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삼은 시뮬레이션 RPG다. 1991년 게임보이로 첫 작품이 등장한 이래 23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을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와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사랑, 원작 못지 않은 연출과 성우들의 열연 등 ‘슈퍼로봇대전’은 신작이 등장할 때마다 많은 콘솔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는다.
지난 3월 14일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UX’는 닌텐도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이하 3DS)’로 첫 발매된 작품이다. 지난 해 발매된 ‘제 2차 슈퍼로봇대전 Z 파계편/재세편’과 ‘제 2차 슈퍼로봇대전 OG’가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슈퍼로봇대전 UX’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매우 높았다. 과연 뚜껑을 열어본 ‘슈퍼로봇대전 UX’는 어땠을까?
▲ 닌텐도 3DS로 처음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슈퍼로봇대전 UX'
충격과 공포의 참전작으로 이룬 절묘한 크로스오버
‘슈퍼로봇대전 UX’가 첫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팬들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PC 성인용 게임이 원작인 ‘기신포후 데몬베인’과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보기엔 애매한 ‘HEROMAN’, 카부토 코우지의 마징가 시리즈 대신 등장한 ‘마징카이저 SKL’, 중국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제작된 ‘SD 삼국전 Brave Battle Warriors(이하 SD 삼국전)’, 그리고 피규어로 발매되었을 뿐 작품이 없는 ‘전뇌전기 버추얼 온 시리즈 페이 옌 HD’ 등 의외의 작품들이 대거 참전했기 때문이다.
이들 때문에 팬들은 ‘시나리오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발매 후 말끔히 사라졌다. 원작에서 ‘내가 건담이다’라고 외치는 ‘기동전사 건담 OO’의 주인공 ‘세츠나 F 세이에이’가 ‘SD 삼국전’의 유비, 손권 건담을 보는 장면, 히라이 히사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기동전사 건담 SEED DESTINY’와 ‘창궁의 파프너’ 캐릭터간 교류, ‘창궁의 파프너’의 페스툼과 ‘기동전사 건담 OO’의 ELS의 크로스오버 등 전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작품들을 절묘하게 연결 했다. 최고의 시나리오로 손꼽히는 ‘슈퍼로봇대전 W’와 비교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슈퍼로봇대전 UX’는 호평을 받았다.
▲ 말하는 건담들과...
▲ 하츠네 미쿠의 탈을 쓴 '페이 옌'까지 등장한다
NDS 슈퍼로봇대전의 시스템을 집대성하다
‘슈퍼로봇대전 UX’는 NDS로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W’와 ‘슈퍼로봇대전 K’, ‘슈퍼로봇대전 L’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 발전시켰다. 한 마디로 NDS ‘슈퍼로봇대전’의 시스템을 집대성한 것이다.
‘슈퍼로봇대전 K’와 ‘슈퍼로봇대전 L’에서 도입된 ‘파트너 배틀 시스템’이 ‘슈퍼로봇대전 UX’에도 등장한다. 전작에서는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K에서는 ‘어택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싱글 유닛만, L에서는 기체 보너스와 원호 등을 통한 집중 공격이 가능한 파트너 유닛만 사용하는 유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둘 다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싱글 유닛은 ‘전체 공격’으로 적 파트너 유닛 2기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고 파트너가 없이도 인접한 아군으로부터 원호를 받을 수 있다. 기력 130 이상일 때 적을 격추하면 한 번 더 행동할 수 있는 ‘연속행동’도 사용한다. 반면 파트너 유닛은 파트너가 갖고 있는 ‘기체 보너스 효과’와 집중 공격, 다양한 지형 대응 등의 이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인 면이 더욱 강해졌으며 전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 싱글 유닛은 '연속행동'과 '전체공격'을 할 수 있고
▲ 파트너 유닛은 '기체 보너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특수행동’과 ‘전술지휘’도 상당히 유용하다. 몇몇 유닛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행동’은 기존 ‘맵병기’와 같이 특정 범위 안에 영향을 미치는 커맨드다. 다만 대상에게 대미지만 입히는 ‘맵병기’와 달리 ‘특수행동’은 다양한 효과를 적과 아군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불리한 전황을 타개하는 묘책으로 삼을 수 있다.
