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 리뷰 > 모바일

애버넘 6,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금물

/ 1

kbg_121019_avern_017.jpg

요즘 인기를 얻는 스마트폰 게임들은 ‘애니팡’과 같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거나, 모바일답지 않게 뛰어난 그래픽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경우 출근길과 같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어필하고 있으며, 좋은 그래픽을 가진 게임은 자신의 기기성능을 마음껏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편이다. 그러던 와중, 대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점을 무시한,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은 게임이 등장했다.

지난 10일, 게임메카 [신작앱]코너에 소개된 RPG '애버넘 6‘는 말 그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은 외모를 보여준다. 90년대 게임을 보는 것 같은 그래픽은 구입버튼 누르기를 꺼리게 만들고, 최근 게임들의 편리함에 익숙해있던 유저들은 왠지 모를 불편함과 불친절함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기자는 과거 ’울티마 온라인‘에서 느꼈던 향수가 느껴져 거부감보다는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울티마 온라인’을 많이 해봤던 것은 아니지만, 투박하고 내가 할 것이 많은 게임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기자에게 ‘애버넘 6’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대다수 유저를 위한 그래픽은 아니다

‘애버넘 6’를 말하려면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그래픽을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애버넘 6’는 ‘애버넘’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이 언제쯤 나왔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지만, 시리즈를 거듭해오면서 그래픽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것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었다. 굳이 바뀐 부분을 소개하자면 인터페이스의 변화정도다.

그래도 좀 너무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장비변경에 따른 외형 변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굳이 요즘 게임이 아니더라도 ‘울티마 온라인’은 외형이라도 바뀌는 멋이 있었는데, ‘애버넘 6’에는 그런 변화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로지 초기에 설정된 캐릭터의 외형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재미를 하나 잃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kbg_121019_avern_002.jpg

kbg_121019_avern_007.jpg

▲ '애버넘'(위)과 '애버넘 6'의 게임 그래픽은 큰 차이가 없다

(사진출처: '애버넘'공식 홈페이지)

‘애버넘 6’가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텍스트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유난히 텍스트의 노출이 많은데, 가령 어떤 지역에 들어가면 주변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하는 팝업이 뜬다거나, 마을을 지나갈 때 NPC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단어, 대화창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써내려 가는 등의 표현을 볼 수 있다.

kbg_121019_avern_008.jpg

▲ 이런 식으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텍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텍스트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텍스트’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스스로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소설을 읽듯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현란한 효과에만 의존해왔던 근래의 대다수 게임들과는 아예 노선을 달리한 것이다.


게임플레이는 불친절한 것이 매력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캐릭터 선택에서부터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는 종족과 캐릭터 이름, 직업, 능력치, 특성인데, 그 안에서도 다양한 선택과정이 요구된다. 가령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4명인데, 각 캐릭터간의 특성과 조합을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들 정도다.

특히 기본적인 틀이 정해져 있는 9가지 직업 외에 커스텀 직업도 존재해 자신의 입맛대로 능력치를 투자할 수 있다. 고정된 틀에 비하면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만큼 플레이어를 더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은 특성에서도 볼 수 있는데, 특성의 경우 이로운 효과와 해로운 효과들을 선택할 수 있다. 이로운 효과의 경우 캐릭터에 기본적인 추가 스킬을 제공하는 한편, 획득하는 경험치를 감소시킨다. 반대로 해로운 효과는 능력치에서 패널티를 얻는 대신 추가 경험치를 얻게 되는 식이다. 여기에 세 종족간의 특성도 있으니, 총 4명의 캐릭터를 만들 동안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kbg_121019_avern_004.jpg

▲ 총 4인의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kbg_121019_avern_005.jpg

▲ 이처럼 특성과 관련된 세부내용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로운 효과를 얻는 만큼 경험치 패널티도 받는다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하면 자신이 만든 4명의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보면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며 돌아다니는 영웅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래도 초기에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일종의 튜토리얼 개념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고 기능을 익힐 수 있다. 아이템을 줍거나, 퀘스트를 받고, 전투도 경험하게 된다.

