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콤을 대표하는 작품 ‘이스’ 시리즈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붉은 머리의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그린 ‘이스’ 시리즈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총 8편(이스 오리진 포함)이 발매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돌의 3대 모험’ 중 하나인 ‘셀세타의 수해’를 소재로 삼은 4편은 팔콤이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 팔콤이 제공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슈퍼패미컴 버전 ‘이스 4: 태양의 가면(이하 태양의 가면)’을 통킹하우스가, PC엔진 버전 ‘이스 4: 이스의 여명(이하 이스의 여명)’을 허드슨이 각각 개발하여 출시했다.
이들 두 작품은 팔콤이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는 점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스’의 정식 시리즈로 취급받지 못했다. ‘태양의 가면’은 팔콤의 원안을 최대한 따라갔지만 완성도가 떨어졌고, ‘이스의 여명’은 완성도는 높았으나 1편에서 죽은 점술가 사라를 살리는 등 기존 시리즈의 설정 여러 부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팔콤은 그간 이어진 논란을 끝내고 시리즈 전체 설정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이스 4’의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지난 9월 27일 PS비타로 일본에 발매된 ‘이스: 셀세타의 수해’다.
▲ 아돌의 18세 때 모험, '셀세타의 수해'
▲ '이스: 셀세타의 수해' 오프닝 영상(출처: 팔콤 공식 유투브)
7편의 시스템을 계승, 발전했다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지난 2009년 PSP로 발매된 ‘이스 7’의 시스템을 대부분 계승했다. 3인 1조로 파티를 편성하며 이 중 한 명은 유저가 조작하고 나머지 두 명은 AI로 움직인다는 점, 참격과 타격, 사격 등 세 가지 공격 속성과 약점 시스템, 스킬 및 엑스트라 스킬 시스템,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함과 동시에 스킬 포인트(SP) 및 엑스트라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플래시 가드’, 각종 재료를 모아 아이템을 만드는 합성 및 소재 채집,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 등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이스 7’을 즐겼던 유저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 검을 사용하는 아돌은 '참격'의 공격 속성을 갖는다
여기에 피격 직전 4프레임 안에 회피 키를 눌렀을 경우 무적 상태에 돌입함과 동시에 적의 움직임을 70프레임 동안 느리게 만드는 ‘플래시 무브’와 공격력 뿐 아니라 무기에 각종 상태이상 효과를 부여하거나 적의 상태이상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는 장비 강화, 캐릭터마다 특성을 부여하여 파티에서 겉돌지 않도록 한 ‘퍼스널 액션’ 등의 신규 요소가 추가되었다.
▲ 파티원들의 '퍼스널 액션'을 이용해야 한다
▲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의 기회를 마련하는 '플래시 무브'
그리고 ‘이스 7’에서 ‘L+R’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했던 ‘플래시 가드’를 타이밍에 맞춰 ‘가드’ 버튼만 눌러도 발동하도록 변경한 것과 주요 캐릭터가 파티 참여시 발동했던 ‘서포트 어빌리티’ 대신 파티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파티 어빌리티’의 도입, 시간경과에 따라 필드가 변화하는 점 등이 이루어진 것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이 밖에 스킬을 배우려면 무기를 구입해야 했던 ‘이스 7’과 달리 상대하는 적의 레벨에 따라 습득하도록 바뀌었으며 스킬 마스터 레벨을 10에서 3으로 낮춘 것, SP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모으기 공격’을 키를 계속 누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2회차 이후 연동 요소 및 즐길 거리 추가 등 전작에서 팬들에게 단점으로 지적 받은 부분을 수정했다. 방패를 버리고 검으로만 싸우는 아돌의 전투 스타일 역시 기존과 달라진 점이다.
▲ 많은 SP를 얻을 수 있는 '모으기 공격'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아돌이 기억상실?!
