵 샷’으로 특정 적을 계속해서 쏘는 것은 불가능했고, 때때로 말도 안되는 방향에 사격을 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게이머는 일일이 시점을 돌려가며 적을 쏘는 과거의 수동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불행한 점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적이, 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공격해옴으로써 시점을 전환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이는 눈이 쉽게 피로해짐과 동시에 때때로 멀미 증상까지 유발한다.

또한, 적이 소지한 무기를 빼앗아 머리를 가격하거나 돌려차기로 제압, 머리채를 잡아다 벽에 박는 원 킬 액션 중, 난데없이 대전 격투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레슬링 기술이 포함해 ‘공포’ 분위기를 깨뜨린다. 적을 잡아 뒤로 넘기는 수플렉스나 뒤에서 머리를 잡아 바닥에 꽂아버리는 PKO 등의 액션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객관적으로 ‘공포’와 아무런 연관성 없는 연출이자 도리어 폭소를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움직임(모션)이 전작에 비해 엉성한 부분이 많고 배경 그래픽과 광원 효과에 견줘 캐릭터 모델링도 전작과 비교하면 오히려 쇠퇴해,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중2병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운 용두사미 진행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앞서 시리즈 역대 가장 긴 플레이타임을 자랑한다고 밝혔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용두사미라 뒷맛이 찝찝하다.

‘바이오하자드 6’의 이야기 구조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만나 협력하는 식으로. 각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관계에 대한 부분이 팬심을 자극한다. 실제 이벤트 영상도 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 탓에 ‘바이오하자드’ 전 시리즈를 통틀어 캐릭터 관계도를 잘 알고 있는 게이머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 한글화도 되지 않아 늘어난 대사 분량만큼 언어 장벽도 두터워졌다.


▲ 주인공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관계에 대한 부분이 팬심을 자극한다


▲ 하지만 캐릭터 관계도를 잘 알고 있는 게이머에게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또한, 한글화되지 않아 늘어난 대사 분량만큼 언어 장벽도 두텁다

마지막으로 ‘바이오하자드 6’에서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일본 특유의 향수가 짙다는 점이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본적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재미 요소를 공감하기 힘들다. 그나마 진행 도중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전작의 명장면 등을 발견하는 재미만 있을 뿐이다.

게임을 하려다가, 드라마를 감상하고 말았다

‘바이오하자드 6’를 플레이하고 난 소감은 ‘공포’를 원했지만 되려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다. 그것도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팬 드라마에 가까웠다. 일전에 스타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일본 게임은 죽었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그 논란에 버튼 액션의 비중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바이오하자드’ 가 점점 초심을 잃고 질주하는 막장 게임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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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캡콤
게임소개
'바이오 하자드 6'는 전작 '바이오 하자드 5' 이후 3년 만의 후속작으로, 기존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크리스 레드필드'와 '레온 S 케네디' 외에 '제이크 뮬러'가 제 3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각 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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