필드는 상당히 넓은 편인데,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먼저 해야 하는지 같은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받은 퀘스트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러 떠나고, 없다면 이리저리 방황하는 식이다. 게임을 조금 진행하다보면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 NPC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데, 대화내용에 따라서는 퀘스트를 얻거나 바로 전투에 돌입하는 등 유저 선택에 많은 것이 결정된다. 모든 대화에는 분기가 있어 유저의 선택이 반영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상점에 진열돼 있는 아이템을 훔치거나, 전투에 돌입하게 만드는 ‘컴뱃 버튼’을 눌러 일반 시민들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이 행했던 선행과 악행들이 게임 시나리오에 반영돼 전체 스토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kbg_121019_avern_018.jpg

▲ 어디로 가야한다는 구체적인 목적이나 안내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kbg_121019_avern_014.jpg

▲ 아이템 역시 쓰임세를 몰라서 상점앞에 버려진 물건만 쌓여갔고,

버리던 와중 실수로 상점의 아이템을 훔치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아이템 습득은 모두 수동으로 이뤄진다. 길을 가다 아이템이 바닥에 있으면 루팅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아이템을 골라서 가지면 된다. 처음에는 보이는 족족 모두 모았는데, 한번 상점에 다녀온 뒤로 팔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모으지 않게 됐다. 그 종류도 너무 다양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다니기도 했지만, 사용처를 알아내지 못해 결국 모두 버리면서 분명 어디엔가 사용될 것 같다는 미련만 남겼다.

전투의 경우 다행히도 이동할 때와 같은 뻣뻣한 동작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액션이 화려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느낌도 안 든다. ‘애버넘 6’의 전투는 필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이동하다가 적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전투에 돌입하는 식이며, 전투가 끝나 적이 없어지면 컴뱃 버튼을 눌러 전투상태를 해제해야 한다. 전투는 아군을 모두 움직이고 나면 적이 움직이는 턴제 방식이며, AP라는 행동력수치가 있어 그 숫자 안에서 행동을 끝마쳐야 한다. 게임 초기에는 단순히 적을 죽이는데 주안을 두었는데, 점점 전투가 어려워짐에 따라 행동력을 계산하며 움직이거나 진형을 짜게 됐다.

kbg_121019_avern_013.jpg

▲ 전투에 돌입하면 바닥에 칸이 그려지며 턴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kbg_121019_avern_011.jpg

▲ 효과적으로 기술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 전반에 걸쳐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곤 퀘스트 밖에 없기 때문에 유저는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한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성향에 맡기며, 어떻게 진행할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와 같은 모든 부분이 유저의 손을 거치게 돼있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조금 귀찮거나 어려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처럼 ?제한된 공간 내에서 유저의 자유도를 충분히 제공하는 게임은 하면 할수록 즐길 요소가 많은 편이다. 최근 게임들이 캐릭터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은 충실해지고 있는 반면, 그 속에서 유저가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치를 설정하는 것과 같은 내실을 다지는 게임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는 약간 불친절한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스마트폰 게임도 필요하다

‘애버넘 6’는 짧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간편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래픽 역시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점들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확실히 고전 스타일의 RPG를 좋아한다면 반길 다양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1분 플레이’를 강조하는 ‘애니팡’같은 게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오래 즐길 수 있는 RPG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다. 이미 여섯 번째 시리즈를 냈을 정도로 매니악한 팬들을 가진 ‘애버넘’ 시리즈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그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불편함에 흥미를 느끼고 좀 더 깊게 개입한다면, 그 속에 분명한 재미가 있으니 말이다.

kbg_121019_avern_016.jpg

▲ 수많은 퀘스트를 해결하며 거대한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 RPG의 재미 아닐까

'애버넘 6‘를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때 게임정보를 살펴보면, 최소 3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제공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이런 대 서사시를 즐기는 데 있어서 30시간으로는 조금 부족할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강병규 기자 기사 제보
만평동산
2018~2020
2015~2017
2011~2014
2006~2010
게임일정
202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