‘이스: 셀세타의 수해’에서 팬들에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 아돌이 ‘기억상실’에 걸렸다는 점이다. 이는 ‘태양의 가면’과 ‘이스의 여명’, 어느 작품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스: 셀세타의 수해’에서 아돌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로문 제국 그리젤다 총독의 셀세타 지방의 지도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셀세타의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아돌은 자신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찾을 수 있는데, 팔콤은 이를 이용하여 유저들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 기억을 찾으면 아돌의 능력치도 올라가고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아돌의 기억에는 스토리와 연관된 셀세타 지방 관련 내용 뿐 아니라 아돌의 어린 시절과 모험을 시작하게 된 원인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는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아돌의 기억을 통해서 이번 작품의 전체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아돌 크리스틴’이라는 캐릭터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 어린 시절 아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태양의 가면’과 ‘이스의 여명’으로 인해 달라진 설정을 보완하고,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와 ‘이스 5: 사라진 모래의 도시 케핀’, ‘이스 6: 나피쉬팀의 상자’ 등 ‘이스: 셀세타의 수해’ 이후 이야기와의 연계성을 높여서 시리즈 전체 세계관의 완성도를 높인 것 역시 이번 작품의 의의라 하겠다.
한편 아돌의 영원한 파트너라 불리는 ‘도기’는 아돌의 기억 속에서만 등장하며 ‘태양의 가면’과 ‘이스의 여명’에 등장했던 2편의 히로인 ‘리리아’가 이번 작품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 점도 기존과 달라진 부분이다.
▲ 이번 작품에서는 아돌의 기억에서만 등장하는 도기
▲ 이전 '이스 4'에서는 주요인물이었지만 이번엔 등장하지 않는 리리아
위는 슈퍼패미컴 버전 '이스 4: 태양의 가면'이다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여러모로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이스: 셀세타의 수해’지만 아쉬운 점도 보인다. 먼저 파티에 대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파티 어빌리티’가 새로 도입되었다. 같은 공격 속성의 캐릭터가 2명 이상 있을 경우에는 해당 속성의 공격력이 1.1배 올라가며 3명이 모두 다른 속성일 때에는 적 격파시 레어 아이템 드랍 확률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게 끝이다. 파티 AI 명령 역시 ‘공격우선’과 ‘회피우선’ 단 2개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 적다.
▲ 파티 어빌리티가 레어 아이템 확률 증가와 속성 대미지 증가 2개 뿐이다
▲ AI 명령 역시 단 2개에 불과하다
또한 ‘이스 7’에서는 파티원이 AI로 움직일 때 사용하는 스킬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즉, 캐릭터들의 스킬 레벨은 유저가 직접 다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잘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의 스킬까지 다 사용해야 ‘달인의 경지(모든 캐릭터 스킬 마스터)’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은 콜렉터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버그다. 특정 장소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무 이유 없이 어두운 공간으로 떨어져서 게임을 리셋하기 전에는 진행하지 못하는 문제나 ‘질풍의 신발’을 사용하면 갑자기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현상, 액세서리 조합을 이용하여 SP 0으로 스킬을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자잘한 버그들이 존재한다. 여담이지만 대사 풀보이스를 지원한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 PSP 버전과 달리 이번 작품은 부분 음성 수록이 이루어 졌다는 점, 엔딩이 너무 짧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 아돌의 최강 기술이자 이번 작품 최고의 효율 및 성능을 자랑하는 '오러 펜서'
▲ 버그를 사용하면 SP 소모 없이 무한으로 쓸 수 있다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이스’ 차기작 냅시다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이스’ 시리즈 세계관을 바로잡고 팬들 사이의 논란을 끝내는 역할을 맡았다. ‘음악이 메인이고 게임은 부록’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팔콤 특유의 감미로운 음악과 ‘아돌의 3대 모험’ 다운 스토리, 전작에서 지적받은 단점을 보완한 모습 등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팬들 사이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제 팔콤이 리메이크 할 만한 작품은 ‘이스 5: 사라진 모래의 도시 케핀’ 만이 남았다. 5편은 팔콤이 직접 만들었고 이후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기존 게임메카 리뷰(https://www.gamemeca.com/feature/view.php?gid=12500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난이도나 콘텐츠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와 반대로 ‘아돌의 3대 모험’인 ‘사라진 고대 왕국(이스 1, 2)’과 ‘셀세타의 수해(이스 4)’, ‘알타고의 오대룡(이스 7)’이 모두 나온 만큼 새로운 아돌의 모험을 보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어떤 작품이든 상관없으니 ‘이스’ 신작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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