‘전술지휘’는 특정 캐릭터에게 지휘를 맡기는 시스템이다 ‘반격 시 공격력 10% 상승’이나 ‘명중률 5% 상승’, ‘기체 능력저하 효과 무효’ 등 다양한 효과가 아군 전체에게 미치기 때문에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캐릭터마다 ‘전술지휘’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적의 능력치를 낮추고 아군은 강화하는 더블오라이저의 '트란잠 버스트'
▲ 쓸만한 전술지휘 능력을 갖고 있는 '공명 리가지'
이 밖에 ‘슈퍼로봇대전 L’과 마찬가지로 강화파츠가 삭제된 대신 도입된 ‘파트너 기체 보너스 효과’는 기체 5단 개조, 10단 개조 및 파일럿의 에이스(100기 격추), 더블 에이스(200기 격추) 달성 등 4단계에 걸쳐서 업그레이드 되도록 변경되었다. 또한 능력치 상승형 ‘스킬 파츠’ 추가와 스테이지를 클리어 시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제 2차 슈퍼로봇대전 Z 파계편/재세편’에는 없어서 아쉬웠던 ‘전투 씬 고속 재생’과 ‘적 턴 강제 세이브’의 탑재 등이 이루어졌다.
▲ 전투 씬 고속 재생은 정말 반갑다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과 BGM
플레이스테이션 황혼기에 등장한 ‘슈퍼로봇대전 알파’ 이후 ‘슈퍼로봇대전’ 하면 ‘원작보다 더욱 화려한 연출’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슈퍼로봇대전’ 신작의 프로모션 영상(PV)이 공개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감상하고 이에 대해 평가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슈퍼로봇대전 UX’는 PV가 공개되자 많은 비판을 받았다. PSP로 등장한 ‘제 2차 슈퍼로봇대전 Z 파계편/재세편’에 비해 전투 씬 퀄리티가 뒤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개선된 2차 PV가 나왔을 때도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투 씬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는 유저도 있을 정도다.
▲ 많은 비판을 받았던 1차 프로모션 영상(출처: 유투브)
사실 ‘슈퍼로봇대전 UX’의 전투 씬은 3DS의 3D 효과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PV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모습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 2차 슈퍼로봇대전 Z 파계편/재세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쓸데 없는 움직임은 최대한 배제하고 깔끔하게 연출을 다듬었기 때문에 전투 템포도 빨라졌고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다만 유저마다 3DS의 3D 효과를 느끼는 정도나 연출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BGM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BGM은 듣기 좋은데 몇몇은 게임보이 어드밴스(GBA) 시절 ‘슈퍼로봇대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퀄리티가 낮다.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최초로 음성이 추가된 점은 좋았지만, 이로 인해 BGM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라리 3DS의 SD 메모리 카드를 이용하여 ‘SD건담 G 제너레이션 오버월드’ 처럼 유저가 직접 만드는 ‘커스터마이즈 테마’를 적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실제 눈으로 보면 단백하고 깔끔한 연출을 볼 수 있다
슈퍼로봇대전도 피할 수 없었던 DLC
GBA로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D’와 ‘슈퍼로봇대전 J’에는 ‘쯔메슈퍼로보’라는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와 관계 없이 제한된 조건 내에서 스테이지 목표를 달성하는 ‘쯔메슈퍼로보’는 난이도가 높았지만 스킬파츠와 자금 등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고 여러 가지 계산하는 재미가 있어서 인기가 많았다. NDS로 발매된 ‘슈퍼로봇대전’에서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쯔메슈퍼로보’가 ‘슈퍼로봇대전 UX’에서 부활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반다이남코는 ‘슈퍼로봇대전 UX’에 포함된 ‘쯔메슈퍼로보’와 ‘캠페인 맵’을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즉, 부수적인 콘텐츠를 즐기고 싶으면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GBA 시절에는 함께 발매했던 것을 굳이 DLC로 따로 판매해야 했을까? 반다이남코의 이러한 모습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 DLC로 배포하는 '쯔메슈퍼로보'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완성도 높은 시스템과 적절한 크로스 오버로 ‘슈퍼로봇대전 UX’는 발매 전 우려와 걱정을 호평으로 바꾸었다. 특히 닌텐도 휴대용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시스템을 집대성하여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반다이남코가 추후 발매되는 ‘슈퍼로봇대전’에 DLC 범위를 더욱 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나중에는 숨겨진 유닛도 DLC로 내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과연 차기작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DLC는 어디까지 적용될 것인지 등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 차기작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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